달 복제토 개발한 韓1호 ‘우주토목 기술자’

달 복제토 개발한 韓1호 ‘우주토목 기술자’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특훈교수


전남 고흥군과 체험용 달기지 건설 계획 협의


   “은퇴할 나이가 됐지만, 아직 학자로서 이루고픈 간절한 꿈이 있답니다. 우리 손으로 달 도시를 짓는 거예요.”


올해는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을 맞은 해다. 재사용로켓, 여객용 우주비행선 시험 비행, 달 뒷면 착륙 등 각 국가·기업마다 ‘빅픽쳐’를 담은 우주도전의 명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발자취를 새긴 장면은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특훈교수(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에게 묘한 떨림을 줬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특훈교수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뉴스를 봤을 때 ‘저거봐’하면서도 ‘우리가 먼저 갔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죠. 중국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우주 강국 모두 다시 달로 몰려가고 있어요. 어쩌면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는 달기지 등 우주 산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했던 생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이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후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건설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딴 그는 전통 건설기술인이다. 그런데 일은 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과 함께 한다. 이력서 경력란에 달 건설을 목표로 한 국제민간조직 ‘인터내셔널 문베이스 얼라이언스’ 이사 직함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우주 산업하면 한국형발사체하고 위성이 전부죠. 하지만 NASA에는 토목공학 분야 엔지니어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요. 언제부턴가 제가 달기지 건설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국내 우주 관련 연구기관에선 ‘그걸 왜 건설기술연구원이 고민하나’라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죠.”


이 교수는 주변에 따가운 눈총과 차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지난 2012년 한양대에 국제우주탐사연구원을 세웠고, 건설기술연구원장(2014~2017년) 재임 시절에는 ‘극한건설연구단’을 만들어 달 기지 관련 연구를 지속했다. 




이 교수는 올해부터 NASA와 함께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에 400만㎡(약 120만평) 규모의 달 기지를 구축하는 실증단지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가 이 사업에 주요 멤버로 참여할 수 있었던 건 달 기지용 건축자재를 만드는 기술력을 확보한 덕이다. 그는 실제 달 토양과 입자 크기가 유사한 달 복제토를 개발한 데 이어 달 복제토와 폴리에틸렌을 7대 3 비율로 섞어 일종의 달 기지 건설용 벽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달기지 건설을 위한 준비 과정과 그 활용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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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종 기술을 합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융합연구가 하나의 연구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주 분야에 계신 분들이 저를 많이 이해해 주십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우리나라 1호 ‘우주토목 기술자’라는 새로운 호칭을 붙여주기도 했어요.”


그는 최근 전남 고흥군과 약 5만평(약 16만6000㎡) 면적에 달하는 체험용 달기지 건설 계획을 두고 협의 중이다. “달·화성 실증단지 개발 과정에서 얻게 될 신기술들은 스마트시티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NASA와의 협력연구를 통해 얻게 될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젊은 연구자들에게 전수할 겁니다.”

류준영joon@mt.co.krtwitter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머니투데이




한국서 만든 달복제토로 30% 축소판 달기지 만든다


   "우리 손으로 만든 달 복제토를 이용해 가로 3m와 세로 3m, 높이 1m인 축소판 달기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 5월 경 미국에서  3분의 1수준으로 축소한 달기지를 완성하는 기술을 각국의 연구진과 겨루게 됩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우주 건설 기술 강연 및 토크 콘서트 ’달마을 반상회‘에서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축소판에 이어 내후년에는 실제 크기의 달기지를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설계상 실제 달 기지 건물은 가로와 세로 길이가 10m, 높이는 3m에 이른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구상중인 축소형 달기지의 모습이다.- 유튜브 캡쳐 제공


달이나 화성에 건설하려는 서식지에 대한 모든 개념은 '인-시추 리소스 유틸리제이션(ISRU)' 방식이다. 쉽게 말해 현장에서 자급자족한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지구에서 달로 1kg을 가져가는 데 2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우주 서식지 개발 계획은 모든 것이 해당 행성에서 자급자족해 사용하는 ISRU 방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에 있는 토양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할 뿐 아니라 에너지와 식량등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진은 10여 년 전부터 기지 건설에 관한 ISRU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9년 지질 분석을 통해 경주-포항 지역의 흙을 체로 걸러 실제 달토양과 입자 크기가 유사한 달복제토(KOHLS-1)를 만들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현재는 가로와 세로가 4m, 높이는 3m에 달하는 대형 3D 프린터를 직접 제작해 달복제토와 폴리에틸렌을 7대 3비율로 섞어 달 기지용 건축자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문엑스컨스트럭션(Moon X Construction)이란 이름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하고 브래들리대가 주관하는 ‘센테니얼 챌린지’ 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1단계 우주 기지 디자인, 2단계 구조재료 검증, 3단계에선 3D 프린팅기술로 건축물을 짓는 능력을 겨룬다. 지난해 7월 달복제토로 만든 콘크리트의 강도시험을 겨루는 2단계 구조재료 검증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3단계 시험인 ‘3DP 해비타트 챌린지’ 대회의 1차 평가에서는 77개팀 중 7위를 기록했다.

 

내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서는 달기지의 3분의 1 축소판을 짓는 3단계 시험의 최종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호 한양대 도시건축학과 연구원은 “3단계까지 평가를 마치는 대로 센테니얼 챌린지 대회의 4단계 평가가 새롭게 예고된 상황”이라며 “실제 크기의 달기지를 짓는 작업이며, 여기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국제 민간조직 ‘인터내셔널 문베이스 얼라이언스’가 NASA와 함께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에 400만㎡(약 120만 평) 규모의 달기지 건설 실증단지를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 국내 전남 고흥군과도 약 16만 6000㎡(약 5만평 규모) 면적의 체험용 달기지 건설 계획을 협의 중이다.


달복제토를 지구 내부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달복제토로 만든 벽돌을 판매하거나 3D 프린팅을 이용한 서식지 건설 기술을 개발도상국의 집을 짓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인도에 타타그룹과 약 24㎡(7평)의 집을 80만원에 100만 채를 공급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달복제토로 만든 벽돌은 만드는 에너지가 적게 들어,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일반 콘크리트에서 발생하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도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구 안에서 집을 짓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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