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건설 분쟁이 생긴다면 [고영회]


살면서 건설 분쟁이 생긴다면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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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건설 분쟁이 생긴다면

2019.02.18

분쟁은 생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살이에서 분쟁은 생기게 마련입니다. 건설 분쟁은 기술 문제를 포함하기에 조심스럽게 풀어야 합니다.
집을 새로 샀는데 집 볼 때 보지 못하고 숨어 있던 흠(하자)이 나타나고(누수, 결로, 균열, 시설물 미작동 등), 건물을 임차 계약할 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결함이 입주해 보니 나타나기도 합니다. 매매계약이니 임대차계약에서는 계약할 때 나타나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결함은 일정 기간 안에 보수해 줄 것을 약정합니다. 이런 때에는 입주 후에도 전 주인이나 건축주에게 보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곧바로 기꺼이 보수해 주면 다툼(분쟁)으로 가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적인 해결 절차로 가야 합니다. 법으로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절차가 소송입니다. 요즘에는 소송으로 가지 않고 처리하는 방안(소송대안제도 ADR)을 많이 권합니다. 대안제도는 당사자 합의, 조정, 중재 등이 있습니다.

<먼저 건설기술자와 상의하여>
집에서 결함을 발견하면 상대방이 책임질 일인지를 확인하고, 분쟁으로 가야 할 여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결함은 대부분 기술지식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어서 기술자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물이 샌다면, 물은 어디에서 나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결로가 생겼을 때 집을 사용하는 사람의 잘못인지 집 자체의 문제인지, 균열은 참을 만한 크기인지 그리고 집을 사기 전에 생겨 있던 것인지 아니면 입주하여 살면서 생긴 것인지, 설치된 시설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제품 결함인지 사용하면서 부주의하여 고장 난 것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결함의 원인과 책임 주체를 먼저 파악해야 하고 분쟁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기술자와 고민하는 게 좋습니다. 분쟁에서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것을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원인을 밝히고 입증해야 하고, 그런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할지를 찾아, 전체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틀을 짜야 합니다. 분쟁을 해결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말하자면 분쟁해결 기획이고, 이는 기술을 아는 기술자와 상의하여 방향을 잡는 게 좋습니다.

<하자조사와 감정신청, 범위를 고민하고>
소송으로 가기 전에 ‘하자 조사’를 맡기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자조사’를 할 때 조사를 맡기는 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결함(하자)의 원인과 결함을 고칠 비용(보수비)을 입증해야 하는데, 소송 전에 본인이 직접 원인을 조사하고 비용을 산출한 것은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소송 절차에서 다시 감정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지정한 감정인이 다시 조사하는 절차로 가므로 비용이 겹으로 들어갑니다. 소송 전에는 기술자의 도움을 받되, 하자 항목을 조사하는 정도로 범위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또 하자 항목 범위와 항목 수에 따라 감정비용이 영향을 받으므로 사소한 하자는 빼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감정 신청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때, 포괄적으로 항목을 정하면 감정비용도 높아지고, 감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입증자료로 가치가 있을지도 의문스러울 수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 할 때, 씨엠(CM)기술자를 활용하시길>
귀농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외지에 가 살려면 집을 지어야 하는데, 이 집짓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집을 지으려면 땅의 입지를 분석하여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고(기획설계), 기획에 따라 건축설계도를 작성하여(계획설계) 건축 허가를 얻고, 시공자를 선정하여 집을 지어(공사), 들어가서 살고(유지 관리), 수명이 다하면 철거하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건축물의 생애주기입니다.
설계 시공 유지관리 철거 절차를 밟아나가는 데에는 기술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전 과정을 건축주가 알기 어렵습니다. 건축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집을 지으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다툼이 생기면 소송으로 발전하는데, 소송이 걸렸을 때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돈 고생, 마음고생, 시간 낭비에 좋은 인간관계도 원수로 변합니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집주인을 위하여 움직일 수 있는 기술자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씨엠(CM, Construction Management)이라 합니다. 소규모 건축물을 지을 때라도 씨엠기술자의 도움을 받길 권합니다. 씨엠기술자는 건축주를 대신하여 공사를 관리해 주는 사람입니다. 때때로 도움을 받는 것이어서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변에도 건설기술자가 많이 있을 겁니다.

전문분야의 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정해야 분쟁이란 고통에 빠지지 않습니다. 건설 분쟁은 건설기술자와 상의하여 풀어보십시오. 건설 분쟁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지만,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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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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