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 부동산] 강남에서도… 전세금 돌려주려 빚냈다/발길 끊긴 용산…주택거래 1년새 1021건→20건


강남에서도… 전세금 돌려주려 빚냈다


번지는 '헬리오發 역전세난' 집주인들 현금 구하느라 발동동

강남권에 나타난 역전세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한 채를 세놓은 A씨는 지난주 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려 세입자에게 송금했다. 계약 갱신을 앞둔 이 아파트 전세 시세가 재작년 2월보다 5000만원 내렸는데 세입자에게 돌려줄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세 낀 아파트는 담보대출 받기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가 일단 동사무소에 전출 신고를 먼저 하고 A씨가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세입자가 다시 전입신고를 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A씨는 "작년 가을만 해도 전세금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여서 이런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10일 서울 강남권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보증금을 대폭 낮춘 아파트 전세 물량을 알리는 전단이 잔뜩 붙어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는 지난주까지 1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 시세 하락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되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역(逆)전세난'이 지방을 거쳐 서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상 주택 임대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역전세난이 벌어진다는 건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도 내렸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지역 아파트나 낡은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입자들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을 때 빨리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드는 게 좋다"고 말한다.


강남권에 나타난 역전세난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10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서울 전세금 하락이 이달 첫째 주까지 15주 연속 진행 중이다. 하락 폭도 -0.01%에서 시작해 1월 마지막 주에는 -0.24%까지 높아졌다. 전세금이 '2년 전 수준' 아래로 내려간 지역이 아직 서울에서는 많지 않지만 송파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잠실엘스 외에도 리센츠, 트리지움, 파크리오 등의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2000만~5000만원 내렸다.

가장 큰 원인으로 '헬리오시티 효과'가 꼽힌다. 송파구에서는 작년 말 1만 가구 규모 단지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새 아파트 수천 가구가 전세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헬리오시티 효과는 구(區) 경계선도 넘어 헬리오시티에서 직선거리로 약 4㎞ 떨어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5000만원 내렸다. 대치동 에덴공인중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전세 시세가 잘 변하지 않는데, 헬리오시티 입주와 동시에 전세 문의가 줄면서 전세금이 뚝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사업자 급증도 전세금 상승을 막는 효과가 있다. 정부에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임대료를 1년에 5%까지밖에 못 올린다. 2017년 말 98만 채이던 전국 등록 임대주택 수는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작년 말 136만 채로 급증했다.


전세 자금 대출이 막힌 것도 한 원인이다. 정부는 작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가구의 전세 자금 대출을 완전히 틀어막았고, 집 한 채 가진 가구도 전세 자금 대출 이자를 상대적으로 더 높였다.


전세 보증 지급금, 1년 새 4배로

전국적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장병완 의원(민주평화당)에 따르면, 돈 없는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 보증 회사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액수는 재작년 398억원에서 작년 1607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평균 7.4% 이상 하락할 경우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작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용 85㎡의 평균 전세금이 4억3426만원으로, 2016년 말 4억531만원보다 7.4% 정도 높은데 이 상승분을 반납할 경우, 역전세난이 올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서울에서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는 철거되는 아파트에 비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고, 시장은 침체를 넘어 동결되다시피 한 상태"라며 "여러 조건을 봤을 때 역전세난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전세금이 서울 전체 평균으로 7%까지 내리긴 쉽지 않겠지만, 대규모 입주가 몰리는 송파·강동권과 강남권 전역의 낡은 재건축 아파트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전세보증보험은 잔여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때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위험 지역에 전세로 살고 있다면 빨리 보험에 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2008년에도 집값 하락과 잠실권 2만 가구 새 아파트 입주가 겹치며 강남권 전세 시세가 수억원 내린 적이 있지만, 바로 다음 재계약 기간이 왔을 때 원래 가격을 회복하거나 더 올랐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여파로 2021년 이후에는 다시 입주가 급감하기 때문에 전세 시세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 조선일보 




발길 끊긴 용산…주택거래 1년새 1021건→20건


    서울 부동산 시장에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여기만큼 추운 곳도 없을 것 같다. 작년 1월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이 거래되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1년 만인 올해 1월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없는 곳으로 전락한 용산구 이야기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등록된 서울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실거래 신고 기준)는 1876건에 그쳤다. 하루 평균 60건이 거래된 셈인데, 작년 1월(1만198건)과 비교하면 82%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용산구의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을 보면 무려 10% 수준인 1021건이 용산구에서 나온 거래였다. 주택 수가 많지 않은 용산구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용산구에서 신고된 거래량은 20건. 서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에 불과했다. 용산구의 거래량은 작년 1월과 비교하면 무려 98%나 줄었다.




용산구 아파트 거래량이 이렇게 많이 줄어든 이유는 우선 작년을 뜨겁게 달궜던 각종 호재성 뉴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용산역 근처 코레일 부지를 포함한 용산 개발 청사진이 곧 나올 거라는 기대와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공원 개발, 이촌동의 아파트 단지들의 통합 리모델링을 비롯해 한강맨션 등의 재건축 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지며 실수요에다 투자 수요까지 몰렸지만 상당수가 연기되거나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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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용산 통합 개발 계획 발표 보류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용산과 여의도의 통합 개발 방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발 구상 발표를 미루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촌동 A공인 대표는 "재작년부터 작년 초까지 전용면적 59㎡ 물건 위주로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지금은 투자수요는 아예 찾기 어렵고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최근 공시가격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 등까지 복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보면 용산구는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많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용산이 당분간 지금과 같은 냉각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개발 호재가 하나씩 가시화하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각종 개발을 주도할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다 보니 용산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져 있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까지 맞물려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냉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 계획이 가시화하면 다시 열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터라, 규제에 따른 시장 위축이 지속되고 용산 개발 계획도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서울에서 개발 여지가 많이 남은 지역이라 시장 분위기가 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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