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만성통증 치료 방법 찾았다"

"난치성 만성통증 치료 방법 찾았다"


알렉산더 데이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연구원

오석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팀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성 만성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 


오석배 서울대 교수


알렉산더 데이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연구원과 오석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팀은 통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말초신경 손상을 면역세포를 이용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밝혔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7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먼저 쥐에게 물리적 외상을 가하거나 약물로 당뇨병을 유발하고 항암제를 투여해 말초신경을 손상시킨 뒤 변화를 관찰했다. 외상과 당뇨병, 항암제 투여는 실제로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관찰 결과, 파괴된 말초신경 표면에 RAE-1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은 NK 세포의 표면에서 ‘안테나’ 역할을 하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물질로, 수용체와 결합할 경우 NK 세포를 마치 스위치를 켠 것처럼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활성화된 NK세포는 독성물질을 분비해 손상된 세포의 세포막을 녹이고 세포질을 해체해 제거한다.




오 교수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의 경우 RAE-1이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이 잘 밝혀져 있다”며 “똑같은 과정이 말초신경 부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NK 세포가 손상된 말초신경을 제거한 자리에서는 다시 새로운 신경이 자라나 기능을 회복했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과 달리 재생이 가능하다.


① 당뇨, 외상, 항암제 등으로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②손상된 신경은 저절로 퇴화된다. ③미처 제거되지 못한 손상된 신경은 자연살해세포가 활성화돼 제거한다. ④이를 통해 신경의 재생이 일어나며 ⑤만성적 통증으로부터 회복된다. -사진 제공 서울대



연구팀은 NK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오 교수는 “말초신경에 RAE-1 단백질의 양을 인위적으로 늘리자 NK 세포가 몰려들어 손상된 신경 말단을 제거했다”며 “면역치료법이 만성 통증의 근본적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0년이 넘는 긴 노력 끝에 얻은 결과다. 오 교수는 "제1저자인 알렉산더 데이비스 연구원이 박사후연구원으로 온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며 "통증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연구비 지원이 끊겨 연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구팀은 NK세포 전문가 등과 함께 환자 대상 실험을 해 이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시킬 계획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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