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가 남긴 험난한 길] 이젠 예산 확보 전쟁...사업비 쪼그라들 수도

[예타면제가 남긴 험난한 길] 

이젠 예산 확보 전쟁...사업비 쪼그라들 수도


산 넘어 산...칼자루 쥔 기재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 숙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한 가운데 2라운드로 예산 확보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사업은 시행하되 사업계획의 적정성은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정 당국의 예산 가위질이 예고된 상태다.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대패질 당할 공산이 크다. 이번 프로젝트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3개 예타 면제 사업의 후속 절차를 관계부처와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사업비·추가 대안 따져


비용만 분석해 감액 공산 커

남부내륙철도 등 대형 SOC 차질 우려


철도·도로사업은 올해 신규 사업 조사설계비 등의 예산으로 기본계획 수립 등을 우선 진행한다. 공항 건설과 연구·개발(R&D) 사업 등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다. 나머지 사업도 2019~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때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예타 면제 대상사업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그러나 이들 예타 면제 사업 추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업은 시행하되 사업비의 적정성과 더 효율적인 대안 등을 따져보기로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통해 예타 면제 대상사업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사업 규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한 잠정치다. (정부로선) 검증해본 적이 없으므로 사업계획이 적정한지, 추가적인 대안은 없는지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예타와는 다르다. 예타는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을 분석해 경제성을 따진다. 가령 100원의 돈을 썼을 때 얻게 되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는 식이다. 반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편익은 고려치 않고 비용만을 따진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치면서 사업비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적잖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예타는 B/C를 보수적으로 분석하므로 사업비는 늘리고 편익은 낮춰서 분석한다고 이해하면 쉽다"며 "이에 비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비용만을 보기 때문에 신청 예산을 깎아낸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한 KDI는 비용을 추산할 때 예비비(10%)를 포함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업비 규모가 신청 금액보다 커지는 구조다. 신청된 사업비가 100억원이라면 KDI는 지출 규모를 110억원으로 보고 비용이 적정한지를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지자체로선 예타 면제로 국비를 지원받아 숙원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사업비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재정 당국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해 사업비를 잘라낼 것"이라며 "항목별 지출단가나 부대비용을 줄이면 사업계획을 변경하지 않아도 사업비를 감액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평택∼오송 복복선화(3조1000억원),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 등이 감액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연합뉴스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정확한 사업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항공전문가들도 초기 수요가 충분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 항공전문가는 "확장성을 고려할 순 있으나 수요를 무시하고 현재 알려진 조감도처럼 무리해서 여객터미널을 짓는다면 과다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타 면제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지자체들은 이제는 원안대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더 치열한 2라운드에 돌입해야 하는 처지다.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충분한 예산을 적기에 확보하는 게 관건인 만큼 지역 정치권을 총동원한 예산 확보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요구했다면 감액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증액 사례는 생각나지 않지만) 거꾸로 사업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한 관계자는 "예타라면 수요를 늘리려고 사업계획을 바꿔 노선을 연장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비용만을 따지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서 사업비가 증액된 사례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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