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이런 술이 있다…10~20만원대 국내 프리미엄 소주


한국에도 이런 술이 있다…10~20만원대 국내 프리미엄 소주

    국내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 평균 20% 이상씩 성장해 2018년에는 매출 규모가 300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달라진 음주 문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밀려들어오는 수입 주류들을 다양하고 손쉽게 접하게 되면서, 좋은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졌다. 또한 과거처럼 술을 빨리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 잔을 마시더라도 합리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소주

전통주의 인기가 확산되면서 전국 각지의 술도가들이 생산하는 전통식 소주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각 도가에서는 20~30만원 대 프리미엄 라인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해 ‘전통주’ 하면 저렴하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붙기 위해서는 원료, 물, 숙성, 제조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정·감미료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F&B 전문 콘텐트 회사 PR5번가 대표로, 우리 술을 널리 알리고자 전통주 소개 사이트 ‘대동여주도(酒)’와 주류 전문 영상 사이트 ‘니술냉 가이드(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민씨가 멋진 명절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한국의 프리미엄 소주 8개를 추천했다.  

이강주

와인이나 사케에만 매그넘 사이즈의 댓병이 있다? 그렇지 않다. 용량이 무려 3리터. 게다가 도자기로 돼 있어 외형과 사이즈(27cm×27cm×33cm)로 압도한다. 임팩트 있는 명절 선물을 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가격 13만원.

이강주는 선조시대 때부터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로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종 때 한미통상조약 체결 당시 건배 주로 쓰일 만큼 국가를 대표하는 술이었고, 현재 전통식품 명인 9호 조정형 명인이 빚고 있다. 직접 만든 소주에 배(梨)와 생강(薑)이 들어간다고 해 이강주(梨薑酒)라는 이름이 붙었다.   


옅은 노란색을 띄어서 술꾼들 사이에서는 ‘여름 밤 초승달 같은 술’로도 불린다. 매콤하고 감칠맛이 나며, 숙취가 없고 뒤가 깨끗한 것이 특징. 배와 생강 외에 계피·울금 등의 한약재가 가미되어 신경안정과 피로 회복에 좋다.  
 
삼해소주  

‘서울의 술’이 삼해소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이자 1000년 역사의 명주다. 입안에서 퍼지는 쌀의 농축미는 말 그대로 ‘예술’이다. 증류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맛볼 것을 추천한다. 알코올 도수 45도, 용량 400ml, 가격 7만7000원. 

송절주, 향온주, 삼해약주와 함께 서울시에서 무형문화재 술로 지정한 4개의 술 중 하나. 고려시대에도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풍류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예부터 쌀이 많이 들어가고 증류한 뒤 얻게 되는 소주의 양이 적어 고급술에 속했다.   


재료는 맵쌀과 찹쌀, 물과 누룩. 1년에 딱 한차례 빚는 삼해주는 정월 첫 돼지날, 해(亥)일에 밑술을 담근다. 이어 돼지날마다 두 번 더 덧술을 해서 익힌다. 보통 100일의 숙성 시간이 필요해 ‘백일주’로 불리기도 했고, 버들가지 꽃이 나올 때쯤 마신다고 해서 ‘유서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러 번의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과 향이 깊다. 세 번에 걸쳐 맛을 보길 권한다. 마실 때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이 조금씩 바뀌며 마지막 세 번째 잔에서 그 맛과 향이 극대화 된다.  
 




미르54 

미르는 도수가 22, 40, 54도 등 총 3가지로 나뉜다. 그 중 40도는 지난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54도는 도수가 더 강하지만 맛이 깊고 강렬하다. 정헌진 도자기 작가가 만든 단아한 도자기 병에 담아 품격을 더했다. 용량 500ml, 가격 13만원.



1450년대 『산가요록(山家要錄)』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 제조법을 이용해 내린 전통 증류주로 영산 신씨(辛氏) 가문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고 있으며 현재 술샘의 신인건 대표가 3대를 잇고 있다. 술샘은 경기도 용인에서 쌀과 누룩만으로 전통주를 제조하는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양조장이다.  
미르는 용인 백옥쌀과 누룩, 물이 주재료다. 발효를 촉진시키는 조효소제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방식으로 청주를 빚은 후 6개월 숙성시킨 후 동증류기로 상압 증류하여 만든다. 상압방식은 증류기의 압력을 전통방식인 소줏고리와 같은 압력으로 진행하는 방식. 맛이 좀 더 강하며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다. 미르는 용(龍)의 순 우리말이다. 이름 때문일까. 맛에서 용의 강건함이 느껴진다.  
 
타미앙스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제세팔선주’로 강호가도 대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추성주를 증류한 술이다. 1년에 약 1000병만 한정 판매한다. 도자기 병이 멋스러워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다. 용량 1,000ml, 알코올 도수 40도, 가격 15만원



추성주는 담양의 옛 이름 추성현(秋城縣)의 이름을 잇고 있는 술로 1000년의 맥을 이어온 담양의 명주다. 조선시대 강호가도(江湖歌道)의 대가라고 불리는 송순 및 송강 정철 등이 즐긴 약주가 추성주란 것이 당대에 알려지면서 조선시대 중엽에는 명주로서 그 명성을 떨쳤다. 그 뒤 왕의 진상품이 됐고 고관대작에게 보내는 상납주로도 각광 받았다. 지금은 담양 추성고을 양대수 명인이 술을 빚고 있다. 추성주의 주원료는 찹쌀, 멥쌀, 구기자, 오미자, 산약, 갈근 등의 10여 가지 한약재. 타미앙스(담양의 프랑스식 발음)는 추성주를 2번 증류해 대나무 통에서 숙성한 술이다. 은은한 황금색을 띄며, 한약재에서 우러나오는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알싸한 맛이 일품이며, 뒤끝이 깨끗하다.  

고운달  

오미자로 만든 최고급 증류주 고운달은 한국의 많은 프리미엄 증류주 중 가장 고가의 술이다. 외국인 VIP에게 선물할 좋은 술을 찾는다면 단연 이 술을 추천한다. 고운달 백자 알코올 도수 52%, 용량 500㎖, 가격 36만원.  



마스터 블랜더이자 양조의 대가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의 필생의 역작이다. 그는 36년간 세계적 양조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며 양조기술을 터득해 세계적 주류회사에서 일했으며, 한국 대표 위스키인 윈저와 골든블루 등의 제품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세계명주 개발”을 목표로 양조 적성에 가장 적합한 한국의 재료를 찾은 것이 바로 오미자. 위스키를 만드는 보리나 옥수수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오미자로 5년 이상 숙성해 만든 술이 바로 고운달이다.   

백자와 오크 두 종류로 출시되는데, 고운달 백자는 한국 전통의 문경도자기에서 숙성해 오미자 본연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맑고 투명한 증류주다. 고운달 오크는 오크통에서 숙성해 오미자 본연의 맛과 향에 오크향이 조화롭게 가미된 고급스러운 골드컬러를 띤다. 맛은 어떨까? 오미자 특유의 복합미가 느껴지며 50도의 도수가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기분 좋은 맛. 세계의 어떤 술과 비견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술이다.  

솔송주 프리미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로 선정돼 화제가 된 솔송주의 증류주 버전으로, 선비의 고을 개평마을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패키지에 고급스럽게 담겼다.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청아하고 깊은 향을 통해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느낄 수 있는 술이다. 알코올도수 40도, 용량 700ml, 가격 8만원. 



솔송주는 경남 함양의 사대부가 하동 정씨 정여창 선생 집안에서 내려온 500년 비법의 고급 증류주다. ‘조선 동방오현(東方五賢)’ 가운데 한 사람이자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 선생(1450∼1504)의 집에는 선비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명망 있는 선비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는데 그때 손님들에게 내놓은 가양주가 바로 솔잎·송순으로 빚어낸 솔송주다.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유명했으며, 술을 빚기 위해 들어간 쌀이 많게는 한 해 300석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500여 년 동안 집안 대대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던 솔송주 비법은 현재 박흥선 명인에게 전수되어 꽃을 피웠다.   


주재료는 솔잎과 봄에 채취한 송순, 토종 찹쌀, 곡자(누룩), 맵쌀. 모두 함양군에서 생산되는 1급 재료만 쓴다. 물도 지리산 청정 암반수를 사용한다. 완성된 솔송주는 13도의 약주와 40도의 증류주로 나뉜다. 40도의 경우 5년간 저온 숙성 기간을 거친다. 입안에서 은은히 퍼지는 소나무 순의 향과 솔잎의 신선함을 입안 가득히 느낄 수 있으며, 맛이 부드럽고 뒤끝이 없다.  

무작

변호사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지닌 양조인 정회철씨가 만드는 무작(無作)은 세련된 유리병 디자인과 패키지,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볼거리·이야기 거리가 풍부한 술이다. 전통을 고집하는 양조장의 철학과 고집이 고스란히 담겨 더욱 매력적이다. 강원도 홍천의 예술주조에서 출시하며 알코올 도수 53도, 용량 500ml, 가격 20만원. 

정회철씨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8년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위장취업으로 파업을 주도한 경력 탓에 원하던 판사 대신 변호사로 활동했다. 뒤늦게 사법연수원 시절 쓴 헌법학 책이 인기를 끌면서 신림동에서 이른바 ‘1타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교수를 지냈다. 어느 날 원인불명의 병이 찾아와 전국을 유랑하게 됐고, 전통주 빚기에 빠져 양조장을 시작했다. 상호명인 ‘예술’은 예부터 내려오는 술이라는 뜻으로, 주조 방식은 전통을 고집한다.   

무작(無作)은 조선시대 ‘적선소주’를 원류로 하는 증류식 소주. 말 그대로 ‘일부러 꾸미지 않았다’는 뜻. 즉 순수함을 뜻한다. 첨가제를 일체 넣지 않고 누룩과 홍천 쌀만으로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단식증류기로 2회에 걸쳐 증류하고, 2년 이상 숙성 시켰다. 53도의 높은 도수지만 목 넘김은 상당히 부드럽다. 입안에서 향이 길게 남으며 은은한 꽃향, 과실 향도 느낄 수 있다. 

천매

맛과 향미가 뛰어난 황매를 활용해 5년 숙성한 매실청과 40도의 황매실주를 블렌딩한 매실 증류주. 매화 수묵화가 그려진 오동나무 케이스로 격조를 살렸다. 알코올 도수 30도, 용량 600ml, 가격 15만원



더한주류에서 생산하고 있는 매실원주는 국내 최초로 매실 100%로 만든 매실주다. 72%나 되는 높은 주세를 감수하면서 100% 매실주 원액만을 사용해 매실원주를 만들고 있다. 향미가 훨씬 뛰어난 황매를 주재료로 하는데,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등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황매로 만든 매실주는 깊은 황금빛을 띄며 첫 맛은 부드럽다. 매실주 원액과 매실청, 꿀이 주 재료로 매실 고유의 맛이 잔잔하게 입안에 퍼질 때쯤, 천연 꿀의 감칠맛이 풍부하게 뒷맛을 감싸준다.  
글=이지민(전통주 전문가) 정리=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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