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대 바이오 유망 기술

2019년 10대 바이오 유망 기술


근육 생기는 약,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등 선정


   운동하지 않아도 운동한 것처럼 근육감소증을 치료하는 약과 몸 안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기술, 플라스틱 분해하도록 DNA를 '설계'한 인공 미생물 등이 올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낼 생명과학, 의학 기술로 꼽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선정해 29일 발표했다. 생명연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국내외 논문 동향을 조사한 뒤 전문가 자문과 인터뷰 통해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국내외에 미칠 여파가 클 주제를 선정한 결과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10대 미래유망기술에 바이오 분야가 2~3개씩 똑 포함됐는데, 2018년에는 정밀의료와 인공고기 등 무려 6개가 포함될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며 “생명과학 분야에서 과학과 기술의 융합이 중요해진 시대에 맞춰 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장(맨 뒤)이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자체 개발한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운동하지 않아도 운동한 효과 내는 고령자용 ‘운동모방 약물’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한 효과를 내는 치료약이다. 노화가 진행되며 근육이 노쇠해지는 ‘근감소증’은 심각한 노년기 질병으로, 운동이 자유롭지 않은 고령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약물로 운동을 한 것처럼 근감소증을 완화하는 방법이 현재 연구되고 있다. 근감소증 치료약을 포함한 항노화 기술은 세계 시장이 2015년 기준으로 317조 원에 달하는 분야로 산업 가치가 크다. 한국은 이미 2017년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기에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항노화 중에서도 운동모방 약물 치료기술은 아직 초창기 기술로 꼽힌다. 생명연은 “향후 5년 내에 혈액 안에서 운동 효과를 내는 유전자나 단백질, 대사물질에 대한 데이터 확보를 끝내고 효능을 밝혀, 10년 뒤에는 노화를 되돌리는 인자를 대량생산하고 혈액 속 운동효과 인자를 바탕으로 노화 속도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키트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주목할 연구팀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프랑스 툴루즈대가 꼽혔으며 아직 시작 단계다. 한국에서는 생명연이 연구에 착수했다.


 

환자 개인 세포로 맞춤형 면역치료제 생산

항암 면역치료제는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만큼 장래성이 높은 분야다. 아직은 약 특정 암 환자의 20%에서만 효과를 보이는 등 한계가 있지만, 제3세대 항암제로 꼽힐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오가노이드(미니장기)’ 기술을 접목한 개인맞춤형 면역세포 항암치료가 역시 미래유망 바이오기술에 꼽혔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입체 형태로 키워 장기와 비슷한 모양과 구조를 갖도록 만든 것이다. 암환자라면, 암 환자 자신의 암세포를 키워 암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암세포는 개인별로도 다르고 암이 생겨난 조직별로도 다른데, 암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연구하면 환자 개인 또는 기관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할 ‘플랫폼’이 마련된다. 여기에 면역 항암제를 접목하면 개인맞춤형 면역 항암제가 탄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 오가노이드에 존재하는 특정한 유전자나 단백질 분자를 목표로 해, 그 단백질을 지닌 세포(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면역세포를 교정한 뒤 다시 체내에 넣을 수 있다.


생명연은 향후 5년 이내에 다양한 암 종류별 오가노이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도 일부 사용화된 유전자 교정 면역세포 치료법(CAR-T 등)을 개선해, 10년 뒤에는 환자 맞춤형 항암 면역치료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암 오가노이드 기술은 네덜란드가, CAR-T 면역치료제는 미국에서 상용화 및 판매 허가돼 있는 상태다. 미국은 2016년부터 ‘암 문샷 2020’ 계획으로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 암 오가노이드 개발은 일부 진행중이지만, 면역치료제는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는 게 생명연의 진단이다.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진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생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이 시급해진 이유다. -사진 제공 블루픽셀이미징


플라스틱 오염 해결할 유전자 ‘설계’ 인공 미생물

플라스틱은 최근 떠오르는 환경 문제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2018년 과학 이슈 수위에 들 정도로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WEF는 2016년,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정도다.




최근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가진 뛰어난 대사 능력을 이용해, 마치 미생물을 일꾼처럼 부려서 골칫덩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방법을 찾고 있다. 워낙 다양한 미생물이 지구에 존재하다 보니, 플라스틱을 먹고 분해시키는 미생물도 자연에는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미생물을 발굴한 뒤 효소를 분리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지의 미생물 게놈을 한꺼번에 읽은 뒤(메타게놈 해독) 거기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능이 좋은 효소를 선별하는 탐색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효소를 지닌 미생물을 직접 DNA를 조립해 만드는 합성생물학 기술도 접목하고 있다. 


이 분야의 혁신은 2016년 일본에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페트(PET)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하면서 일어났다. 스페인에서도 2017년 플라스틱을 먹고 분해하는 곤충을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영국과 중국 등에서 플라스틱 분해 곰팡이나 박테리아를 발견하거나 효소 구조를 밝혔다. 이 분야는 한국도 선도국가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팀은 PET 분해효소의 구조를 밝혔고 활성을 개량했다. 또 발상을 바꿔 자연 분해가 쉬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미생물로 생산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최종 선정된 2019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미토콘드리아 교정해 작물 생산 높이고, DNA로 정보 저장

그 외에 세포 내 기구인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교정해 식물의 대사를 높이고 작물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기술과, 빛을 이용한 암세포를 파괴하는 광의학 기술, 식물을 이용해 동물 및 인체용 백신을 생산하는 기술, DNA를 기록매체로 이용하는 분자 레코딩 기술 등이 유망 기술로 꼽혔다. DNA는 이론상 1g에 정보를 4억 5000만 테라바이트(TB)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좋아 세포 내 신호전달 등 생명 현상을 직접 DNA에 기록해 질병이나 작물 연구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바이오 분야에서 향후 기술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연구개발 주제를 제안한 게 의의”라며 “이번에 선정된 미래유망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