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3구역 개발 냉면집 논란] "14년을 기다렸는데 재검토라니"…토지주들 '반발''

[세운3구역 개발 냉면집 논란] 

"14년을 기다렸는데 재검토라니"…토지주들 '반발''


세운3구역 토지주, 서울시에 탄원서 제출 

"우여곡절끝에 사업승인 났는데…오락가락 행정에 울분"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 보존을 위해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발을 기다리던 일부 세운3구역 토지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14년 간의 논의 끝에 사업승인을 받았는데, 뒤늦게 일부 식당 보존을 이유로 사업을 지연시키겠다는 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세운3구역 토지주 200여명은 23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재검토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을지면옥이 위치한 세운3-2 구역에서 평균 15평 내외의 토지를 소유한 영세토지주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들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정비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 관계자들이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세운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세운3구역 일대의 재개발을 예정대로 추진해 달라고 주장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앞서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에 따라 철거 예정이던 세운3구역 내 을지면옥, 양미옥 등 노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검토 하고, 공구상가가 밀집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전통산업 보존을 비롯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정비사업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토지주는 "을지면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주하는 것인데, 아무리 서울시와 서울시장이라고 해도 며칠만에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오락가락 행정에 울분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토지주는 "현장의 건물들은 비가 줄줄 새고, 하수구를 화장실로 사용할 정도로 낙후돼있다"면서 "연기할 것을 연기해야지, 일부 식당의 보존 문제로 오랜시간 기다려온 토지주들에게 또 다시 기다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1일과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도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정책혼선으로 십여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어 지지부진하다보니 지주들 모두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토지담보대출 등 금융비용으로 일부 지주들이 고통받았고, 지금도 수십여명의 지주들 토지에 대해 경매절차가 진행중"이라고 적었다. 이어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로 숙원사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하루아침에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3년 여 동안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 절차까지 마쳐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을 이제와서 전면 재검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22일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을지면옥'의 모습.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에 따라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본격화되면서 을지면옥, 을지다방 등 일명 노포들이 철거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와 자신의 SNS를 통해 재개발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97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종로구 장사동, 중구 을지로동ㆍ광희동 일대는 2006년 10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세운재정비 촉진지구'로 발표하며 관련 사업이 추진됐다. 당초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논의되다가 2014년 이를 중ㆍ소 규모로 분할하는 변경안이 최종결정 돼 속도를 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세운3구역 일부 건물에 대한 철거공사가 시작되면서 일부 노포 영업주와 토지주, 공구상가 상인 등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특히 을지로 3가역 5번출구 앞에서 30년 이상 영업해 온 평양냉면 집이자 2015년 서울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이 철거된다는 소식이 도화선이 돼 논란이 확산됐다. 


세운3구역 좁은 골목 안쪽에 이어져 있는 소규모 공구상가 모습. /사진=김현정 기자 alphag@





이에 서울시는 '도심 전통산업과 노포 보존'에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중구청과 협의해 세운3구역 내에서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노포 을지면옥과 양미옥을 '강제적으로는' 철거하지 않겠다는 데 까지만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이후 협상에 성공해 전면 철거 후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도, 보존 노포를 제외한 별도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다. 현재 해당 구역 토지를 소유중인 을지면옥과 양미옥 영업주 및 토지주는 정비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결정된 기존의 '원칙'을 뒤집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래된 유명 식당이 문 닫으면 안된다는 논리로 사업이 보류되고 지연되는 선례를 만든다면, 향후 추가적인 정비사업 논란과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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