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운동이 필요한 이유 Not So Different Finding Human Nature in Animals

Not So Different Finding Human Nature in Animals

Nathan H. Lents

Columbia University Press


Animals fall in love, establish rules for fair play, exchange valued goods and services, hold "funerals" for fallen comrades, deploy sex as a weapon, and communicate with one another using rich vocabularies. Animals also get jealous and violent or greedy and callous and develop irrational phobias, just like us. Monkeys address inequality, wolves miss each other, elephants grieve for their dead, and prairie dogs name the humans they encounter. Human and animal behavior is not as different as once believed.





 

우리 몸에 운동이 필요한 이유


이래서 사람과 개는 ‘환상의 커플’인가보다.


   "생물 다양성은 대사 다양성이다."(허먼 폰처 미국 듀크대 교수)


   최근 미국 뉴욕시립대 생물학자 네이선 렌츠 교수의 책 ‘우리 몸 오류 보고서’를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몸에는 진화과정에서 일어난 온갖 결함들이 산재해 있어서 번거로움과 질병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책의 2장 ‘부실한 식사’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 몸의 오류’는 아니다. 음식에서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해야만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건 그럴 수 있었던 환경에 적응한 결과인데 훗날 ‘부실한 식사’를 하게 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C로 불리는 아스코르빈산으로 대다수 동물은 몸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 아니다. 그런데 영장류와 과일박쥐 같은 몇몇 동물은 아스코르빈산을 생합성하는 효소 유전자가 고장나 만들지 못해 음식물에서 섭취해야만 하는 비타민이 된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원숭이와 유인원)와 과일박쥐는 여전히 과일과 잎을 주식으로 하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 반면 사람은 식단이 제각각이라 가난이나 특수한 상황(예를 들어 수백 년 전 장기 항해)으로 비타민C가 결핍된 음식을 계속 먹게 되면 괴혈병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다.


저자는 책에서 “대다수 동물은 매일 똑같은 먹이를 먹고도 잘만 살지만, 인간은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려면 말도 안 되게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한탄하고 있다.


침팬지는 정적인 생활 해도 건강

그런데 만일 저자가 이 책의 2판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 장(chapter)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상당한 수준의 신체 활동인 운동을 해야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우리 몸 오류’이기 때문이다.


 

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하루 1만 보를 걸으려면 두세 시간을 할애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몸의 생리가 오늘날 사람들 다수에게 ‘우리 몸 오류’인 이유다. 강석기 제공




오늘날 사람들 다수는 기초대사율 수준의 활동만으로도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매일 따로 ‘1만 보’를 걷거나 이에 상응하는 운동을 해야 하니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뭐 우리만 그런가? 동물인 이상 움직여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월간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글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유독 많은 신체 활동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


미국의 듀크대의 진화인류학자 허먼 폰처 교수는 ‘우리 몸은 운동을 위해 진화했다(Evolved to Exercise)’라는 제목의 글을, 박사과정 학생이던 20여 년 전 처음으로 아프리카 침팬지 현장연구를 떠났을 때를 회상하며 시작하고 있다.


그때까지 동물원이나 실험실에서만 침팬지를 본 폰처는 야생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침팬지 무리를 지켜볼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흥분해 우간다 키발리국립공원에 짐을 풀었다. 그러나 며칠 동안 침팬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크게 실망했다. 동물원의 침팬지나 야생의 침팬지나 무대만 바뀌었을 뿐 일상에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먹기와 털고르기처럼 앉아서 보내고 잠도 오래 자지만 대사질환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몸의 생리가 정적인 생활에 적응돼 있기 때문이다. 곰비국립공원 제공


아침 일찍 일어나 실컷 먹고 한두 시간 낮잠을 자거나 동료와 털고르기를 주고받다가 다시 먹고 또 낮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놀다가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나무 위에 잠자리를 만든 뒤 잠든다.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8~10시간은 쉬거나 털고르기를 하거나 먹으며 보내고 9~10시간을 잔다.


사람은 따라 하지 못하는 ‘고난이도 운동’인 나무 오르기는 하루 평균 100m에 불과한데 이는 사람이 1500보 걷는 수준의 운동량이다. 침팬지의 하루 신체 활동을 걷기로 환산하면 아무리 후하게 쳐도 5000보가 안 된다.




이처럼 평생을 게으르게 살아도 침팬지나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은 심혈관계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반면 하루 평균 5000보 수준의 ‘정적인 생활’을 하는 미국인은 10명에 한 명꼴로 당뇨병이 있고 사망원인의 25%가 심혈관계질환이다.


우리가 걷은 횟수를 측정하는 장치를 ‘만보계(萬步計)’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하루 1만 보는 걸어야 건강이 유지된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폰처 교수는 이런 적응이 약 200만 년 전 수렵채취인인 호모속 인류가 등장하면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늘날에도 수렵채취인으로 사는 탄자니아 하드자 사람들의 일상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9~14㎞(1만2000~1만8000보)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람들에서 대사질환이 거의 나타나지 않음을 물론이다. 이는 산업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영국에서 수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계 건강이 가장 좋은 직업은 글래스고의 우체부로 하루 평균 1만5000보를 걷는다고 한다.




우울증을 비롯해 오늘날 만연한 정신적 문제도 운동 부족이 원인 가운데 하나다. 뇌는 우리가 움직이며 공간을 탐색할 때 근육 및 감각기관과 정보를 주고받는 일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데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으니 할 일이 없어져 때때로 오작동하는 정신적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 아닐까.


학술지 ‘랜싯 정신의학’ 2018년 9월호에는 적당한 운동이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영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123만여 명의 설문조사를 분석해 이전 달에서 정신건강이 안 좋았던 일수가 운동을 했을 때 안 했을 때보다 1.5일(43%)이나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 모든 운동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됐지만, 특히 단체경기와 사이클링, 에어로빅 같이 재미도 있는 유산소운동이 효과가 컸다.


하루 7시간 만 자도 충분한 이유

숲에서 과일이나 잎을 따 먹으며 유유자적하는 유인원과는 달리 숲을 벗어난 우리 조상은 먹을 것을 구하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걷거나 뛸 수 있도록 몸의 구조뿐 아니라 생리도 바뀌었다.


침팬지(왼쪽)과 사람의 몸 구조 실루엣으로 침팬지는 상체가 사람은 하체가 발달해 있다. 근육의 성격도 달라 속근이 3분의 2인 침팬지는 엄청난 힘으로 쉽게 나무를 오를 수 있는 반면 지근이 3분의 2인 사람은 먼 거리를 걷거나 뛸 수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예를 들어 침팬지의 근육은 3분의 2가 속근(fast muscle)이고 3분의 1이 지근(slow muscle)인 반면 사람은 그 반대다. 따라서 침지의 근육은 순간의 힘을 내는 데 뛰어나고 사람의 근육은 지구력이 필요한 활동에 알맞다. 지난 2017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같은 크기일 때 침팬지 근육은 사람 근육에 비해 1.35배 더 힘을 낼 수 있다.




침팬지는 상체가 발달해 있고 팔이 길고 근육량도 많아 힘이 사람의 두 배가 넘는다. 덩치가 큰 고릴라 수컷은 대여섯 배에 이른다. 1대 1로 붙으면 사람이 고릴라는 물론 침팬지의 상대가 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걷고 달리는 데는 이들이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사람은 먹을 것을 구하려면 오랜 시간 걷고 달려야 했기 때문에 수면 시간도 줄었다. 하루 9~10시간 자는 대신 7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하게 뇌의 생리가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잠을 줄여 얻은 하루 두세 시간 가운데 일부를 운동하는데 할애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만이 신체 활동을 많이 해야만 건강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영장류 가운데서는 우리가 유일하지만, 포유류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장거리 이동에 적응한 몇몇 동물들도 그렇다.  말이나 누(gnu)같이 무리 지어 풀을 찾아 이동하며 살아가는 초식동물이나 하이에나나 늑대처럼 여럿이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육식동물이 그렇다.


개는 계통분류학의 관점에서는 침팬지보다 훨씬 먼 친척이지만 심신의 건강을 위해 상당량의 운동이 필요한 생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가깝다. 매일 개를 산책시키는 정성으로 우리 몸도 챙긴다면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고 보면 말이나 개(늑대의 후손) 역시 사람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수천 년이나 수만 년 전 사람에게 길들여진 뒤에도 이들은 여전히 몸을 많이 쓰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불과 100년 사이 말은 자동차와 기차에 직업을 빼앗기고 개는 대다수가 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의 반려동물이 되면서 몸을 쓸 일이 없어졌다. 그 결과 오늘날 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 말과 개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따로 운동을 시켜줘야 한다.


지난 2017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개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1인 가구에서는 36%나 낮았고 2인 이상 가구의 경우도 15%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반려견이 주는 정서적인 효과(둘 다 사회적 동물이다)와 함께 개를 산책시키며 사람도 운동을 더 하기 때문 아닐까.


이래서 사람과 개는 ‘환상의 커플’인가보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동아사이언스


edited by kcontents




In Not So Different, the biologist Nathan H. Lents argues that the same evolutionary forces of cooperation and competition have shaped both humans and animals. Identical emotional and instinctual drives govern our actions. By acknowledging this shared programming, the human experience no longer seems unique, but in that loss we gain a fuller appreciation of such phenomena as sibling rivalry and the biological basis of grief, helping us lead more grounded, moral lives among animals, our closest kin. Through a mix of colorful reporting and rigorous scientific research, Lents describes the exciting strides scientists have made in decoding animal behavior and bringing the evolutionary paths of humans and animals closer together. He marshals evidence from psychology, evolutionary biology, cognitive science, anthropology, and ethology to further advance this work and to drive home the truth that we are distinguished from animals only in degree, not in kind.


ABOUT THE AUTHOR

Nathan H. Lents is professor of biology and director of the Macaulay Honors College at John Jay College, part of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He is the author of Human Errors: A Panorama of Our Glitches, from Pointless Bones to Broken Genes (2018). Lents also maintains the Human Evolution Blog and writes for Psychology Today under the tagline “Beastly Behavior: How Evolution Shaped Our Minds and Bodies.”

https://cup.columbia.edu/book/not-so-different/9780231178334

kcontent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