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먹거리 없는 국내보다 골드만삭스형 해외건설 투자에 치중

건설사들, 먹거리 없는 국내보다 골드만삭스형 해외건설 투자에 치중


국내외 사업환경 악화

단순시공 대체 사업모델로 다시 주목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이 올들어 해외 투자개발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국내 주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등 국내외 사업환경이 악화되자 프로젝트 발굴, 금융조달, 시공·운영·관리를 원스톱 처리하는 골드만삭스형 건설이  단순시공을 대체할 사업모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 투자개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대표주자가 국내건설업계의 맏형 현대건설이다. 정진행 부회장 부임 이후 건설명가 재건의 기치를 내건 현대건설은 애증의 땅인 중동의 이라크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라크는 (도로 , 교량 등) 사회 기반시설이 모두 무너졌다. 다 부서져서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현지에서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PPP사업인 세계 최장 현수교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한국건설신문


해외건설 수주 부진 돌파구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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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이라크 투자개발 시장에 주목하는 데는 현지 정부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주효했다. 지난 2003년 대규모 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내건 미국과의 전쟁으로 주요 시설물이 파괴된 데다, 지금은 퇴출당한 IS(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점령 이후 교전으로 상황이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도로와 교량을 비롯한 재건수요는 크지만, 현지 정부의 주머니가 아직은 얇다는 뜻이다.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모여 감산문제를 논의할 때 늘 감산 기한을 가급적 줄이자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적 나라가 이라크이다. 내다 팔 자원은 석유가 유일한데, 감산 기간이 길어지면 당장 손에 쥘 달러가 줄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지난 1980년대 이라크 공사 미수금이 쌓인 데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 등)결정타를 맞았다”며 “이러한 점을 앞세워 이라크측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는 국내 건설사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큰 중동 지역에서도 “현대건설의 브랜드가 여전히 먹히는 대표적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개발은 시공에 치중해온 국내 건설사들이 주시해온 복합형 사업이다. 공사를 수주해 완공한 뒤 발주처에 넘기는 단순시공과 달리 ▲프로젝트발굴과 기획 ▲지분투자 ▲금융조달 ▲건설·운영·관리까지 건설사가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동아시아와 중동 등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의 저가 공세를 비껴갈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직접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이 높고, 일본, 중국 등과 견줘 금융지원 등 국가적 뒷받침이 부족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해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저가수주 등 출혈경쟁을 하며 공멸의 위기에 빠진 건설업을 레드오션의 늪에서 구할 동아줄로 받아들여 졌지만, 미국·유럽 등지의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중국 등에 비해서는 금융부문의 실탄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더불어 투자개발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또 다른 건설사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새해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주베일에 연간 8만t 규모의 폴리부텐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고, 오는 2024년부터 직접 상업운전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대림산업은 앞서 지난해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의 미국 자회사와 공동으로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약정을 체결하는 등 이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 SK건설을 비롯한 주요건설사들도 해외투자개발 시장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동아시아국가 등과 약정을 맺어 댐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실탄을 대 직접 짓고, 추후 해당국은 물론 인근 국가에 전기 등을 판매해 발생하는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호주의 맥쿼리가 서울메트로 9호선의 대주주로 들어와 운영 수익일부를 챙기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대한전문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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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투자개발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하는 국내외 건설시장 환경을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는 ‘단순 시공’만으로 헤쳐가기가 점차 버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개발사업은 가치 사슬의 폭이 넓어 시장 수요 예측과 금융 위험 관리 등 고도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하지만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대금을 나눠 받고, 완공된 토목 시설물이나 건물 등을 발주처에 넘기면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공사업과 달리,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현장 임원들이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말도 안 되는 저가수주를 하면서 그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이 한동안 어려웠다”며 “투자개발이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만 중국 등에 비해 금융지원이 척박하고, 댐 등이 들어서는 국가 주변국들의 전기 수요 등 수요 예측이 극히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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