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자신들 외에는 모두가 적인가?

건설노조, 자신들 외에는 모두가 적인가?

논설주간


   ‘일부 지역 노조’의 일탈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건설노조의 협박과 떼쓰기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 치졸하고 치사하다. 이들은 자기네 노조원만 쓰도록 하기 위해 현장을 막고 새벽부터 집회를 열거나, 근로자 신분증을 강제로 검사하고, 불법 외국인 명단을 확보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크레인과 페이로더, 지게차 같은 건설 장비 투입을 놓고 노조끼리 다투는 바람에 공사 중단 등 현장을 마비시킨다.


최근에는 노조원이 각종 집회에 참가할 경우에도 일당을 달라거나, 사무실을 옮긴다며 지원금 협찬을 요구하고, 노조 지역위원장 몫의 월 단위 부금을 넣어 달라고도 한다. 단체협약에 없는 이런 요구는 들어주지 않아도 되지만 태업이나 환경투쟁을 벌이겠다는 협박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매일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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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준들 현장 생산성은 전보다 떨어진다. 일을 대충해도 일당은 꼬박꼬박 나오고, 오히려 대강하며 시간을 끌면 초과근로수당도 받게 되니 정성들여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퍼져나간다. 태업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태업은 자연스레 일어난다. 노조원들은 동료의 태업을 묵시적으로 동의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세계적 노동 경제학자인 미국 하버드대 리처드 프리먼 교수가 1999년에 낸 책이다. 1994년부터 1995년까지 2400명의 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설문에는 ‘경영진이 노동자와 한 약속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는 항목이 있다. 이 질문에 ‘상당히 신뢰한다’라고 답한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노동자 조직의 운영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는 85%가 ‘노사 공동 운영’이라고 답했다. 63%는 ‘강한 조직보다는 약하더라도 경영진과 협력하는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작업 현장의 조직이 성공하려면 ‘경영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경영진의 협력이 있어야 노동자의 영향력이 실제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또 회사와 협력을 원하면서도 경영진으로부터는 독립적 권한을 원하고 있었다. 노조원의 90%가 노조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노동자는 ‘경영진과의 협력과 노조의 공존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이 다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이나 그래도 협력해야만 하는 파트너’라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일부 건설노조의 행태는 전혀 그런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염려된다. 혹시 이들은 ‘경영자는 오직 적일뿐’이라고 보는 건 아닌지?




아니다.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새벽 집회에서 확성기로 요구 조건을 한껏 크게 외치고 ‘투쟁가요’를 높이 틀어 동네 주민들을 괴롭힌 후 주민들이 관청과 업체에 민원을 제기토록 하는 ‘전략’까지 나온 걸 보면 이들은 자신들 외엔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논설주간  koscaj@kosca.or.kr 대한전문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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