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 복합주거건물]기술로 채우고 디자인으로 비우니 사람이 모인다/스마트시티, 도시와 건축은 논리가 아닌 공감에서 출발한다

[후암동 복합주거건물]

기술로 채우고 디자인으로 비우니 사람이 모인다


상업성·건물 가치 더한 자투리땅 개발

1·2층 덜어내고 상가 배치·통로 만들어

독특한 외관, 마케팅·수익성으로 선순환


진화하는 건축 프로세스

빅데이터·AI 적극 활용해 '랜드북' 개발

설계 자동화서 부동산 투자자문까지 가능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면 색다른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적색 벽돌이거나 회색빛 대리석인 주변의 빌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지를 가득 채워 네모 반듯하게 다가구를 쌓거나 1층에 상가를 두는 것이 이 동네 건축 풍경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좁은 삼각형의 대지를 가득 채워도 모자랄 판에 건물 옆구리를 앞뒤로 뚫었다. 비워진 1·2층 통로로 작은 상가가 들어서고 그 길로 사람이 드나든다. 이 상가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자인과 상업성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1, 2층에 상가를 배치하고 3, 4, 5층은 주거시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건물 기획부터 설계까지 담당한 ‘경계없는 작업실(BOUNDLESS)’에 따르면 건축 법규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 규모는 한정됐지만 건축 디자인이 다른 구성을 만들었다. 계단식 블록으로 1·2층을 오목하게 비워 덜어낸 용적률은 상부의 주거에 보탰다. 임대료가 비싼 상가를 2층에도 배치하는 등 수익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자투리땅 개발

은퇴를 준비하던 노부부 건축주는 소박하지만 생기 넘치는 동네를 찾았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후암동을 택했다. 더불어 건축주는 노후를 위한 적당한 임대 수익을 원했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여기에 해법을 제시한다. 이 일대는 건축 법규상 5층까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땅은 경사지에다 좁은 삼각형 모양이라 일반적인 빌라를 지어도 용적률 200%를 가득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1층을 필로티 주차장으로 하고 4개 층을 다세대 주택으로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가장 면적이 넓은 2층과 3층을 세 가구로 나눠 임대하는 것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이었다.  


설계자는 후암동이 저층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다 보니 2층의 임대료가 3.3㎡당 7만원 정도라면 3층은 10만원, 4층은 11만원, 5층은 12만원 수준으로 높을수록 비싸진다는 점을 분석했다. 특히 길가 상가가 들어서는 1층은 3.3㎡당 15만원으로 임대료가 가장 높았다. 면적당 임대료와 옆 건물의 상태를 고려한 층별 최대 개발 가능 영역을 조사했다. 1층 33㎡, 2층 129㎡, 3층 129㎡, 4층 96㎡, 5층 82㎡였다.  


남쪽에서 올려다본 후암동 복합주거 전경. 남쪽으로 좁은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졌으며 전면 창을 통해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문제는 이 같은 방법을 택하면 용적률 200%를 23% 초과한다는 점이다. 고민 끝에 23%의 면적은 면적당 임대료가 가장 낮은 2층에서 비웠다. 대신 길에서 바로 진입하도록 입구와 통로를 확보했다. 그리고 2층까지 상가로 전환했다. 후암동 소월길에 생긴 엘리베이터 때문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기획적 디자인이었다. 




이 상가주택은 뻥 뚫린 독특한 외관 등으로 주변에서 인기가 높다. 이는 건물 수익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1층은 수제 디저트 카페, 2층에는 구두·가방 쇼룸이 자리 잡았다. 면적에서는 손해일 수 있어도 가운데가 독특한 외관이 마케팅과 수익성으로 선순환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결과까지 만들어낸다. 


사실 자투리땅 개발 콘셉트는 천편일률적이다. 대다수가 단기 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없는 작업실은 이를 거부했다. 기본 개발 논리에 건물의 가치를 결합한 것이 그것이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바로 이 같은 접근법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기술을 접목한 건축 프로세스의 상품화

‘후암동 복합주거’처럼 부동산 개발 개념에 건축적 디자인을 적용한 전략적 접근법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부터다.  




경계없는 작업실의 경우 초기부터 프로젝트의 수익성 검토를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현재 투자 자문, 기획 분석 노하우에 설계 자동화 및 부동산 가치평가 엔진인 ‘랜드북’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남쪽 전면창을 통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현재 기획설계 단계인 ‘서대문구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사업을 검토했다. 통상적이라면 용적률 800%를 적용해 법정 최소 상가 3개 층만을 적용한 후 최다 분양형 원룸만 채워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개발 동향과 수익성 분석, 건축주의 투자 계획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용적률을 600%로 낮추더라도 주거 유닛을 특화하고 상가를 4개 층으로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성이 더 낫다는 결론을 냈다. 여기에 건축적 디자인을 강화해 상가에 좋은 콘텐츠를 유지하는 해법을 내놓았다. 


 


이 프로세스의 최대 장점은 기술적 최대치를 모든 도시에서 균질하게 뽑을 수 있고 최저 수준의 건축물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건축적 디자인 작업까지 적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서울경제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DVQXJ4B3



스마트시티, 도시와 건축은 논리가 아닌 공감에서 출발한다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이야기 


이 글은 필자가 2018년 대학원에서 강의한 건축설계론 내용 중 <도시&건축 사용자의 이해>에 기초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각자의 분야에서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의 일환이다. 이 내용은 일반인들에게 건축분야의 변화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보다 건강한 발주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질의 건축은 기존의 '갑과 을'이라는 수동적인 거래관계를 벗어나서,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료하기 위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각자의 역량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에서 수학한 월터 르윈 교수(Walter Walter Hendrik Gustav Lewin, 1936년생)는 우리에게 천체물리학과 물리학을 설명하는 영상으로 최근 더 알려지고 있다.

 

Lewin in action during his farewell lecture, "For the Love of Physics", at MIT on May 16, 2011

그 중 하나를 첨부한다. 보다 많은 컨텐츠는 이곳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Lectures by Walter Lewin

 

Lewin in action during his farewell lecture, "For the Love of Physics", at MIT on May 16, 2011


나는 그의 강연 영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혁신적인 변화의 시대를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적는다.


왜 월터 르윈 교수의 설명은 쉽게 느껴질까? 과연 그의 설명을 쉽게 들었기 때문에 내용까지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해당 분야에 사전 지식이 없다 보니 그 내용을 충분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가 설명하는 태도(態度;Attitude)에는 '공감(共感;Sympathy)'은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시티에 관련된 각 계의 움직임이 대중과 공감대가 쉽게 쌓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새로운 것'을 알리거나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 '혁신'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진부한 언어와 몸짓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늘 새로운 요구를 접하는 건축가(이번 글에서는 설계자와 동일)의 태도는 "관점-설계-제안"이 핵심이라고 말해왔으며, 이러한 설계자로서의 태도는 변화에 대처하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원리를 알아야 제대로 된 구상(Planning)을 하고, 필요한 요소를 이해해야 설계(Design)를 해서 만들기 전에 검토 할 수 있으며, 현실적인 자산을 투입할 수 있어야 실제로 만들(Build) 수 있고, 온갖 모습으로 사용(Use)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검증하는 단계까지를 거쳐야만 비로소 그 원리를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역량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모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개념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이를 표현하는 용어도 쉬지 않고 쏟아질 것이다. 스마트시티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초기부터 스마트시티를 요란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결국 도시 및 건축환경이 발전하는 과정의 하나로 담백하게 접근하고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도 ‘스마트시티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 부족 또는 실행에 필요한 지식의 부재로 실행단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제도 등 환경탓을 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뒤로 발을 빼고 있다.


스마트시티 관련 활동을 하다 보면, 분야별 전문가들의 관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반대로 불필요하게 구체적이다. 또는 사용자(User)들은 지나치게 환상적인 반면 공급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결과물은 매우 건조하다. 즉 관점과 온도가 너무나 다르다.




정부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민간기업들은 저마다 전문위원회 혹은 전문가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정부산하위원회의 위원들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매우 그럴듯한 직함이 이력서에 새겨진다. 나 역시 그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전문가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그 직함의 무게만큼 여러 자리에 초청을 받으며 자문을 하거나 강연을 하게 된다. 반응은 두 가지다. 일부는 권위가 주는 무게감과 분야의 생소함에 눌려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강연을 듣다가 그 수준에 씁쓸해 하며 자리를 뜰 수도 있다.


그래서 ‘스마트시티 전문가’라고 소개하거나 소개받기를 피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시티는, 공종이 아닌 이종간의 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역량이 하나로 집적되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이 협업체계 안에서 본인이 가진 전문역량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도시건축분야에 스마트시티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설계자(Architect)로 소개하는 이유도 결국 다른 분야의 이해와 실제적인 협업이 반드시 따랴야 하기 때문이다.




< Wheel momentum by Walter Lewin >


이제 또 뭐가 등장할까?

스마트시티 열풍이 지나고 나면 또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것이다. 그럴때마다 "OO전문가"는 등장할 것이고 취약한 시장에서 나름의 지식인으로서 포지셔닝(Positioning)할 것이다. 문제는 이 취약한 기반에서 급하게 배포되는 결과물의 수준을 사람들에게는 처음 겪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험에서 느낀 '감정'은 각자의 뇌에 새겨지는데, 만일 그릇된 정보로 인해 부정적 감정으로 시작한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의 제안은 늘 같다. 이러한 변화들이 제대로 우리 일상에 자리잡으려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부터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전문가를 앞세워서 무리하게 꺼내놓기 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명쾌하게 스마트시티를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고 만들어 줘야 한다.


"사람들은 옳은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좋은 것을 선택한다" 라는 말이 있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이것이 사람의 속성이라면 그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의 역할은 옳은 것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탓하기 보다는, "좋은 것을 선택하다 보니, 그것이 옳은 것이었기 때문이구나"라는 건강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건축가 이인기, (주)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859

미래한국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