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정말 짧은 것일까? [방재욱]


인생, 정말 짧은 것일까?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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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정말 짧은 것일까?

2019.01.16

무술(戊戌)년을 지나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기해(己亥)년 새해를 맞이해 벌써 세 번째 주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내가 인생을 짧은 것으로 생각하며 지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상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떠오르며 가슴이 찡해졌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세월에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정말 짧은 것일까요?

세상에 태어나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자신의 현재 나이에 시간을 대입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고,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지 계산해 보세요. 내 경우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개략적으로 계산해보니 25,700일이 넘습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62만 시간이나 되는 긴 세월입니다.

‘100세 장수시대’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지만 85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새로 맞이할 날 수는 약 5,400일 정도로 시간상으로는 약 12만 9천 시간 정도가 됩니다. 이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62만 시간에 비해볼 때 많이 짧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나가 기다리다 보면 10분이란 시간이 매우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데 비해 차가 막히거나 다른 일로 약속 시간에 늦을 때는 10분이 매우 빨리 흐르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우리 일상에서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늦게 흘러가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빠르게 흐르며,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는 길고 축하하는 사람에게는 짧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길이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인 것으로 누구에게나 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길게 또는 짧게도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우선 할 일이 많을 경우 인생이 짧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매일 24시간씩 똑같이 주어지지만, 할 일들이 한꺼번에 많이 겹치거나 처리할 일들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다 보면 시간은 부족함으로 다가옵니다. 바쁜 일손을 잠깐 멈추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남은 삶을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보통 부정적인 일로 느껴질 수 있으나, 과거는 중요한 재산이기도 하니까요.

시간의 낭비도 인생을 짧게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세네카는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에서 우리 인생은 충분히 길지만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인생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이며, 시간을 잘 활용하면 우리 수명은 충분히 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관심 속에 삶을 살아가며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며 지내다 보면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가는 줄도 모르게 흘러간 시간이 짧은 것으로 깨달아질 수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착각하며 내일, 내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궁금하게 여길 때 인생은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생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2박 3일 여행’이라는 말에서처럼 어제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날입니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오늘의 내일이 다시 오늘로 다가오는 것은 세월의 순리입니다. 지난 일들이 모두 우리 뇌 속에 간직된다면 좋은 추억들은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추억들은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날 겪어온 일들이 우리 뇌에 다 저장되지 못하는 망각이 축복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일상을 지내며 외롭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생을 짧지 않은 것으로 느끼며 지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생이 짧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삶에서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선택’과 ‘변화’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하루하루 지나 보내는 시간은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마음먹기에 따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내일은 미스터리(mystery) 그리고 오늘은 선물(present)’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지나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늘’이라는 삶이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에 동반해 자연스레 줄어가는 건강과 활동력, 경제력, 할 일, 친구 등을 떠올려보며, 남은 삶에서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보다 잃지 말아야 할 작은 것들을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다듬어보세요. 오늘 그리고 지금이 바로 짧지 않은 우리 인생에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소중한 시간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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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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