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 경제] 생산·고용·투자·소비…경제지표마다 환란·금융위기 이후 '최악'/모든 업종 '침체 경고음'…기아차·LGD·롯데쇼핑, 신용 강등 '살얼음판'

[무너지는 한국 경제] 

생산·고용·투자·소비…경제지표마다 환란·금융위기 이후 '최악'


경제지표 전방위 악화

산업硏 제조업 BSI 온통 '잿빛'


제조업 평균 가동률 72.7%…20년전 수준으로 역주행

설비투자 6개월 연속 마이너스…외환위기 이후 최장 감소

작년 취업자 증가 10만명 미달…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소'




생산이 줄고 설비투자가 급감하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이 일감 부족으로 문을 닫은 모습. /한경DB


정부, 선제적 위기 대응 시급

경제 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고용 생산 투자 소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이다. 지표에 나타나는 숫자도 상당수가 외환위기(1997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는 등 기록적인 수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위기론이 과장됐다고 방어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지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설비 감축해도 가동률 하락

산업연구원이 13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은 85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전 분기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제조업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은 평균 가동률을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1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전월(73.8%)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7.6%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이후 회복세를 보여 2011년 80.5%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작년 1~11월 평균 가동률은 72.9%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경기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경기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작년 11월 반도체 출하지수는 전달 대비 16.3% 내려 2008년 12월에 18.0% 하락한 후 9년11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들이 불경기 때문에 설비를 감축하는데도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있었고 새해에는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떨어진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초에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도 불안하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자 투자를 줄이고 있다. 설비투자는 작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전월 대비)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부터 1998년 8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가장 긴 기간 마이너스였다. 작년 9, 10월 두 달간 반짝 호전됐지만 11월 다시 감소했다.


장기실업자 15만 명

고용 지표 역시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와 장기실업자(구직기간 6개월 이상)는 각각 107만3000명, 15만4000명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4.4%로 이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대비 9만7000명으로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후 9년 만에 최악이었다.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60.7%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는데, 연간 고용률이 떨어진 것은 2009년(-0.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작년 실업률은 3.8%로 2001년 4.0%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취약계층의 빚 부담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141조7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12.8%) 이후 가장 높았다. 영업이 악화하는 가운데 빚을 내서 겨우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외부적으론 호재가 많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세금과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쓰며 투자와 고용이 줄었다”며 “반도체 착시가 걷히고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 올해 경제 지표는 작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훈/서민준 기자 beje@hankyung.com 한국경제



모든 업종 '침체 경고음'…기아차·LGD·롯데쇼핑, 신용 강등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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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무더기 하락 위기


5대그룹 12개 계열사 등급전망 '부정적'…1년새 두 배로


국내외 경기둔화 '직격탄'…대기업 재무안정성도 '균열'

車·조선·정유·화학 등 주력업종 올 사업환경 악화 전망

그룹내 계열사간 신용도 연계돼 '도미노 등급 강등' 우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0월31일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AA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2002년 처음으로 ‘AA-(안정적)’ 평가를 받은 이후 오르기만 하던 현대차 신용등급이 16년 만에 하향 조정될 위기를 맞았다. 이 신용평가사는 “현대차의 근원적인 수익 창출력이 떨어졌다”고 등급 전망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최상위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사업환경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기존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조선, 해운, 철강 등 거의 모든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더기 등급 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정적 등급 전망 최다

1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5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날 현재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롯데쇼핑, LG디스플레이 등 모두 12곳이다. 한국기업평가뿐 아니라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그동안 5대 그룹 계열사의 등급 하향에 소극적이었다. 업황에 따라 채무 상환능력의 부침이 심한 하위 그룹사에 비해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관점을 바꿔 5대 그룹 계열사들을 대거 부정적 평가 대상에 올린 것은 국내외 경기 둔화와 경쟁 격화로 최상위 대기업 그룹들의 재무안정성 기반에도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2017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3%를 밑도는 점 등에 주목했다. 현대차의 신용 전망 하락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현대캐피탈, 현대카드의 전망 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 역시 2003년 첫 신용등급 평가 후 처음으로 2017년 말(한국기업평가 기준)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상승만 해왔던 신용등급이 국내 소비 경기 부진 등으로 역주행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지난해 5월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쇼핑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평가사들은 다른 주력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롯데카드 등급에도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SK그룹 산하 민자발전사 SK E&S와 파주에너지서비스는 국내 경기 활력 저하에 따른 전력 공급과잉으로 장기간 고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LG하우시스의 경우 ‘고기능 소재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감소 탓에 적자로 전환하고, 국내 건축자재 시장도 하락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들 12개 기업의 신용등급은 전체 20개 등급 중 최상위인 AAA부터 네 번째인 AA-로, 실제 등급이 하락해도 투기등급(BB+ 이하)까지는 7~11단계 남아 있다.


올해 무더기 ‘등급 강등’ 가능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올해 기업들이 더 어려운 사업환경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분석 대상 29개 업종 가운데 작년보다 올해 사업환경이 좋아질 업종은 하나도 없다고 보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3개 업종의 사업환경도 모두 ‘중립’으로 낮췄다. 올해 사업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업종은 분석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13개에 달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해운, 철강, 건설업종 등이다. 수출과 고용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산업 대부분이 포함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체 42개 산업 가운데 반도체와 정유산업 두 업종의 사업환경을 긍정적(우호적)으로 봤지만, 훨씬 많은 15개 업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머지는 ‘중립’으로 평가했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수익성 하락이 아니라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송 실장은 “올해는 주요 산업의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여건의 불확실성 탓에 경기에 민감한 주요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이태호 기자 bk11@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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