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후면 기계가 인간 지능을 앞선다 [김홍묵]

16년 후면 기계가 인간 지능을 앞선다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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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후면 기계가 인간 지능을 앞선다

2019.01.11

‘나는 생각한다 / 고로 나는 존재한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의 철학적 직관입니다. 오늘날 이 직각(直覺)은 여지없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나는 존재한다 / 고로 나는 생각한다’ (유물론자),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존재한다’ (보통 사람)라고.
명제의 심오함을 깨닫지는 못해도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2035년이면 올 것”이라는 미국 미래학자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의 예측 때문입니다. 특이점이란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시점’으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2005년 주창한 개념입니다.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2045년으로 잡고, 그때가 되면 인간의 뇌에서 기억만 꺼내 로봇이나 남의 뇌로 옮길 수 있다고 예견했습니다.(2013년 8월 9일 칼럼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참조)
디아만디스는 그 시점을 10년이나 앞당겼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여름 열린 ‘싱귤래리티대학 연례포럼 2018’ 개막식에서 그는 “1965년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Gorden Moore)가 반도체 칩의 용량이 매년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 이후 반도체칩 하나의 용량이 무려 270억 배가 늘어났다. 이런 급진적 발전 속도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싱귤래리티대학은 2007년 디아만디스와 커즈와일이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대학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하고 이에 걸맞은 기업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학에는 첨단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과학자와 기업인들이 강사로 나서면서 창업과정, 최고경영자과정 등에 전 세계의 기업인과 투자자, 관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디아만디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2019년부터 상용화되는 5G(5세대) 통신을 주목하라고 했습니다. 5G는 현재의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100배 빠른 데이터 전송 기술입니다. 5G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전 세계 38억 명이 누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혜택이 2025년에는 80억 명으로 늘어나며, 이에 따른 42억 명의 신규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와 상품을 먼저 내놓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기상천외한 기술과 정보가 접목된 놀라운 상품들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에어샤워(air-shower)가 미세먼지를 말끔히 털어 줍니다.  침대에 누우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지고,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이 생기면 진동이 울립니다. 등기부 등본 분석이나 항생제 추천도 AI가 해줍니다. 인공지능 음성 비서 알렉사(alexa)를 개발한 아마존은 요리하는 AI전자레인지·스스로 시침을 조정하는 벽시계·집지키는 보안요원 등 14종의 알렉사 탑재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가격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1호 ‘인공지능 의사’ 탄생에 이어 중국은 AI의사의 24시간 무인 검진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영국은 10년 안에 암 수술을 하는 AI외과의사 출현을 장담합니다. 인천공항은 내년부터 여권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홍채 인식 신원확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신용카드나 신분증을 대신하는 반도체칩을 몸에 심은 사람이 3,000명이나 됩니다. 이 밖에 선장은 육지에 있고 배는 스스로 바다를 누비는 AI선박이 조만간 등장합니다. 지진의 위치·시점 예측도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재판 거래’ 없는 AI재판관, 갑질·흠집 없는 AI국회의원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눈만 뜨면 눈이 핑핑 도는 신통한 신기술 개발이 컴맹 세대나 서민들에게 무슨 뾰족 수가 될 수 있을까요? 기계의 능력에 밀려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사람들에게도 꿈이 있을까요? 디아만디스는 자율주행차와 공유차량이 늘면 차량 구입비와 연료비 주차비를 절약할 수 있고, 질병 발생 예측 기술은 의료보험비와 치료비를 줄여 국가 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그는 스티븐 코틀러(Steven Kotler)와 함께 쓴 책 <볼드(BOLD)>에서 기하급수적 기술개발로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가격도 무료화 대중화되는 ‘풍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다 뚫는 창[矛]이 생기면 다 막는 방패[盾]가 등장하는 법. 신기술을 선점한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신상품을 내놓은 기업의 경제 지배 우려도 큽니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생물학적 지식과 기술을 지닌 소수의 초인(超人)이 해킹으로 타인의 선택을 예측하고 욕망을 조작할 수도 있다”며 “이런 AI기술을 먼저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5G기술 장악 땐 여객기 엔진에 드론, 인도에 자율차를 돌진시켜 도시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AI가 전쟁 결정을 내릴 경우 3차 대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별생각 없이 먹고 놀아도 되는 풍요의 시대라는 ‘꿈같은 세상’이 과연 오게 될지, 아니면 인류를 전쟁의 회오리로 몰아갈 ‘공포의 세계’가 될지. 이 모순은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관건은 결국 사람의 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마이다스의 손’이든, ‘마이너스의 손’이든.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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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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