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음식’… 그리고 운명적 사랑

김효정 영화평론가


Aphrodisiac Foods

Como Agua Para Chocolate, Like Water For Chocolate, 1992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 

먹으면 흥분이 되고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애프로디지액 푸드(aphrodisiac food)’라고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마법 같은 효능을 지닌 최음 음식은 없다. 다만 음식의 특정 영양소가 문화적인 속설과 만나 애프로디지액 푸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예를 들어 굴은 카사노바가 수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하기 위한 묘약으로 먹었다는 속설과 실제로 남성 호르몬 분비에 도움을 주는 아연이 풍부하게 함유됐다는 영양학적 사실이 만나 애프로디지액 푸드의 대표 격이 됐다. 




Offscreen


23 Aphrodisiac Foods That Can Affect Your Sex Drive

https://www.cosmopolitan.com/sex-love/advice/g1022/aphrodisiac-foods-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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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알폰소 아라우 감독의 영화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사진)은 성욕을 자극한다는 초콜릿뿐만이 아닌 다양한 음식을 매개로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동화 같은 작품이다. 1900년대 초 티타(루미 카바조스)는 귀족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막내딸은 결혼하지 못하고 평생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기이한 전통이 있었던 시대라 티타는 두 언니와는 달리 부엌에서 요리를 배우며 성장한다. 기구한 운명이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티타가 만드는 음식에는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티타가 화를 품고 만든 음식을 먹은 이들은 병에 걸리고, 욕정을 품고 만든 음식을 먹은 이들은 한 접시를 다 비우기도 전에 섹스를 하러 어디론가 달려가게 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어느 날 불운한 운명을 받아들인 티타에게 한눈에 반한 청년 페드로(마르코 레오나르디)가 나타난다. 페드로는 티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의 어머니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려 하지만 티타의 어머니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좌절한 페드로는 티타 곁에 있겠다는 마음으로 그의 큰언니와 결혼한다. 티타는 상심하지만 그렇게라도 그를 곁에 둘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언니의 결혼식 날 티타는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빵 반죽에, 수프를 만드는 육수에 티타의 피눈물이 스민다. 피로연의 손님들은 티타의 음식을 먹고는 왠지 모를 비애에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티타 가족 저택에서 함께 살게 된 언니 부부는 티타에게는 저주이자 행복이다. 페드로는 감시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티타의 방으로, 부엌으로 찾아와 키스를 퍼붓고 부푼 티타의 가슴을 애무한다. 페드로의 온기를 머금은 티타가 만든 음식에는 정욕이 흘러넘친다. 장미를 조려 만든 메추리구이를 먹고 욕구를 참지 못해 뛰쳐나간 티타의 작은언니는 알몸으로 숲속을 방황하다가 혁명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음식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티타는 정작 사랑하는 페드로와 한 번도 사랑을 나누지 못한 것이 애통하다. 악마 같은 어머니의 감시는 더 심해지고 페드로와 티타는 찰나의 애무를 나눌 틈도 빼앗긴다. 그러나 폭우로 집안이 술렁이던 어느 날 밤, 페드로는 불 꺼진 티타의 방을 찾는다. 몇 년을 기다린 끝에 그들은 드디어 운명의 매듭을 푼다. 서로를 휘감은 애틋한 연인 위로 애도인지 축복인지 모를 비가 쏟아진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가장 큰 장애물이던 어머니가 죽고, 큰언니까지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품지 못하고 큰언니와 페드로 사이에서 낳은 딸이 결혼해 분가하기까지 22년을 기다린다. 재회의 날 페드로는 티타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다. 망연자실한 티타는 성냥을 삼킨다. 티타의 몸이 타기 시작하고, 두 연인은 서로를 품은 채 하나의 불덩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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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60년대 남미 문학을 지배했던 ‘마술적 사실주의’를 표방한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환상을 현실로, 현실을 환상으로 치환하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영화에서도 두드러진다. 티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마법 같은 음식으로 인간군상이 마주하는 비정한 현실과 매혹적인 환상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전복된다. 몽환적이고 난해한 듯 보이지만 결국 인생의 시작과 끝을 채우는 것은 음식과 사랑이다. 그것은 일상의 시작이기도, 불멸의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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