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화합을 중시하는 호주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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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화합을 중시하는 호주

2019.01.04

호주가 무섭게 아시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연초에 직접 본 변화는 머리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빨랐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백인 위주였고, 지나치게 안정을 강조해 답답할 정도로 느려 터졌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온 우리에게는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빨라졌습니다. 아시안들이 길을 재촉하고, 도로에서 마구잡이로 끼어들고, 왼쪽으로 추월하고(우리와 반대), 길 가면서 전화하고, 가게에서 호객하고, 음식점 종업원은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그릇을 치워 다음 손님을 받고, 휴일에도 일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집니다.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한적했던 에핑(Epping) 지역에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다른 쪽에는 그것보다 더 큰 단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백호주의 호주가 뿌리에서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호주의 인구(체류 허가자를 포함)가 3천만 명이 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주 정부 공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990년 1,707만 명이었는데 2017년에는 2,460만 명입니다. 지난해만 390,500명이 늘었는데, 자연 증가는 153,800명에 불과합니다. 사회적 증가가 아직도 자연 증가를 크게 앞지릅니다. 출신국 별로는 영국 14%, 뉴질랜드 9%, 중국 8% 순입니다.

호주 어느 곳을 가든 아시아인과 마주칩니다. 수도인 시드니의 상징으로 불리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근처는 물론, 이름 있는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중국 음식점과 상품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중국 상품도 넘쳐납니다. 심지어 한국 상표를 달고 팔리는 S라면, O초콜렛 과자 등 식료품과 일용품조차도 중국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호주가 중국(인)과 중국 상품에 포위되는 중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겉으로 표를 내지는 않지만, 중국인을 겁내고 있는 것이 역력합니다. 이들은 사민정책으로 조선족, 내몽고족, 티벳족, 신장 회족 등의 자치지역을 복속시킨 것을 예로 듭니다. 한족(漢族)이 어느 순간 현지인을 훌쩍 뛰어넘어, 자치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곳입니다.

호주는 투표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들은 아시아인들이 집중적으로 표를 모아 일을 도모한다면, 어떤 일도 가능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가장 비극적인 상황으로 칩니다.

호주 정부는 2008년과 같은 장기 불황에 대비한 정책이라지만, 이민자들에게는 불편한 각종 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중 주택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부동산 담보 대출이 거의 막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10% 내외의 종잣돈만 있으면 장기 융자로 쉽게 집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려워졌습니다.

호주 정부도 여느 국가들처럼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대표적 사례로 학교를 듭니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분리‘(왕따)라고 합니다. 인종, 종교, 국적, 언어, 개인 능력 차이 등 어느 것 때문에도 차별받고, 전체로부터 분리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분리 조짐이 보이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없앤답니다. 어느 학생이 선물을 가져와 특정 학생에게만 줄 수 없게 합니다. 또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계속해서 나쁜 말을 하여, 심리적 압박을 줘도 안 됩니다. 분리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전교가 소리 없이 대책 마련에 나섭니다. 누구도, 절대로 함께하는 모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게 합니다.

공립 초등학교의 마지막 수업 날, 학부모들이 한 사람당 10 호주 달러(한화 약 8천 원)를 내어 작은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정(正)담임과 부(副)담임(히잡을 쓴 아랍 출신) 두 명이 한 학년 동안 아이들에게 쏟은 정성에 대한 보답입니다. 담임들도 그냥 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지팡이 사탕을 붙여 만든 카드를 주며 포옹을 했지요. 학부모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학부모, 사제 간에 작은 선물로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습니다.

고관은 몇 억 원을 주고받아도 대가성이 없어(?) 책임을 면했고. 표절을 해도 장관 후보자는 통과되었고, 자기는 세 번이나  위장전입을 하고도 위장전입자에게 징역을 살게 한 판사도 대법관이 되는 등 정 대신 돈이 오가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았습니다. 세대, 지역, 계층, 남녀 간에 벌어진 틈을 생각하니 얼굴이 불거집니다.

모든 것을 원칙대로, 빈틈없이. 화합을 제일로 삼는 호주 사회의 성숙함을 다시 보았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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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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