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의 몰락… 미래는 없다

문성일의 건설이야기


  '토목'은 교통복지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국가 인프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 정부가 서두르고 강조해 온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나 남북의 협력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달 말 착공식을 가진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주요 인프라 사업들도 대부분 토목공사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대로라면 현재는 물론 미래의 토목시장 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최저가낙찰제'에서 발생하는 저가낙찰과 이에 따른 잦은 계약변경, 부실시공, 저가하도급, 산업재해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한다며 정부가 2016년부터 본격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는 별 효과 없이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입찰참가업체 난립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저가투찰을 유도하는 심사 기준에 따라 낮은 가격의 낙찰이 여전하다. 이는 원도급업체는 물론 하도급업체들까지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예정가격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제 대상공사의 낙찰가율은 85%대인데 비해 종심제의 경우 낙찰가율이 77~78%에 그치고 있다. 특히 종심제로 발주된 고난이도 공사는 평균 낙찰가율이 73~74%대에 머무르고 있다.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Turn key)공사처럼 기술형의 경우 발주공사의 52%가 한 차례 이상 유찰되고 있다. 그만큼 발주처가 책정한 공사비 수준이 실제 투입되는 비용을 보존해 주지 못할 정도로 너무 낮다는 것이다.


유찰횟수가 많아지고 입찰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착공 시점은 자연스럽게 늦춰진다. 적기에 공사가 진행돼야 교통난이나 시민 불편 등 후속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공사 발주도 크게 줄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공분야 토목공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세(△2017년 3분기 5.9조원(전년동기대비 –4.4%) △4분기 7.9조원(-18.6%) △2018년 1분기 5조원(-9.4%) △2분기 5.8조원(-29.8%) △3분기 5.1조원(-13.6%))를 보였다. 그나마 민간부문 발전소와 대형 생산설비가 부족한 일감을 조금이나마 채워줬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는 실상을 파악하고 이를 정상화하려는 노력보다 여전히 공사비만 줄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 건설기업들과 종사자들의 고통은 물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조차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기술자들이 잉여인력화되면서 구조조정도 시작됐다.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일자리 창출과 상관관계가 깊은 신규 인력 선발도 급감했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30개 건설기업들의 2018년 한해 토목직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한 기업당 평균 3~4명도 안된다. 토목공사 발주가 봇물을 이뤘던 2000년대 후반 업체당 신규채용 인원수가 40~50여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불과 10여년 만에 10%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토목직으로 선발해 놓고도 배치할 현장이 없거나 마땅치 않아 지원부서에서 사실상 대기 중인 신입사원들도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규직을 늘리라는 정부의 주문과는 달리 건설업체들은 필요할 때 현장에서 채용하는 한시 계약직으로 수혈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상위 5위 이내 건설기업들의 토목평가액이 전년대비 9.5% 가량 하락했다.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18%나 급감했고 2위인 현대건설 역시 11%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순수 재정으로 진행하는 공공토목공사 입찰에서 삼성물산은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고 현대건설은 2건을 따내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평균 80%에도 못미치는 예상 낙찰가가 실제 공사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조차 보존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10건의 발주공사 가운데 참여해 볼 만한 공사는 고작 1~2건 정도에 그친다는 진단이다.




대형기업이 나서지 못하는 공공토목공사 시장은 계룡건설이나 태영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의 경우 이익은커녕 일반관리비도 포기할 정도로 저가낙찰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쟁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유지 차원에서 울며겨자먹기식의 영업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국회의 2019년 예산 통과 과정에서 자체 노력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당초 안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것처럼 자랑했다. 하지만 SOC 예산 비중은 전체에 비해 2013년 이후 매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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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SOC 예산 비중 역시 전년(4.4%)보다 0.2%포인트 감소한 4.2%에 그친다. 절대 금액을 기준으론 70조원 가량 총 예산이 적었던 2016년과 2017년에 비해 SOC 예산은 각각 2조3000억원, 3조9000억원 정도 쪼그라들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가 반토목난데다, 이어지는 규제책으로 주택시장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토목마저 곤두박질친다면 건설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 경쟁력 하락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국내 시장의 어려움은 해외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도 나타난다. 정부가 '토건족'이라고 매도하기 전에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은 따져봤는지 묻고 싶다.

문성일 ssamddaq@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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