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결산-적자폭이 점점 줄었습니다! [정숭호]


2018년 결산-적자폭이 점점 줄었습니다! [정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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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결산-적자폭이 점점 줄었습니다!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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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사는 사람이 연말이라고 무슨 결산할 것이 있겠어요. 부동산 투자를 했나. 주식 투자를 했나, 금값 좋을 거라고 금을 사들였나, 미국 금리 미리 알아 달러 투자를 했나, 나이 젊어서 셋째를 출산했나. 통장 잔액은 안 봐도 뻔하고, 카드이용 대금도 늘 전월과 ‘동(同)’이니 달력만 바뀔 뿐, 해가 갈수록 새해의 의미가 그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결산을 해보는 것은, 올 1월 25일자 이 칼럼에서 ‘인사도 미안함도 없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나 먼저 인사하기’를 2018 무술년 올해 우리의 목표, 우리의 결심으로 정하기를 강력히 제안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작년만큼, 재작년만큼, 또 그 전해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짜증 나는 일이 쌓이고 또 쌓이는데 그걸 피할 수 있는 다른 길이 딱히 보이지 않으니 서로 인사라도 잘 하면서 위로하고 ‘힐링’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 이유까지 밝혔으니, 다른 분들이야 실천했든 안 했든 제안자로서는 연말을 맞아 결산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위의 표는 제가 ‘나 먼저 인사하기’의 대상으로 삼은 버스 기사분들에게 올 한 해 인사를 건네고 받은 것을 표시한 겁니다. 버스 운전은, 아시다시피, 격무로 과로가 심한 업종이며, 마을버스 기사는 임금도 많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입니다.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기사분들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이며, 나아가 다른 승객들, 특히 노인들에 대한 기사분들의 언행에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믿음에서 기사들에게는 반드시 먼저 인사하기로 한 겁니다. 노인들은 타고 내리는 동작이 굼떠 기사들의 스트레스를 심화시키는 큰 요인인 걸 내가 잘 알기 때문이지요. 

서울로 일하러 나가는 날에는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를 갈아탑니다. 오가며 하루에 네 명의 기사를 만나고, 타고 내릴 때 인사를 하니까 하루 여덟 번 인사를 하고, 일주일에 세 번은 나갔으니까 일주일 인사 회수는 스물네 번, 한 달이면 아흔여섯 번(24x4). 일 년이면 천백쉰두 번(96x12)이라는 셈이 나옵니다.

그런데, 인사를 하면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온 건 보낸 것의 4분의 1(288회)쯤밖에 안 되더라고요. 인사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툰 기사분들이 많은 거지요. 내 인사를 받고도 눈만 마주친 채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분도 있고, 아예 고개를 돌리는 분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분들 얼굴에 ‘귀찮다’는 표정이 있었나 없었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낸 것의 25%밖에 돌아오지 않아 인사 주고받기에서 큰 적자를 봤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뭐든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행복하고, 받은 것보다 준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여러 사람이 말한 것처럼, 인사도 먼저 하니까, 나 덕분에 저 사람도 잠깐이나마 기분이 좋아졌을 테니까라는 생각에서 내 기분이 좋아진 거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돌려받는 인사도 많아졌다 싶은 것도 기분이 좋은 이유인데, 어쩌면 기사분들이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항상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자리에서 버스를 타는 나를 기억하고 “아이고, 저 양반 맨날 나한테 먼저 인사를 하는 분이잖아. 나도 이제 갚아야겠다. 모르는 척 하려니 마음이 찜찜해”라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추세적으로 보면 내년에는 적자폭이 꽤 줄어들 거라는 예상입니다.

내가 흑자를 본 인사도 있습니다. 집 뒤 산길에서 마주치면 생면부지인데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무심코 걷다가 화들짝 놀라 그분들 등에 대고 “아, 안녕하세요”라고 해보기는 합니다만 이분들은 벌써 몇 발 떨어진 곳에서 다른 분들에게 인사를 나눠주고 있더라고요. 등산조차도 좀 고급취미였던 예전에는 산에서 만나면 서로 먼저 “안녕하세요” 했는데 워낙 산에 사람이 많아져서인가, 벌써 사라진 줄 알았던 산속의 미풍양속을 여전히 실천하는 분들이 남아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인사 말고도 결산보고를 할 게 하나 있군요. 제 칼럼입니다. 올해 자유칼럼을 포함, 여기저기에 칼럼 예순 개를 썼습니다. 생각해보니 잘 썼건 아니건 전부가 남을 비판하고 나무라는 글이었습니다. 잘 했다, 감동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은 한 편도 없었습니다. 내가 삐딱한 건지, 정말 우리 사회가 항상 문제가 있어서 비판만 받아야 하는 건지…. 내년에는 밝고 예쁜 글도 써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술년 결산을 마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정숭호

1978년 한국일보 입사,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여러 부서의 부장, 부국장을 지냈다.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뉴시스 논설고문, 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 역임. 매주 목요일 이투데이에 '금주의 키워드' 집필 중. 저서: '목사가 미웠다'(2003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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