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하루라도 쉬라'며 만든 주휴수당… "주5일엔 불합리" 논란

'1주일에 하루라도 쉬라'며 만든 주휴수당… "주5일엔 불합리" 논란


주6일·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던 시절 

'일요일 쉬어도 수당' 제정


업계 "주5일 정착된 현실과 안맞아"

소상공인 65% "폐지해야"


   2년간 3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 부담까지 더해지자 소상공인업계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연합회 광역회장단과 노동인력환경분과위원 15명이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주휴수당 폐지하라" "대통령은 긴급명령권을 발동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이제는 주휴수당까지 강제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 말대로 하면 미숙련 초임 근로자 월 인건비가 250만원을 넘는데 이는 소상공인들에게 범법자가 되든지 사업을 접든지 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도 "지방 편의점 중에는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한두 명도 아니고 20~30%가 지키지 못한다면 제도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소상공인들 “생존이 걸린 문제” -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병덕(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시행령 철회

               와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31일 국무회의

               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 8월 광화문 집회처럼 다시 전국 소상공인이 모이는 총궐기

               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11월 전국 1200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소상공인이 전체의 65.3%에 달했고 "(주휴수당을) 모른다"는 응답도 20%나 됐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이 많은 소상공인·자영업계에서는 주휴수당이 강제화될 경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33%를 웃돈다고 추산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찔끔찔끔 내놓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업계를 살릴 수 없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을 극빈층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라면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돈… 불거지는 혼란

산업계에서는 60여년 전 제정된 주휴수당을 아직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주휴수당이 제정된 1953년은 전쟁 복구를 위해 근로자들이 주 6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던 때였다. 하지만 매일 일해도 최저생계비를 벌기 어려운 근로자들이 주 7일간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많아 근로자들이 일요일 하루라도 쉬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휴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따라서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현재에도 주휴수당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내년 1월 최저임금이 10.9% 또 오르는데, 일하지도 않은 시간까지 고려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결정"이라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자본가인 줄 아느냐"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은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큰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정부가 대기업 귀족노조의 위세에 눌려 자영업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려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주휴수당을 유지하는 곳은 스페인·터키·멕시코·대만·브라질·콜롬비아·태국·인도네시아 등 8개국뿐이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은 주휴수당을 노사가 협의해 정하고 최저임금에도 산입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제노동기구(ILO)도 휴일 급여 지급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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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으로 문제 해결해야

일각에서는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그동안 유지해온 임금 체계에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주휴수당을 없애면 갑자기 임금이 줄어들 수 있는데, 직장인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휴수당을 뼈대로 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국민에게 당연히 주는 돈으로 인식돼 있는데 이를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없애는 대신 기본급을 올려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연장이나 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대폭 높아져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


주휴수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는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근로자도 인정하고 경영계도 납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시간을 갖고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김강한 기자 이기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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