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이 두 딸 교수·변호사 만든 아버지 그리고 교육법


사교육 없이 두 딸 교수·변호사 만든 아버지 그리고 교육법 


   “잊어버려.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 게 아니야.” 

  

미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 시험에서 꼴찌를 하고 펑펑 우는 딸에게 아빠는 이런 편지를 보냈다. 가수 이소은씨 부녀 얘기다. 2012년 미국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씨는 뉴욕 로펌에서 일하다가 2015년 9월부터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업회의소(ICC) 뉴욕지부에서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1998년 1집 ‘소녀’로 데뷔한 이씨는 ‘서방님’ ‘키친’ ‘기적’ 등의 히트곡을 냈다. 





가수 이소은씨와 아버지 이규천씨. 아버지 이씨는 최근 책『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를 펴냈다. 

[사진 이소은 인스타그램]


이소은씨 아버지 이규천(65)씨는 2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방목”이라고 소개했다. 이씨 언니 이소연씨는 미 줄리아드음대에서 8년간 전액 장학금으로 수학했고 나움버그 콩쿠르 우승 등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음악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신시내티음대 종신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딸을 음대 교수와 변호사로 키워낸 그지만 사교육 시장에 돈을 쓴 적은 없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뭘 해라, 뭐는 하지 마라’ 소리를 안 했어요. 인생은 어차피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집에 돈은 없어도 정신적으론 핍박하지 않고 곱게 키웠어요.” 

  

그는 “아이를 믿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 조바심내고 성과에 집착하면 아이가 잘못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자녀 교육에 있어선 기다림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목은 구도자에 가까운 노력을 부모에게 요구한다”며 “아이를 믿고 기다리던 부모도 종종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 불안에 맞설 용기 없이는 방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목이지만 방종과는 다르다”며 “사회 도덕이라는 큰 울타리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틀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비결에 대해선 “미국에선 하버드대 졸업장의 가치를 딱 4년이라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어느 학교 나오고 뭘 이뤘는가보다는 지금 뭘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수 이소은 아빠 이규천씨는…

건국대 이부대학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농림부문 연구·개발(R&D) 전문관리기관장을 역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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