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좋은 일자리' SKY 졸업생 취업률 60%대로..."6년만에 취업 지옥시대 맞아"

사라지는 '좋은 일자리' SKY 졸업생 취업률 60%대로..."6년만에 취업 지옥시대 맞아"


대기업 채용 줄이고, 일자리 2년 연속 감소

눈높이 맞는 직장 들어갈 때까지 계속 기다려


    내년 초 서울 명문대학 공대를 졸업하는 김영주(가명·24)씨는 올해 네이버 등 기업 100곳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한 군데도 붙지 못했다. 면접에서 불합격한 곳도 있지만, 1차 서류에서 떨어진 경우도 수두룩했다. 김씨는 "나름대로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고 취업 잘된다는 공대를 나왔는데도 이런 상황이니,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면서 "내년에도 취업이 안 되면 대학원을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非수도권·여성 취업률 더 떨어져

일도 공부도 구직활동도 안 하는 15~29세, 올해 29만명




 


서울 주요 대학도 취업 한파

2011년 이래 역대 최악이라는 '대졸자 취업 한파'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쳤다. 본지가 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1곳의 지난해 평균 취업률을 조사했더니, 전년(69.2 %)보다 2%포인트 떨어진 67.2%였다. 전체 4년제 대학 취업률 하락폭(1.7%포인트)보다 더 컸다.




고려대가 2016년 73.8%에서 2017년 68.2%로 가장 많이(5.6%포인트) 감소했고, 서울대(70.6%→ 68.3%), 한양대(72.7%→69.6%), 연세대(70.1%→68.7%), 한국외대(64.1%→60.1%) 등도 취업률이 떨어졌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2014년 이후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이후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의 대졸 취업률이 2017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급격히 잃고 있고,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주요 대학 취업률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는 성별·지역별 취업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수도권 대학(67.5%)과 비수도권 대학(65.4%), 남성(67.8%)과 여성(64.8%) 간 취업률 격차가 모두 전년보다 커졌다. 계열별로는 공학(70.1%), 의약(82.8%), 예체능(63%), 교육(63.7%), 자연(62.5%), 사회(62.6%), 인문(56%) 순으로 취업률이 높았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은 여전했던 것이다.


'좋은 일자리 감소'가 문제

전문가들은 대졸자 취업률이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은 민간 일자리, 특히 대졸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등의 일자리가 줄면서 막 사회를 나서는 20대들이 '일자리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취업 사정이 낫다는 서울 주요 대학 취업률도 떨어졌다는 건 대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사람을 덜 뽑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기업이 채용을 줄이는 건 제조업·첨단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업종별로 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일자리는 2015년 377만개, 2016년 368만개, 2017년 356만개로 2년 연속 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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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노동 구조도 대졸 취업률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 대졸 채용은 '임금도 너무 높고 고용이 경직돼 상당히 위험이 큰 투자"라며 "대졸자가 갈 만한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고 대졸자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년간 취업을 준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취업 환경이 이처럼 악화하니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5월 15~29세 청년 가운데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하는 '니트(NEET)족'이 2008년 이후 최대인 29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공공기관과 중견·중소기업 일자리 격차를 줄여야 대졸 취업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자리 간 질 격차가 너무 크고, 질 좋은 일자리는 너무 적으니 대졸자들이 눈높이에 맞는 곳에 취업할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면서 "앞으로 3~5년 기업은 투자를 안 하고 대졸자는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전문대·일반대·대학원 졸업자의 '트리플 취업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세미 기자 이기훈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8/2018122800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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