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쇼크] 

소상공인 "주휴수당 뭔지도 몰랐는데… 이대로면 줄도산"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더하면 

내년 시급 8350원 아닌 1만30원


   지난달 29일 강원도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배모씨는 갑작스러운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았다. 이 업체에서 청소와 주차 관리 업무를 하다가 퇴사한 직원 2명에게 각각 210만원, 260만원씩 주휴수당이 체불됐다는 이유였다. 배씨는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는 직원들에게 주휴수당을 챙겨줘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지금까지 아무리 적자가 나도 임금을 밀린 적이 없는데, 한순간에 범법자가 됐다고 하니 당황스러워서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그는 "주휴수당을 계산해보니 지금 130만원을 주는 직원들에게 내년엔 170만원을 넘게 줘야 되더라"며 "경기 침체에 한 달에 수익 100만원도 내기 어려운데, 갑자기 인건비를 올리면 죽으라는 게 아니냐"고 했다.


"220만원 주던 월급, 

내년 300만원 직원 내보내고 가게 줄일 수밖에"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31일 국무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계에 최저임금 인상 공포가 커지고 있다.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근무를 채운 근로자에게 주는 하루치 유급 휴일 수당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입한 국가가 거의 없을 만큼 개념이 생소하고 그동안 법적 처벌도 강하지 않아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에서 규정한 대로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주게 되면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이 아니라 사실상 1만30원이 된다. 올해 시급 7530원에서 한 번에 33%가 오르는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직원 5인 미만 소상공인이 300만명에 이른다"면서 "주휴수당 지급이 현실화되면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이 뭐냐는 문의 잇따라"

경남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K씨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장님들도 주휴수당이 뭔지 잘 모른다"며 "올해 주휴수당 없이 직원 일인당 220만원 정도를 줬는데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300만원이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직원이나 우리 부부가 버는 돈이 같은데 이런 식으로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있는 직원 내보내고 가게를 줄이는 게 답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오세희 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은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충격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사람을 안 쓰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주휴수당과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한 젊은 층들이 주로 일하는 PC방·편의점들도 비상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휴수당을 도저히 못 주는 곳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을 잘못해도 뭐라 하지 못할 정도로 '모시고' 장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업계에 공멸 위기감이 커지면서 소상공인연합회는 26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위헌 명령 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위헌 명령 심사는 시행령이 헌법이나 상위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거나 위반되는지를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 중 30%가 최저임금도 못 주는데 내년에는 절반 이상의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못 줘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들 무인화, 알바 쪼개기만 생각해"

최저임금이 2년 연속 급등한 데다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결국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쪼개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근무를 채운 근로자에게만 주기 때문에 하루 2~3시간 단위로 근무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협회장은 "토·일 주말에만 8시간씩 일해도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결국 점주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다른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식으로 주휴수당을 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예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무인화를 하겠다는 점주도 많다. 김병수 한국인터넷피시문화협회장은 "아르바이트생을 두지 않고 출입문에 자동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점주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이렇게 되면 아르바이트생들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될 텐데 누굴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오로라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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