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풍 항공기부터 드론 교통로까지...'항공 무식자'를 위한 안내서 VIDEO: Volocopter’s flying taxi takes off at CES


이온풍 항공기부터 드론 교통로까지...'항공 무식자'를 위한 안내서


사진은 독일 드론 회사가 두바이 도심에서 드론 택시 시험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한지 115년이 지났다. 그동안 '하늘길'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 volocopter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115주년

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0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지역 근처의 킬데빌 언덕에 라이트 형제와 그들이 만든 비행기 ‘플라이어 1호’가 함께 올라섰습니다. 미리 준비한 활주 레일은 길게 펼쳐져 있었고, 바람은 초속 13m로 강하게 불었습니다. 동생 오빌 라이트가 ‘플라이어 1호’에 탑승해 엎드린 채 조종간을 잡았고, 형 윌버 라이트는 비행기의 오른쪽 날개 끝을 잡았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 비행을 기록한 날의 모습. John T. Daniels(W)


비행기에 묶여 있던 줄이 풀리자 플라이어 1호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활주 레일을 벗어나는 순간 기우뚱하다 이내 공중에 떠올랐지요. 비행기는 위아래로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12초 동안 약 36m를 날아간 뒤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짧지만 짜릿했던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입니다. 


라이트 형제는 그 후로도 비행을 3번 더 시도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시도에서 59초 동안 약 260m를 비행했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비로소 자신들이 ‘비행기를 발명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 비행을 기록한 날의 모습. hohum(W)


첫 동력 비행, 성공 비결은 균형

라이트 형제의 첫 동력 비행은 비행기의 방향을 직접 조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몸체가 땅에서 떠오른 뒤 바람을 타는 순간부터 여러 방향으로 흔들립니다. 이때 동체의 균형을 잘 잡는 게 비행 성공의 중요한 열쇠입니다. 라이트 형제는 조종사가 비행기의 날개와 몸체를 조종하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기체계부 구삼옥 책임연구원은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의 균형을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조종 기술을 처음으로 알아내고 익혔다”며 “이 기술은 훗날 비행기가 발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비행기 조종간은 앞쪽에 있는 작은 날개 모양의 승강키와 줄로 연결돼 있습니다. 조종사가 엎드린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아당기면 비행기가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동체 무게중심을 바꾸면, 비행기가 좌우로 기울어집니다. 그럼 비행기가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 비행에 성공한 킬데빌 언덕. 언덕 위 기념비가 보인다. Yuming Huang(W)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 비행에 성공한 킬데빌 언덕. 언덕 위 기념비가 보인다. 이 언덕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주변 바다에 있는 아우터뱅크스 섬에 자리 잡고 있다. 비가 자주 오지 않으면서 바람이 늘 일정하게 부는데다 주변에 나무가 없어서 비행기를 날리기에 적합하다. 아래쪽으로 넓은 모래 벌판으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Yuming Huang(W)

 

비행기의 변신, 열기구에서 이온비행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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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이용한 기구도 개발됐습니다. 수소는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풍선에 넣으면 부력에 의해 위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1937년 독일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수소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착륙할 때 정전기로 인해 불이 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후 모든 비행기는 부력이 아닌 양력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형태로 개발됐어요. 새처럼 날개를 양쪽으로 넓게 뻗은 모양이 특징입니다.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이 만든 글라이더와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 모두 새의 모양을 본따 만들었습니다.  




1932년에는 독일의 발명가 폰 오하인이 처음으로 제트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제트엔진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여 뜨겁게 달군 뒤, 좁은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때 엄청난 힘이 만들어지는데, 이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빨리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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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프로펠러가 없는 비행기 나온다

지난 11월 엔진과 프로펠러 없이도 날 수 있는 비행기가 개발됐습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스티븐 바레트 교수팀이 이온풍으로 나는 ‘이온풍 추진 비행기’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진은 글라이더 모양의 비행기를 만들고, 날개 아래쪽에 비행기를 지탱하는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뼈대의 앞쪽에 2만 볼트의 양극을, 뒤쪽 뼈대에 2만 볼트의 음극을 두었습니다. 여기에 전류를 흘리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기장이 만들어지고, 양극에 있던 질소 기체가 전자를 잃고 양이온으로 변합니다. 질소 양이온은 비행기 앞쪽의 양극에서 뒤쪽의 음극으로 이동하며 주변의 공기를 뒤로 밀어내는데, 이 공기의 움직임이 ‘이온풍’입니다. 비행기는 이온풍의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온풍 추진 비행기는 10초 간 60m를 날았습니다. 바레트 교수는 “이온풍 비행기는 연료를 사용하거나 배기가스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고 소음도 없다”며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사람이 타는 이온풍 비행기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온풍 비행기' 바로보기


이온풍 비행기 유투브 캡처


초음속 비행기, 3시간 만에 뉴욕으로 

흔히 엄청나게 빠른 비행기를 ‘초음속 비행기’라고 합니다. 초음속은 소리가 전파되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1초에 약 340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음속 여객기는 1968년에 처음 개발됐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콩코드’가 주인공입니다. 콩코드는 음속의 2배인 마하 2로 비행한 여객기로, 기존의 항공기보다 2배나 빨랐습니다. 1969년에 첫 비행에 성공했고, 1976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객기는 기름을 많이 소모하는 만큼 항공요금이 매우 비쌌습니다. 초음속으로 날때 발생하는 소닉붐도 문제였습니다. 콩코드가 지나가면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는데, 그 에너지가 워낙 커서 주변 건물의 유리창을 깰 정도였습니다. 결국 2003년 콩코드는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저소음 기술의 원리. NASA


소닉붐을 극복하라

과학자들은 초음속으로 날면서도 소닉붐을 만들지 않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항공우주연구원(NASA)이 만든 ‘X-플레인’이 대표적입니다. X-플레인의 속도는 마하 1.5로, X-플레인을 타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3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앞부분이 얇고 긴 모양으로 생겨서 앞쪽에 만들어지는 충격파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뒤쪽에 보조날개를 달아 꼬리쪽에 모인 충격파가 더 잘 흩어지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X-플레인의 소음이 자동차 문 닫는 소리 정도인 75dB(데시벨) 정도에 불과합니다. NASA는 2022년부터 실제로 비행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소닉붐. English John Gay(W)


소닉붐 - 비행기가 날면 비행기와 공기가 부딪히며 생긴 충격파가 사방으로 동그랗게 퍼져나간다. 만약 비행기가 초음속 비행을 하면 충격파가 흩어지기 전에 여러 개가 합쳐져 폭발적인 소리를 낸다. English John Gay(W).

미사일처럼 솟아올랐다가 마하 5 속도 낸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조금 특별한 극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극초음속 비행기는 마하 5 이상(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나는 비행기를 말합니다. 로켓을 타고 미사일처럼 대기권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대기권에 진입해 극초음속으로 비행합니다.




일단 비행기를 수직으로 세운 뒤 추진체를 발사해 땅으로부터 100km 위로 상승합니다. 이후 비행기와 발사체를 분리한 뒤, 비행기만 높은 대기권으로 들어옵니다. 이때부터는 별도의 엔진이나 프로펠러를 이용하지 않고 활공 비행을 합니다. 이때 비행기는 음속보다 5배 빠른 속도로 날게 됩니다. 이론상으론 음속 10배까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 어느 곳이든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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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비행 택시, 기사가 필요 없다

지난 2017년 9월 독일의 드론 회사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2인용 드론 택시인 볼로콥터를 시험비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사람이 직접 타지 않았지만, 최고 비행 고도 200m까지 날아올랐습니다. 볼로콥터는 사람의 원격 조종장치 없이 시속 50km로 최대 30분간 비행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드론회사가 2인용 드론 택시인 '볼로콥터'의 시험비행에 성공

했다. volocopter




볼로콥터는 앞으로 드론 택시를 부를 때 사용할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앱을 이용해 목적지를 입력하면 드론 택시가 가까운 착륙장으로 옵니다. 이착륙은 건물 옥상이나 헬리콥터 이착륙장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먼 공항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드론 택시에 올라타면 최적의 경로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답니다.


세계적인 항공기 회사인 에어버스와 보잉, 차량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우버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율비행 택시 운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0년 쯤에는 자율비행 택시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시의 건물에서 이착륙 하기 때문에 먼 공항에 갈 필요가 없다. volocopter


하늘에서도 교통 정체가 생긴다

현재 항공기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조종사와 항공 관계자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비행합니다. 이런 하늘길은 웨이포인트(Way Point)를 중심으로 만들어집니다. 


웨이포인트란 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지역별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특정 점입니다. 항공기가 주변의 관제탑과 수시로 교신하며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비행기는 어떤 지역으로 이동하든지 웨이포인트를 중심으로 경로를 만들고, 이동할 때 이 지점을 꼭 지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도를 갈 땐 ‘DALSU’와 ‘DOTOL’ 지점을 꼭 지나야 합니다.




이 길은 하늘길 상황에 따라 이용하기 쉽게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늘길이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주도를 오가는 비행기의 수가 늘어나면서 비행기끼리의 충돌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늘길을 2차선 도로처럼 바꿨습니다. 유럽으로 통하는 한중 항로 또한 매년 교통량이 늘면서 하늘길이 혼잡해졌습니다. 그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한중 항로는 12월 6일부터 2차선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늘길이 넓어진 셈입니다. 



한국도 하늘길 만든다

지난 2015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한 무인비행기 컨퍼런스에서 ‘드론 고속도로’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해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배송하는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안전을 위해 하늘길을 고도에 따라 나누자고 주장한 겁니다.


드론 고속도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앞으로 무인 드론이나 드론택시가 지금의 자동차만큼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이 충돌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하늘길을 정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드론 택시에 앞서 드론을 위한 하늘길을 정리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드론 길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드론과 관제탑이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한국은 5G(5세대) 통신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별도의 통신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전국 어디에서나 관제탑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체계부 전대근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하늘길을 만들기에 앞서 필요한 체계와 개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앞으로 SF 영화처럼 길과 신호를 만들면, 안전하고 빠르게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윤선 기자 petiteyoo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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