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건설, 기준 표준화부터 추진해야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올해 역사적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을 통한 민족적 상생과 평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남북 연결 도로·철도 착수식에 즈음해 남북 경협의 의미와 파급 효과를 짚고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지난 70년간 단절된 남북 교통 인프라의 연결은 닫힌 섬에서 유라시아로 뻗어 나가는 동북아 공동 발전의 거대한 서막이 될 것이다. 과거 공산국가들이 개방으로 지난 20년간 보인 연평균 도로 수송량 증가는 화물량 기준으로 중국 56%, 베트남 114%에 이른다.


북한은 개발도상국의 시행착오를 굳이 답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존 도로와 철도를 단순히 개량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적 기준에 맞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 인프라 협력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에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는 한반도가 동북아 전체를 포용하는 인프라 협력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경제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남북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기술, 경험, 자원, 경제력이 만나면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미국 출신 유명 금융인 짐 로저스가 말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협력은 대북제재 해제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시기가 불확실하다.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과거 대북 경협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국제화와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을 거대 시장으로 인식하는 선진국이 경쟁할 것이다. 남북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는 대북제재 해제 전이라도 남북 인프라 협력 분야에서 몇 가지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주변의 경제적, 정치적 강국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를 갖고 있고 일본은 반세기 이상 신칸센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거대 자본력과 러시아의 정치적 입지 등과 경쟁해야 한다. 승부의 관건은 자본뿐만이 아니라 기술도 중요하기 때문에 대북 경협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국가 기술의 역량 집중이 매우 중요하다.


또 우리는 북한 인프라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다. 남한은 고속도로를 설계할 때 43t 화물트럭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지만 북한의 기준은 30t에 불과하다. 북한 철도와 도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서로 다른 건설 기준의 표준화, 40% 이상 다른 건설용어 등을 해결하는 것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추진이 가능하다. 북한의 한파 환경에 특화된 인프라 기술 개발과 호환성을 높이는 남북 교류 및 정보 교환도 중요하다. 북한은 오랜 기간 교류하지 못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독일이 통일 당시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을 거울삼아 착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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