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직격탄 맞은 지방 부동산, '미분양' 비율도 늘어난다

정부 대책 직격탄 맞은 지방 부동산, '미분양' 비율도 늘어난다


   '서울 집값 안정'에 관심을 집중했던 정부의 시선이 침체된 지방 시장으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들어 이어진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세에 정부는 '9ㆍ13 대책'에 이어 '12ㆍ19 대책'을 발표, 부동산 수요 제한 카드와 공급 확대 카드를 동시에 내밀었다. 이는 그간 급등에 대한 피로감, 내년 불안한 경기 전망 등과 맞물려 효과를 내고 있다. 끝 모르고 오르던 서울 집값은 조금씩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서울의 조정이 시작되면서 지방의 하락 우려가 더 심화됐다는 데 있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18.11% 급등하는 동안 대부분의 지방 부동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남은 2.67% 조정을 받았고 울산, 경북, 부산, 충남, 제주, 전북, 충북, 강원 역시 각각 2.09%, 2.06%, 1.38%, 1.14%, 0.67%, 0.55%, 0.39%, 0.34% 하락했다. 특히 경상권과 충청권 아파트값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장이 지속됐다.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조선 중공업 지역기반 산업 침체가 부동산 시장까지 미치면서 거제, 창원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경남에서 유일하게 매매가격이 올랐던 진주 아파트값도 하향 조정됐다. 경북도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했다. 울산ㆍ부산도 부동산 시장 규제와 분양 및 입주 물량 증가로 매매가격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67% 상승한 건 서울과 일부 수도권ㆍ광역시의 급등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올 초부터 이미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광역시 포함)의 부동산 가격은 2015년 6.95% 상승한 이후 2016년 2.89%, 지난해 1.54%, 올해 0.48%로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그러나 정부에선 아직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정부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대해 시장 불안정 우려가 없을 경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소극적인 조치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일부 시장에 한해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묶어뒀던 제한을 푸는 것일 뿐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그간 워낙 서울 집값을 잡는데 역량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지표가 숫자로 얘기하는 위기감의 정도가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미분양 현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16만 가구를 넘어섰으나 현재는 6만가구 수준이다. 이 수치는 지방 집값 상승률 둔화가 시작된 2015년 이후로도 5만~6만가구로 꾸준했다. 위기를 감지할 만한 큰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국 미분양 물량 가운데 지방 비중은 2015년 50.19%에서 2016년 70.41%, 지난해 81.88%, 올해(10월까지) 88.94%로 크게 늘었다.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방 경기 하강 신호와 맞물려 체감 정도는 지표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심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울산이나 창원과 같이 지역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곳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에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똘똘한 한채'가 부동산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현금 흐름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간 뚜렷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 역시 심화됐다. 악성 미분양 역시 1만~1만5000가구 선이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이 물량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지방 부동산 시장의 조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 역시 주택 관련 대출 등 '돈줄'을 제한한 9ㆍ13 대책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데다 수요 위축 심화는 서울 대비 더욱 심각해서다. 지방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급과잉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집값 급등세가 진정된 시점에 정부가 지방 부동산 대책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정부에서 미분양 양도세 감면, 미분양 매입 확약 등을 확대했다"며 "현재 분위기라면 내년 지방 부동산 시장은 추가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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