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고장’ 통영 


사람들이 굴국밥보다 좋아하는 음식은?

체험, 통영 굴의 현장!…경매장·박신장을 가다

국내 굴 생산의 50% 이상 차지


    경남 통영 앞바다, 바라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그러다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온갖 해산물과 그것을 활용한 진미가 통영 앞바다 위에 아른거린다. 김장철을 맞아 굴 수확이 한창인 통영을 지난 6~7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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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겨울철 제철 식재료다.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석화’로 부르기도 한다. 굴 생산지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먹는 굴 종류는 ‘참굴’이다.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지만 보통 11~2월을 굴의 제철로 본다. 김장 속 재료나 국요리, 젓갈 등에 쓰이던 굴은 최근 고급화해 오이스터 바나 유명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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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통영은 ‘굴의 나라’다. 과장이 아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과 통영시의 자료를 종합하면, 2017년 국내 전체 굴 생산량(딱딱한 껍질을 벗긴 알굴 기준)은 3만1000톤이다. 이 가운데 통영에서 나고 유통되는 굴이 1만7000톤에 이른다. 국내 굴의 55%가량이 통영 바다에서 난다. ‘굴 나라’의 참모습을 엿보기 위해 통영으로 향했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덕유산에는 하얀 눈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절기 대설을 꼭 하루 앞둔 날이었다.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는 눈 대신 비가 왔다.




축축하지만 영상의 기온이 포근했다. 지난 6일 오후 1시 통영여객터미널 바로 옆의 서호시장으로 향했다. 투명한 비닐 봉투 안에 든 굴의 색이 말갛다. 1만원짜리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탱탱한 굴이 먹음직스럽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짭짤하고 진득한 굴 맛을 상상했다. 그러나 본연의 굴은 거칠다. 알굴로 거듭나기 전 껍질 굴 이야기다. 뽀얀 알굴이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박신장(굴 껍데기 까는 작업장)이라 불린다.


굴이 산처럼 쌓인 작업대 앞에 선 사람들. 사진 김지훈 제공


“굴을 이 동네에서는 꿀이라 안카나. 꿀 마이 묵으믄 화장 안 해도 이리 피부가 좋다 안 하나.” 7일 오전 10시 경남 통영시 용남면 바닷가에 자리 잡은 신양수산의 박신장에 들어서니 그 규모에 압도됐다. 작업대 위에 각굴로 산이 만들어져 있다. 그 산 아래에 50여명이 1m씩 거리를 둔 채 굴 까기에 여념이 없었다. 각자 작업대 아래는 다 깐 굴 껍데기를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인다. 이곳을 때로는 ‘박신장’이 아니라 ‘박신 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 여기 장화 신고 앞치마 두르소.” 민미숙 신양수산 대표가 채비를 서둘렀다. 박신장을 그냥 둘러보기에는 아쉬워 굴을 한 번 까보겠다고 나선 터였다. 농촌에 농번기가 있다면, 통영에는 ‘굴번기’가 있음 직했다. 김장철을 맞아 가장 바쁜 시기에 방해꾼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쓰였다. 장갑을 3겹이나 꼈다. 목장갑, 고무장갑 다시 목장갑을 낀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칼날의 길이가 10㎝ 정도 되는 무쇠 칼을 쥐었다. “여기 왼쪽, 왼쪽에 굴 눈이 있는데 여기는 푹 찌르소. 칼을 넣어서 위 껍데기 올리고. 여기 이 관자를 잘 떼야 한대이. 이게 상품성을 좌우하거든. 칼로 잘 떼서 여다 넣으면 된다.” 25년 이상의 경력인 민 대표의 시범에 넋을 놓게 된다.


드디어 생에 첫 굴 까기 도전! ‘굴 눈’을 먼저 찾아야 한다. 굴 껍데기의 편편한 쪽을 위로 두고, 왼쪽 어딘가를 찌르면 된다고 했는데…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결국 “굴 눈은 밖에서 보이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굴 눈? 안 보이지. 그 왼쪽 어딘가에 있으니까 찾아봐라.” 굴 하나를 갖고 1분가량을 씨름하다, 드디어 껍데기를 열었다. 그러나 그 껍데기는 반만 열렸다. 




가르침대로 칼을 푹 넣고 걷어 올렸으나, 굴 껍데기 반만 깨져 떨어졌다. 조심히 나머지 굴 껍데기 반을 걷고, 관자를 조심히 분리한다. 굴 껍데기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그만 굴에서 관자를 분리하고 말았다. 고난의 연속이다. 그렇게 10분 동안 옆에 선 다른 분들의 손놀림을 관찰하며 흉내를 냈다. 그런 뒤에야 겨우 찢어지지 않은 온전한 알굴을 껍질에서 분리할 수 있었다. “인자 잘 하네. 잘 배웠네. 그렇게 하면 된다.” 굴 까기 경력 27년 차 유순자(66)씨의 칭찬에 힘을 내본다. 새벽 4시부터 이어진 작업에 고될 법 하다. 유순자씨의 나이를 물었다. 그는 “나이를 묻지 마세요오~, 묻지 마세요오~”라며 아무 가락에 가사를 붙여 흥얼거리고 크게 웃는다. 유씨를 비롯한 박신장의 사람들은 하루에 꼬박 12시간을 서서 굴을 깐다. 작업한 양만큼 일당을 받기에 경쟁이 붙으면 박신장은 우주의 고요가 앉은 듯 조용해진다.


굴수하식수협위판장 경매에 나온 알굴(껍데기를 깐 굴). 사진 이정연 기자




알굴이 박신장을 나와 향하는 곳은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위판장이다. 알굴 생산자와 중간 도매인이 만나 경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110~120톤의 알굴이 드나든다. “아직은 김장철 막바지라 가격이 괜찮은 편이다. 국내는 김장 수요가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김지훈 굴수하식수협 대리(경매사)의 설명이다. 굴 경매는 오후 1시와 저녁 6시, 2번 열린다. 6일 저녁 6시 굴 경매장에 들었다. 40여명의 중간 도매인 앞에 알굴 가득한 상자가 쌓여있다. “짜이머~!” 경매사가 알 수 없는 주문을 건다. 그 소리는 낮고 크게 울려 퍼진다. “짜이머~. 10만2000, 사구! 이구!”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른 경매사가 들어서자 또 다른 소리가 울린다. “오이야~!” 휘둥그레 한 기자의 표정을 보고 장경일 굴수하식수협 상임이사가 웃는다. 저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경매 흥을 돋우기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냥 조용히 하면 재미도 없고 하니까. 경매사마다 다 달라요”라고 답한다. 쉴 새 없이 경매가 이어지는 사이, 낙찰된 굴은 바로 트럭에 실려 전국 곳곳으로 향한다.


국내 굴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통영 굴 

박신장에서 거친 껍질 굴이 뽀얀 알굴로 변신 

“짜이머~~!“ 긴장감·활기 도는 경매장 

통영식당에서 엿본 향토 음식 ‘굴무젓’




통영에서 양식하는 굴은 ‘참굴’이다. 김장 속 재료로도 쓰지만, 씨알이 굵은 참굴은 생굴로 식탁에 오른다. 굴 보쌈은 서울 종로 보쌈거리의 겨울철 인기 메뉴다.


‘체험 굴의 현장’도 좋지만 그것도 식후경이다. 고만고만한 굴 상차림 말고, 색다른 향토 음식이 없을까 궁금해진다. 굴의 나라에 굴밥, 굴 국밥, 굴전이 전부일 리 없다. 통영에 살며 레스토랑 ‘오월’을 운영하는 김현정 셰프가 전해 온 소식이 그래서 유독 반가웠다. 그는 ‘굴무젓’을 반찬으로 내놓는다는 식당 ‘통영식당’(통영시 서호동 177-385)을 소개했다.


통영의 향토 음식 굴무젓을 설명하고 있는 유숙명 ‘통영식당’ 사장. 사진 이정연 기자




“통영 사람은 굴 국밥 별로 안 좋아해요. 여행객들이나 찾지요. 요즘 여기 사람들은 (물)메기탕, 대구탕 좋아하지요.” 통영식당 유숙명(64) 사장은 호쾌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식당 역시 주메뉴는 물메기탕과 대구탕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단골이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굴무젓’이다. “굴무젓? 여서는 꿀젓이라 하는데…”라고 운을 띄우며 유씨는 바로 주방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이틀 전 소금을 뿌려 삭히고 있는 굴을 꺼내 보여준다. 통영 지역의 향토 음식인 굴무젓은 굴을 겨울에 5~6일 소금을 뿌려 삭힌 뒤 무를 갈거나 채를 썰어 넣고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파, 깨소금과 함께 약간의 물을 섞어 만드는 반찬이다. 어리굴젓과 달리 굴무젓은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다. “지금은 실내에서 삭히는데, 옛날 우리 집에서는 굴을 아랫목에 넣고 이불을 쌓아서 술 담그듯이 삭혔제.” 유 사장의 언니인 유숙희(67)씨가 설명을 거든다.


통영 서호시장 반찬가게에서 파는 굴무젓. 사진 이정연 기자


9천원에 즐길 수 있는 ‘통영식당’의 한정식. 사진 이정연 기자




5~6일 삭혀 제맛을 내는 굴무젓 맛보기엔 실패했지만, 2~3일 삭힌 것은 맛봤다. 수분이 빠져 생굴보다 쫄깃한 맛이었다. 밥 생각이 간절했다. “그거 먹으려면 식복이 있어야 한다.(웃음) 꿀젓은 우리가 좋아하니까 담근다. 그래서 단골이나 와서 달라면 좀 내주는 기지.” 대신 통영식당에서 마주한 ‘한정식’은 아쉬움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 솔직히 말할게. 여기 갈치속젓은 사 왔다. 나머지는 다 만든기다.” 단돈 9천원에 자그마치 11가지 밑반찬과 멸치 회무침과 멸치조림, 쌈 채소와 숭늉이 나온다. 대구의 대창과 아가미를 넣어 만든 무김치는 색다른 식감에 즐겁고, 멸치 젓갈만 넣어 만든 지난겨울 김장 김치는 시원하고 새콤한 맛이 떠올라 아직도 침샘이 얼얼하다.

통영/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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