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폭 커지는 한미관계]왜 체코로 갔나?..."靑, LA 경유 준비해오다 '美 허가 필요' 확인 후 변경"

[균열 폭 커지는 한미관계]

왜 체코로 갔나?..."靑, LA 경유 준비해오다 '美 허가 필요' 확인 후 변경"


경유지는 10월 초까지 LA였다

G20 순방 때 韓美에 무슨 일이


對美 불만에 "미국 경유할 필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순방 경유지가 당초 검토됐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체코로 변경된 것은 당시 고조됐던 한·미 간 갈등 기류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시 미국이 남북 관계에 잇따라 제동을 건다는 불만이 쌓여 있었다. 미국도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한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 대통령 전용기가 매번 미국을 갈 때마다 대북 제재 예외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그러자 청와대는 '그럴 바에는 LA 말고 다른 경유지를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문 대통령 전용기의 입항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북 제재가 경유지를 바꾸는 데 주요 원인이 된 셈이다.




10월 초 트럼프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천명


경유지는 10월 초까지 LA였다

12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는 G20 정상회의 순방 경유지로 일찌감치 LA를 점찍어 놨다. LA는 해외동포 커뮤니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보통 대통령 임기 1~2년 차에 LA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하는 게 관례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을 네 번 방문했지만 LA는 간 적이 없다. 외교부는 실제로 LA 방문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A 지역 한인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봄부터 '11월쯤 대통령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실제로 몇 달 전에 총영사관 측이 비공식적으로 대통령 방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10월 초쯤 청와대는 정부에 다른 경유지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 방문 준비가 석 달 전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출국 두 달여를 앞두고 경유지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체코 프라하에 도착해 노박 체코 대통령실 

       총무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향하며 체코를 경유했다. 

       /뉴시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LA에 가기 위해서는 미측에 전용기의 입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간 뒤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전용기는 9월 18~20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다녀왔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대통령 전용기도 180일 동안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남북회담 직후인 9월 24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할 때 외교부는 미측과 협의해 '제재 예외'를 적용받았다. 워싱턴 소식통은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도 충분히 공유한 사안인 만큼 미국이 전용기와 관련해 특별히 문제 삼는 건 아니다"며 "다만 예외 적용을 받는 형식적인 절차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아무리 요식 절차라고 하지만 대통령 전용기에 대해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일부 참모는 "주권의 문제" "미국이 너무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 라인뿐 아니라 정의용 안보실장 등 외교 라인도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對美 불만에 "미국 경유할 필요 없다"

청와대의 반발은 단순히 전용기 예외 적용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쌓였던 대미(對美) 앙금이 전용기 문제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9월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한·미 간에는 갈등이 잇따라 표출됐다. 8월 말 우리 정부가 북한과 함께 북쪽의 철도 구간을 공동 점검하려 했을 때 군사분계선을 관할하는 유엔사가 이를 무산시켰다. 유엔사는 미군이 주축이다.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이던 개성공단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각종 자재와 유류 반입이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문제를 제기해 개소가 상당 기간 지연됐다.


거꾸로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 군사합의서를 미국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고 정상회담 직전에 주자 미국에서 불만이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거친 언사로 항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군사합의서 이후 미국이 여러 문제에서 상당히 깐깐하게 나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다 10월 초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까지 전해지면서 청와대의 대미 불만은 정점(頂點)을 찍었다고 한다. 결국 이런 분위기 때문에 '꼭 미국을 경유할 필요는 없다'는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민혁 기자

이민석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3/20181213003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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