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은 왜 '청년 일자리'의 무덤이 됐나? - KBS

2011년 고용노동부,미국식 적정임금 제도 도입 시도

대형건설사 반대로 무산

선진국, 적정 임금 지급여부 감독 제도 시행

어쨌든 일한 대가 만큼 임금 보장되어야 


이미지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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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말고도 청년들이 외면하는 또 하나의 일자리가 있습니다. 건설현장입니다. 


힘들고 위험하고 거친, 그야말로 대표적인 3D 일자리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 나라에서도 가진 것,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 찾는 마지막 노동 시장이 건설현장입니다.


힘들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지만 8, 90년대 만해도 땀 흘려 열심히 일하면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 교육 시킬 수 있는 그 정도 벌이가 되는 일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건설현장에서 한국 사람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젊은 한국인은 천연기념물 수준입니다.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만일까요? 미국이나 호주, 유럽엔 젊은 건설 기능인력들이 많은 걸 보면 단지 힘들고 위험해서 그런 건 아닐 것 같습니다.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보상받지 못하니까 청년들이 오질 않는 거죠.


위험한 일, 힘든 일은 누구나 하기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내가 자동차 끌고 다닐 도로를 내가 직접 건설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내 자식들이 다닐 학교, 또 내가 살 집을 내가 직접 지을 수 없지만 학교와 도로,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하잖습니까? 그럼 누군가는 나 대신 학교와 도로, 아파트를 건설해야 할 테고 나는 물론이고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이니만큼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들은 이런 누구나 꺼리는, 그렇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땀의 대가를 지불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본 것이고, 우리 사회는 그 대신 인건비가 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봤습니다.


건설 기능 인력들의 노임은 1년에 두 번 발표되는 시중노임단가에 근거해 정해집니다. 목수의 하루 일당이 15만 2천 원입니다.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러나 이 시중노임 단가는 단지 참고용일 뿐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죠. 만약 건설사 사장님 입장이라면 하루에 10만 원만 받아도 일하겠다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노동자들이 지천인데, 15만 원 넘게 달라는 한국인이 있다면 쓰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시중노임 단가는 경력이 30년 된 목수나 1년 된 목수나 똑같습니다. 그러니 건설현장의 노임은 오르려야 오를 수가 없는 구조가 돼버렸고, 그렇다 보니 청년들이 아무리 가진 것, 배운 것 없더라도 건설현장만큼은 찾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은 노동문제와 이민문제를 연결해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는 것보다 공사판에서 등짐을 져도 좋으니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미국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미국 이민법이 허용하지를 않죠.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자주 예로 삼는 비유가 있습니다. 인도의 버스 기사와 스웨덴의 버스 기사 얘기. 버스 운전 실력으로만 놓고 보면 비포장도로에서 다른 차는 물론, 사람, 소까지 피해 운전해야 하는 인도의 버스 운전기사 실력이 월등히 나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임금으로 보면 스웨덴 버스 기사가 몇 배 높은 돈을 받습니다. 


스웨덴 버스회사 사장님 입장에서 봤을 땐 당연히 운전 실력이 뛰어난데도 낮은 임금을 줘도 되는 인도의 버스운전기사를 수입해 써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건 스웨덴 정부가 허용하질 않습니다. 자국의 하부 일자리 시장을 외국인과 직접 임금경쟁 시키는 나라는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 선진국들 역시 건설현장은 마찬가지로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 어떻게 해서 자국의 청년들이 직업으로 택하게 만든 걸까요? 이 역시 중소기업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역할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한번 보겠습니다. 일단 미국 건설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교사, 경찰관들과 비슷합니다. 힘들고 위험한 건 우리와 똑같지만,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중산층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소득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건설현장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임금이 부당하게 깎이기 쉽습니다. 대신 미국엔 Prevailing Wage 즉, 적정임금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 사업의 경우 주 정부가 목수, 철근공, 미장공 등 각각의 건설 기능인력별로 시간당 임금을 설정해 놓고 이 임금을 건설사가 지급하는지까지도 주 정부가 감독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적정임금대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설사는 3년간 공공 건설 공사의 입찰 자격이 박탈됩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건설사가 공공건설에 참여할 때 인건비는 아예 손대지 못하게끔 못 박기 위해섭니다. 미국의 Prevailing Wage가 법제화된 것은 대공황 직후인 1931년입니다.


당시 실직한 수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도 테네시 강을 개발하고 후버 댐을 건설하면서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육체노동자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임금이 무한정 깎여나간 것입니다. 당연히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임금이 떨어졌고 가뜩이나 대공황으로 움츠러든 시민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1931년 데이비스와 베이컨 두 의원이 발의해 미국 연방정부가 채택한 것이 바로 Prevailing Wage, 적정임금제도입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넥타이 풀고 강바닥에서 등짐을 지기로 결심한 시민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테네시 강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라, 그럼 건설사가 임금을 깎지 못하도록 정부가 보장하겠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정부가 국민들과 한 새로운 거래, 바로 ‘뉴딜’입니다.


강바닥 파헤쳐 토목사업 일으킨 것이 뉴딜이 아니고 열심히 일하면 정부가 생활임금을 보장해주겠다고 한 것이 뉴딜 사업의 근본 개념입니다. 이후 적정임금 제도는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반대에 몇몇 주는 폐지했지만 여전히 32개 주에서 지속되면서 미국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좋다고 할 순 없을지 몰라도 나쁘지 않은 일자리로 지켜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가 미국식 적정임금 제도를 도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대형 건설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법제화는 무산됐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왜 반대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공공 임대 아파트 단지 공사비 설계 내역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발주처인 SH공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에게 콘크리트 등 재료비는 얼마 정도 들 것이고, 노무비는 얼마 정도 들 것이니 이를 고려해 입찰하라는 일종의 공사 원가 지침서 같은 것입니다.





이 내역서를 보면 한 예로 15톤 덤프트럭 기사의 한 시간 노임을 23,804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습니다. 보통 하루 9시간 일하니 하루 일당으로 치면 21만 4천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 덤프트럭 기사에게 확인한 하루 일당은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쯤 되면 건설사가 서울시에서 노무비 명목으로 받아간 돈이 전부 얼마고 실제 지급한 돈은 얼마나 되는지 그 차액이 궁금해집니다. 그렇지만 이런 공사비 세부 내역은 모두 건설사들의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비공개 사항입니다.


4대강 사업 때도 세부적인 공사비 내역은 모두 공개가 거부됐습니다. 민간 건설사들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정부가, 그것도 세금이 들어간 공공사업을 공사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미국처럼 강제성 있는 적정임금 제도가 있다면 건설사가 덤프트럭 기사 일당을 21만 원 넘게 주겠다고 받아가서 실제론 10만 원만 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최소한 국민의 세금이 건설사들에게 바가지 쓰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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