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돈? -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중소기업 사장인 왕조마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비상금을 친동생인 왕재수씨 명의의 계좌에 예치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빼서 써오다가 왕재수씨가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바람에 자신의 비상금계좌가 조카들에게 상속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조카들은 그 돈이 자신들 것이라며 소송준비에 들어갔다. 이 상황에서 왕조마씨는 무사히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뉴시스>

 

요즘 2014년 11월 29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화두다. 일명 ‘차명거래금지법’이라고도 하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첫째, 차명계좌의 소유권이 실소유자가 아닌 계좌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한다는 것과 둘째,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형사처벌된다는 것에 있다. 이 두 가지 핵심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루어 본다.

<은행연합회 표 박종규>


개정안의 첫 번째 핵심인 차명계좌 소유자를 ‘계좌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한다는 원칙만큼 차명계좌 거래를 금지시킬 파워풀한 도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계좌명의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추정해버리면 계좌의 실소유자는 그 계좌가 자기 것이라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령 계좌 실소유주가 여차여차해서 간신히 이 계좌는 내 계좌임을 입증했다손 치더라도 그다음에 닥칠 후속타가 계좌 실소유주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그 후속타란 입증과정에서 밝혀질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한 동기문제다. 이는 두 번째 핵심인 형사처벌의 문제인데, 차명계좌 개설을 왜 했느냐에 대한 이유는 입증과정에서 꼭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하지 않았음을 소명하여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은 ‘계좌명의자’도 같이 처벌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좌 찾아오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기타 자세한 개정안의 내용은 연일 신문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참조하시면 될 것이고, 어찌 됐던 납세자들은 11월 29일 이전에 차명계좌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가 가족이나 친척 명의로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이참에 아예 가족이나 친척에게 증여를 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납세자가 친인척이 아닌 타인 명의로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신속히 차명계좌를 내 계좌로 바꿔놔야 하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이를 새로운 증여로 보아 과세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최초 차명계좌에 있던 돈은 내 돈이었고, 이 돈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는 내용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면 증여세 부과를 막을 수 있겠으나 이러한 준비과정 없이 덜컥 계좌를 빼 오다가는 또 다른 세금 문제로 힘들어질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범윤 재무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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