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스마트도시’ 사업 ..이래도 되나? - 건산연
기술 경연장으로서의 스마트도시가 목적이 되어선 안 돼
지난 8월 초 감사원은 74개 도시개발사업, 택지개발사업지구 등에서 시행 중인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법에서정한 스마트도시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사업이 34개에 달하고, 재난 상황 영상지원, 사회적 약자관리 서비스 등 활용실적이 저조하며, 준공 후 스마트도시 기반시설의 인계인수 지연으로 시설이 방치되는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국토교통부는 국가시범도시로 추진 중인 세종·부산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이 아닌, LH가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 또는 택지개발사업에 있어서 스마트도시 기반시설을 일부 설치하는 사업들에서 부적정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스마트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핵심사업으로서 '스마트도시'를 제시한 이래, 그야말로 '스마트도시' 풍년이다.
얼핏 보면, 정부는 '스마트'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도시재생, 도시 및 지역개발사업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등 광역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은 물론, 평택시·전주시· 구리시·춘천시 등 기초지자체들까지 스마트도시 조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유행처럼 번지는 데에는 다양한 정부의 공모사업이 큰 계기가 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구축사업', '드론 실증도시 구축 공모사업',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 기술 지원사업',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주거 플랫폼 사업', '스마트챌린지 시티형 예비사업' 등 비슷비슷한 명칭의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공모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교통·안전·환경·방재 등 다양한 기능의 첨단화를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유도하는 정주 여건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들이 지속 발굴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도시재생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고, 국가시범도시 조성사례가 해외에 수출되는 등 '스마트 강국'인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명칭의 스마트도시 조성사업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는 것은 역으로 스마트도시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다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지난해 스마트도시에 대한 정의, 스마트도시계획의 수립 및 시행, 각종 지원책 및 특례 등을 담은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소위 「스마트도시법」을 제정하였으나, 여전히 도시가 인간 삶에서 갖는 기능적 측면에서 보는 스마트도시와 정보통신·인공지능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는 스마트도시가 원활하게 접목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가 내놓은 각종 스마트도시 지원사업들이나 스마트도시 조성사업들의 실제 사업 범위나 사업내용, 정책적 지원내용들을 봐도 스마트도시가 우리 미래의 도시 성장, 발전 그리고 육성 모델이자 전략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과거 'U-시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2008년 정부는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파주·동탄 등의 신도시 개발에 적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도시 조성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시 경쟁력 향상을 통하여 국가 성장을 도모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며, 더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두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첨단도시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앞서가는 기술의 경연장으로서의 스마트도시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서, 사람들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이자 인권을 가진 개체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스마트도시 정책의 성공을 위해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점은 '도시가 사람들에게 주는 궁극적 가치와 철학'에서 스마트도시가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주경제, 2021.8.24>
김영덕(선임연구위원ㆍydkim@cerik.re.kr) 건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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