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지 롯데건설 수석 "롯데월드타워 지을 때는 미래와 ‘소통’ "

  

“건물을 짓는 과정은 ‘소통의 연속’입니다"

 

   “건물을 짓는 과정은 ‘소통의 연속’입니다. 건축물 주변 자연과의 ‘이해와 소통’부터, 건축물을 기획하고 시공하는 동안 사람 사이의 ‘협력과 소통’, 그리고 완성된 건축물이 이끌어낼 ‘미래와 소통’을 거쳐야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롯데건설 청량리4구역 현장 설계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수지(사진) 수석은 전국 곳곳의 롯데캐슬 아파트 내·외부 디자인과 상품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명품 건축물’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한다.

 

롯데건설 청량리4구역 현장 설계팀장 임수지 수석/롯데건설

 

그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잠실 초고층 롯데월드타워 현장에서 디자인부터 시공 관리를 했다. 현재는 2023년 완공예정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현장에서 호텔, 문화집회, 업무, 쇼핑 등 다양한 분야의 설계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통’을 건축설계의 핵심으로 꼽았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소통과 어떤 상관이 있는 것일까.

 

― 자연과의 소통을 첫번째로 꼽은 이유는

 

“땅과 공기, 햇빛이 어떤 형질이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공사를 해야 사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을 만들 수 있다. 건물을 짓기에 앞서 토목·기초공사를 하고 길을 낼 때도 지역의 지반과 교통량을 분석해야 한다. 자연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쾌적한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건물을 배치할 때는 바람길과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잘 알아야 한다. 우선 중앙 광장을 만들고, 그 다음에 동을 배치한다. 이 때 인접한 동끼리 햇빛과 바람길을 막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늘이 지거나 바람길을 막으면 통풍이 되지 않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주거환경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건축 내부 설계도 햇빛과 바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요즘에는 4베이(Bay·발코니와 맞닿은 거실과 방의 수) 구조를 쓰면서도 거실 뒷편인 주방도 창을 크게 낸다. 거실과 주방으로 빛이 한 번에 들어가도록 하고, 바람길도 내면서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길고양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지나가는 길이나, 동네 중심에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설계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고 고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

 

― 사람 사이의 협력과 소통은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건물을 배치하거나 단지 구조를 만드는 것처럼 거시적으로 크게 봐야 할 것도 있지만, 세부 요소들을 파고들다보면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할 것도 있다. 건물의 각 부분에 사용할 자재를 고를때도 구역의 특성에 맞춰서 넣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설계지시서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 협력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느꼈다. 당시 우리는 ‘변치않는 가치’라는 모토(moto·좌우명)로 몇백년이 지나도 품위와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특히 미술 장식품에 공을 많이 들였다. 각 공구별로 호텔이든 레지던스든 공용홀이든 국내외 유수의 작가들과 협의해 작품들을 많이 넣었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2층 갤러리라운지 전경/롯데건설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건물이 지어지는 속도에 맞춰 작품을 넣으려면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담은 도면이 나와야한다. 그런데 작가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속도에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 도면을 받기 위해서 거의 매일 작가들 사무실에 가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찻길에 있는 돌들을 하나씩 줄로 엮어 작품을 만드는 분도 있었다. 작업실이 산속에 있었는데, 작가와 미팅을 하다 보니 산을 정말 많이 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레지던스에 들어가는 모든 작품들은 마감재든 창호지든 장인의 손을 거친 것만 사용했다.”

 

― 국내 최고층 건물인 만큼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을텐데

 

“초고층 건축물은 구조물 외부에서 작용하는 지진이나 풍압력, 하중 및 변위 등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해야 한다. 구조공학과 환경공학, 최첨단 건설 기술의 집합체다. 게다가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높이의 건축물이었다. 어떻게 건물을 지어야 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국내 법규상 이정도 건축물에 적용되는 인증기준도 없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축물 구조, 친환경 인증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외 전문 설계회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았고, 유수의 해외 디자인사와도 함께 일했다. 없는 것을 직접 공부해 터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그 때 협의한 전문가들과는 좋은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그 작업을 거치면서 어떤 현장도 견딜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시 함께 동고동락했던 인원들이 현재 짓고있는 롯데캐슬 SKY-L65 현장에서도 뭉쳤다. 시공부터 품질·안전·기계·전기 등 각 분야에서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이 현장은 주거지와 비주거지로 나뉘는데, 주거지가 65층의 초고층 건물이다. 서울 강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 전경/롯데건설

 

― 초고층 주거단지는 또 어떻게 다른가

 

“롯데캐슬 SKY-L65는 청량리역 인근에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다. 200m 높이의 초고층 공동주택 4개동과, 쇼핑, 문화집회, 호텔, 업무, 오피스텔 등이 모여 있는 건축물로, 강북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시설이 모여 있는 초고층 복합단지 현장인 만큼, 설계 과정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재난상황에 대한 예방 조치다. 방문인원이 많아 처음 건물을 찾은 사람도 피난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동별로 건물의 중간에 피난대피층을 만들었고, 안전구역 내에 인명구조 장비를 갖췄다.

 

특히 비주거건물에는 붕괴, 테러, 화재, 지진 등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계측 및 관리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인력 및 동선관리 등이 중요한 만큼, 수많은 파트너사들과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안전 시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 수석이 지난 7월 29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건설현장에서 설계도면을 보고 있다. 2021.07.29/롯데건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조감도/롯데건설

 

 

― ‘미래와의 소통’은 어떤 것인가

 

“다음세대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의 삶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이미 세계각지에서 홍수와 태풍, 우박 등 기후이변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가 매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발표하고 있는 대한민국 환경 위기 시각을 보면 한국은 2010년도부터 오후 9시를 넘겨 10시에 육박하고 있다.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시기인 12시를 불과 2시간 앞두고 있다.

 

롯데건설은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물론이며, 지열에너지, 미소수력발전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하는 등 친환경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 현장도 태양광발전을 위한 BIPV(건물일체형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와 지열시스템을 적용해 친환경 대표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BIPV의 경우 일부 구간에서 마감재 역할을 하면서 발전용으로도 쓸 수 있어 건축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설치위치 조감도 및 건물일체형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BIPV) 커튼월 시공사진/롯데건설

 

 

― 앞으로의 건축설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젊었을 때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물 짓고싶다는 게 바람이었다. 내가 평면에 그린 그림 하나가 하나의 집이 되고, 아파트 단지가 될 때는 내가 지은 집 하나에 3000가구의 가족들이 들어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데 어느순간 사람의 행복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목표인가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한 행동으로 환경오염이나 환경 파괴와 같은 후폭풍이 오고 있다. 그동안 사람의 소유만을 위한 생산 활동을 해왔구나, 이기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더 이상 물러날 시간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면서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설계를 해야한다. 굳이 한 회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있는, ‘건축을 하고 있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온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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