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압박 탈원전 강행..."월성 안멈추면 인사 불이익" 위에서 압력
백 전 장관 등 공소장에 적시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 불기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을 상대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압박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관철했다는 내용이 백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그럼 줄기를 추적해 뿌리 뽑아야지!
(편집자주)
대전지검이 지난 6월 기소한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사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여부와 시기는 원전 운용사인 한수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었는데 법적 근거도 없이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이 부당하게 개입했다.
공소장에는 “채 전 비서관은 한수원이 대규모 손실 및 비용 보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추진하던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변경허가 때까지 가동 후 중단’ 방안을 포기하는 대신, 2018년 6월까지 즉시 가동 중단으로 방침을 변경해 추진하라고 백운규 전 장관과 산업부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고 돼 있다. 이후 “백운규 전 장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은 한수원의 자율적인 결정 영역에 부당하게 개입해 정재훈 사장 등 한수원 관계자에게 ‘2018년 6월까지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가할 듯이 압박했다”는 것이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3일 산업부 공무원들로부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되, 원안위의 원전 영구정지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2020년까지 2년은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자 “너 죽을래”라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백 전 장관의 압박은 산업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이후 한수원에도 가해졌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였던 것이다.
또한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백 전 장관은 즉시 가동 중단이 한수원에 손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손해를 보전해 줄 의사가 없었음에도,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신속하게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목적으로 정재훈 사장 등 한수원 관계자들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국정 과제’는 백 전 장관의 업무상 배임교사 혐의와도 연결된다. 수사팀은 경제성이 충분했던 원전이 경제성평가 조작에 따라 조기 폐쇄되면서 한수원이 1481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백 전 장관 등이 조기 폐쇄는 한수원의 자발적인 결정인 것처럼 꾸몄고, 정부는 한수원의 모회사 격인 한국전력공사 주주들에 대한 손실 보상 책임을 면제받아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당초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뿐만 아니라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하려 했으나 대검은 ‘김오수 총장 취임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지난 6월 말 김 총장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아라’라는 지시로 배임교사 혐의에 제동을 걸었고,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을 우선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만 기소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사심의위는 기소 49일 만인 18일 열린다. 한 법조인은 “수사심의위에서 ‘배임교사 혐의 적용’ 결론이 나온다면 산업부의 배임 책임이 명확해지고 결국 정부 책임이 되는 구조”라고 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2018년 4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주변 참모들에게 말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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