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분야 경력직 채용에 열 올리는 건설사들...왜?

 

광주 재개발 현장 철거건물 붕괴 사고 계기

중대재해처벌법도 한 몫

 

   건설사들이 안전분야 경력직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안전관리 분야의 전공자가 적고, 안전담당자의 책임이 커지면서 취업희망자도 줄어 채용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계약직 형태 안전관리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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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건설취업포털 건설워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 기준 대우건설, 한화건설, 중흥건설, 쌍용건설, 반도건설, 두진건설, 신일건설, 건영건설 등에서 정규직이나 계약직 형태로 안전관리자를 모집하고 있다. 올해 올라온 전체 안전관리직 채용공고 537개 가운데 7월부터 올라온 공고는 이 중 절반인 269개에 달한다. 공고 중 대다수는 경력 직원 채용을 위한 것이다.

 

채용 인원도 적지 않다. 한화건설은 지난 9일 건설안전 분야 경력(계약직)을 두자릿수(00명) 채용하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중흥건설과 반도건설, 아이에스동서, 금호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안전관리 분야만 콕 집어 공고를 내기도 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내부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충분치 않아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사들이 안전관리 인력 확충에 나선 이유로는 먼저 지난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 사고 이후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이 공사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HDC현산의 업무 태만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안전관리자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지난 4월 말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 의무만 전담하도록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올해 하반기부터 안전관리자 직접 고용을 의무화한 제도들이 잇따라 도입된다.

 

이 밖에 내년 1월에는 중대한 인명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된다. 이 법안의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매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기업 또는 시공능력 상위 200위 이내의 건설회사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도 둬야 한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 변화에 맞추기 위해 앞다퉈 안전관리방안을 내놓는 한편, 안전관리 담당자 직급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5년 이상의 경력과 안전기사 소지자, 박사학위자 등을 찾고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특히 광주 학동4구역 사고 이후 이 같은 분위기가 강해졌다”면서 “현장 수가 많은 건설사는 현장마다 인력을 배치해야 해 더욱 사람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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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력을 뽑는 일이 쉽지는 않은 모양새다. 안전관리직은 처우에 비해 사고발생 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커 이전부터 구직자가 많지 않았던 분야다. 건설사도 안전 관리자를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 안전관리자를 현장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관리자들은 공사가 끝나면 다른 현장으로 옮기기 일쑤였다. 게다가 최근 잇따라 터진 안전사고로 인해 여론의 눈총도 받게 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하려는 경력자들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규모 회사나 작업장에서 일했던 경험도 경력으로 쳐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C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각 건설사에서 원하는 경력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 작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인정해주려고 하는 편”이라면서 “안전관리 채용 시장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활발해졌다. 건설사 차원에서도 채용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인난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규모에 따라 필요한 기술자격도 다르고 전공자도 부족해 건설사가 원하는 조건을 맞춘 인력이 공급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과도기적인 단계이고, 사회적으로 수요가 있으면 점차 공급도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온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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