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 존치교각 그대로 놔둘 것인가?
청계천 복원 의미 되새기기 위해 잔존
18년된 청계고가 교각 존치 놓고 시민 의견 분분
"청계천에 존치교각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비우당교 인근 청계천가에서 만난 박철(가명·50대)씨는 교량 상판 없이 청계천에 서 있는 교각들을 바라보며 교각 존치에 대해 "주변 사람들 의견도 분분하다"고 말했다.
의미있는 상징성 존중하고 부여해야
더 나은 디자인 공모 시민 수렴 거쳐 대체도 고려해야
(편집자주)
수풀이 우거진 청계천가에는 2003년 철거된 청계고가도로를 받치고 있던 교각 3개가 남아있다.
서울시는 청계고가 철거 당시 개발 시대를 기억하고 청계천 복원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비우당교와 무학교 사이 교각 3개를 남겨뒀다.
그러나 이후 인근 지역 개발로 청계천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존치교각이 흉물스럽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존치 교각 '흉물' 논란…철거 요청 민원 꾸준
존치교각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은 교각이 청계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씨는 "청계천에 자주 산책하러 나오는데 생태 환경을 잘 조성해놓은 청계천과 존치교각이 어울리지 않아 흉측하다"고 비판했다.
가족과 청계천을 방문한 오주민(가명·40대)씨도 "교각 3개 모두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거나 새롭게 도색을 했다면 지역 명물이 됐을 것"이라며 "철거 과정에서 파손된 형태를 유지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청계천 관련 민원 처리를 전담하는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존치교각 철거 요청 민원은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 민원접수 홈페이지 '응답소'에 '청계천 인근 존치교각 이전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 이전부터 인근 지역에 거주한 김병호(가명·50대)씨는 "과거와 비교해 존치교각 주변도 잘 관리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며 "예전 청계천 인근 지역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덕희(가명·20대)씨는 "존치교각이 앞으로 더 활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변 환경과 이질적인 풍경 자체가 오히려 지역적 특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자전거도로에서 바라본 존치교각
서울시는 당장 존치교각을 철거할 계획이 없다며 교각 유지를 원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개발의 상징인 교각을 계속 존치함으로써 '역사와 문화가 있는 청계천'이라는 복원 의의를 앞으로도 지킬 계획"이라며 "더 많은 시민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역사적 의미 보존·소통 노력 모두 필요해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존치교각을 유지하더라도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교각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시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생태 복원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존치교각은 분명 유지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서울시는 존치교각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더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팀장은 "각종 사진 자료가 전시된 청계천 박물관을 홍보와 시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수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존치교각의 역사적 상징성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소통 행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철거 논의 전 시의 충분한 홍보와 설득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성진우 인턴기자 sjw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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