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기사회생] 아무래도 안되겠다!...조기 폐기·완전 폐기 정책 선회

 

 

일자리 소멸과 전력수급난 발생 우려 등 제기

속도 조절 나서

 

    석탄발전소 조기 폐기·완전 폐기를 밀어붙이던 정부가 비상시를 대비해 일부 석탄발전소 가동은 중단하되 유사시 재가동할 수 있도록 보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발전소 폐기를 서둘러왔으나 관련 일자리 소멸과 전력수급난 발생 우려 등이 제기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부 석탄발전소를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가동이 중단된 충남 보령화력 1·2호기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매경DB]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기할 때 충분히 쓸 수 있는 설비자산이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석탄발전소 폐기를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탈탄소를 진행하는 해외 국가도 비상시에 대비해 일정 기간 석탄발전을 예비 자원으로 두는 사례가 있다"면서 이를 검토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블랙아웃과 같은 전력수급 위기가 닥치는 유사시를 제외하고는 평시에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50기 중 30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더라도 설비를 가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시에도 유지보수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법상으로는 미가동 발전소 유지 보전에 대한 제도가 없다. 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하고 발전사업권을 정부에 반납하는 즉시 영구 폐기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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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까지 30기 폐기 기존계획

가용설비 매몰비용 낭비 큰데다

석탄발전 연관인력 일자리 위기

태양광·풍력발전은 아직 불안

 

두산중공업·포스코 기술 개발로

암모니아 발전 효율 높아져

석탄발전소 일부 재활용하기로

 

 

화력발전 완전 폐기 정책을 고수하던 정부가 방향을 바꿔 일부 석탄발전소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탈석탄 정책으로 소멸되는 자산과 일자리를 최대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약점도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당초 정부가 석탄발전소 전면 폐기 정책을 들고나오자 전문가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지은 화력발전소 설비를 그대로 매몰시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름철 들어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는 일부 석탄발전소를 비상시를 대비해 유지 보전하는 방안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블루암모니아' 발전원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일부 석탄발전소를 암모니아 혼소·전소 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 30기를 폐기하고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LNG 발전 역시 오염 물질이 발생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따라 석탄발전소를 암모니아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기존에 암모니아 발전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암모니아가 LNG에 비해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LNG 대비 연소 속도가 20% 수준으로 매우 낮고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가 암모니아를 그대로 연소하는 대신 분해기를 통해 수소·질소 가스로 다시 분해한 후 연소해 가스터빈을 구동하는 방식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암모니아를 바로 연소하는 것보다 발전 효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석탄발전소 일부를 신재생 천연에너지로 전환하게 되면 완전 폐쇄 시설이 줄어들어 석탄발전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일자리 감소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일본 역시 수소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소 일부를 암모니아 발전소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또 석탄발전소 설비를 신재생에너지 발전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정한 범위에서 전압을 유지하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폐지 석탄발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은 국내 계통에 들어가는 발전 비중이 아직 낮아 큰 영향이 없지만 탄소중립으로 크게 늘어나면 전기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이 커서 송전선로에 과부하가 걸리면 전압이 떨어지는 등 간헐성으로 인해 전기 품질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다. 현재 한전의 전력계통망은 확 트인 고속도로처럼 달릴 수 있어 전기 품질이 높지만 태양광, 풍력 등 간헐성을 가진 발전원의 비중이 늘어나면 곳곳에 비포장도로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승하면 계통 관성이 부족해지고 주파수가 급격히 감소해 결국 고장이 발생하고 광역정전의 위험까지도 발생한다고 경고해왔다.

 

전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석탄발전소 재활용에 대해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30년을 연한으로 정하고 폐기하고 있는데, 해외 선진국은 상당수 50년을 연한으로 잡고 있다"면서 "조기 매몰되는 비용은 그대로 결국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덧붙여 "특히 유럽과 달리 해외 전력망으로부터 비상시 수급 불가능한 우리나라는 반드시 예비전력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수록 더 많은 예비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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