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정책 성과 자랑하면 뭐하나...근거가 없는데...
국회의 정보공개 요구도 뭉개
국민 조세부담 직결되는데
공시가 올린 근거자료 안내놔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석연찮은 대국민 부동산 정보 차단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입법부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정부 발표자료를 요청해도 국토부가 번번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 조세 부담으로 연결되는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정보와 임대차 3법의 효과를 따져볼 수 있는 전셋값 통계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도 방해하는 '깜깜이' 부동산 통계 발표에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정권은 불리하면 무조건 안 내놔!
(편집자주)
1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송언석 무소속 의원은 올해 가파르게 오른 공시가격 산정 근거에 대해 최근 국토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08% 상승해 2007년(22.7%)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집값 상승분과 함께 지난해 정부가 강제로 끌어올린 시세대비 공시가격 비율(현실화율)이 처음 반영됐다. 송 의원은 지역별 공시가격 인상에서 시세 상승분과 정부의 강제 인상분의 효과를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처음엔 분석에 시일이 걸린다고 기다려 달라더니 돌연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정부는 공시가격에 시세 상승분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만 하면서 공시가격 강제 인상 효과를 제대로 분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가격은 국민의 세금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의 경우 각종 재산, 상속, 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장애인연금과 같은 복지 혜택을 비롯해 63개 항목의 평가 기준이 된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민의 조세 부담의 신설이나 증가는 반드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증가되는 구조로, 시장과 전문가들은 조세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공무원들이 상승률을 임의로 정해 세금을 끌어올린 데 대해 인상 요인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기본적인 요구마저 정부가 뭉개고 있는 셈이어서 이 정책 담당자들은 반드시 엄중 문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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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0가지가 넘는 세금과 연결되는 문제다 보니 주먹구구식 공시가격 산정의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며 "삶과 직접 연결된 문제들은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정부가 정치 논리에 따라 미공개하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는 전셋값 급등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토부는 임대차 3법 도입 1년을 맞아 서울의 100대 아파트를 뽑고, 계약 갱신율 증가를 정책 성과라며 자랑했다. 정부는 서울 100대 아파트에서 계약 갱신율이 57.2% 수준에서 77.7%로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황당하게도 가장 궁금한 핵심 지표인 전세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근거로 그 단지를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서울 25개구에서 각각 4개씩 전월세 시장을 대표하는 대단지 아파트를 뽑았다는 것 외에는 공개된 정보가 없다.
국토위 국회의원들이 해당 아파트 선정 근거와 리스트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거절했다. 국토부는 서울 100대 아파트는 주택가격동향조사 등 다른 통계에서도 표본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개되면 외부 효과로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해당 단지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체결된 전용면적별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가격 정도라도 알려 달라는 국회의원들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서울 100대 아파트 리스트만 있어도 외부에서는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활용해 정부가 발표하지 않은 가격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단지 내 '전셋값 이중 가격'(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가격 차이) 현상 등도 체크할 수 있다. 자료 제출을 요청했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임대차 3법의 부정적 효과를 외부에서 검증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정부의 정책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대국민 자료까지 내놓고, 외부의 검증과 평가는 철저히 배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 성과를 밝히면서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꺼내 들었다. 임대차 신고자료와 확정일자 신고자료를 합산해 임대차 계약건에 대한 정보량이 전월 대비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6월 임대차 계약 거래건에 대한 정보량이 전월 대비 15.5%, 전년 동월 대비 6.9%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거래 파악 기간이 단축되며, 적시성 있는 시장 동향 확인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해당 평가 역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전월세신고제로 쌓인 데이터는 외부에서 열람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전월세신고제로 쌓인 데이터를 정부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올해 11월이 돼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시범' 공개라 전월세신고제를 바탕으로 한 완전한 데이터 공개는 내년에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와 정보 공개 간 시차는 국토부가 신고된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유의미한 정보가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통계를 독점적으로 쥐고 흔들면서 외부에서 확인 검증할 수 있는 길까지 막아버리면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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