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노원구 줄다리기...태릉골프장 개발 어떻게 진행되나
여의도공원보다 큰 공원..공급물량은 '줄다리기'
전체 87만㎡ 중 25만㎡ 녹지 확보..국토부·노원구 '접점'
공급물량 조정·대체지 발굴 협의 중.."8월 내 계획 발표"
정부가 '8·4 공급대책'으로 추진 중인 태릉골프장(CC) 개발과 관련해 전체 면적의 30%가량을 녹지로 조성한다. 서울 여의도공원(23만㎡)보다 큰 규모의 공원이 노원구에 들어서는 것이다.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한 신규주택 물량은 당초 계획한 1만 가구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 반발과 녹지 확보 등을 고려해 태릉골프장의 공급 물량을 줄이는 대신, 대체지 발굴로 공급 총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30일 국토교통부와 노원구에 따르면 양측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로 조성하는 신규택지 약 87만㎡ 중 25만㎡(28.7%)를 공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태릉골프장 일대에 녹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서울시, 노원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다.
국토부는 공원 조성을 위해 태릉골프장과 인접한 태·강릉 앞 차도(화랑로)의 일부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차도를 사이에 두고 단절돼 있는 태·강릉과 태릉골프장은 하나의 공원으로 연결된다.
또 세계문화유산인 태·강릉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쳤다. 국토부는 태‧강릉의 경관을 해치지 범위에서 태릉골프장을 개발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함께 관련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향후 태릉골프장 개발 과정에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해 문화유산 훼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원구의 요구사항 중 여의도공원 면적 수준의 녹지 확보에 대해선 접점을 찾았다"며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릉골프장은 정부의 지난해 8·4 대책에 포함된 신규택지 중 한 곳이다. 정부는 당시 이곳에서만 1만 가구의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대책에서 함께 제시한 신규택지 중 공급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책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사업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서울시와 노원구,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이로 인해 태릉골프장의 지구지정은 올해 상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됐다.
지역 반발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태릉골프장 개발에 따른 주택공급 물량을 조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노원구는 국토부에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한 재검토 의견을 내면서 주택공급 물량을 1만 가구에서 5000가구로 줄여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토부는 대체지 발굴을 통해 확보한 공급 물량의 범위 내에서 태릉골프장의 공급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공급 총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정부과천청사 부지 개발과 관련해선 과천청사 대신 과천지구와 대체지 발굴로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내놨다.
일각에선 노원구 일대에서 대체지 발굴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원구는 1980년대 상계동 등 15개 택지개발지구의 조성으로 노후 아파트가 다수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주택공급에 필요한 '빈 땅'은 마땅치 않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와 서울시 등이 소유한 국공유지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노원구의 노후주거지를 대상으로 공공 참여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공급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만간 공급 물량의 조정 범위와 대체지 확보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계획은 늦어도 8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구지정 등 인허가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sun90@news1.kr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