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건설 계획 철회?
국토교통부 협의 요청 거부
환경부가 20일 국토교통부가 협의를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반려 사유를 반영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한 후 환경부에 협의를 재요청하든지, 아니면 제2공항 건설 계획을 철회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반려 사유로 항공기와 충돌 우려가 있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 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 제시 등을 적시했다. 이밖에 저소음 항공기 도입 등 소음 예측 조건의 담보방안, 맹꽁이의 안정적 포획·이주 가능 여부, 지하수 이용에 대한 영향 등도 더 구체적으로 검토 및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환경부는 판단했다.
국토부는 일단 환경부가 제시한 반려 사유부터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545만7000㎡ 부지에 사업비 5조1229억원을 들여 연 평균 1992만명(2055년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환경부의 ‘반려’ 결정에 제주지역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사업이 국토부의 의지에 따라 계속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반려’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부동의’와는 전혀 다르며, 반려 후 국토부가 보완 내용을 다시 반영해 협의가 통과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제2공항 찬성 주민들은 환경부의 반려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은 “반려, 부동의 할 조건이 없는 사안임에도 정권이 정치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며 “대선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제2공항 문제를 내년까지 끌고 갈 경우 갈등이 7년간 이어지게 되고, 도민의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채 도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세 차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내린 것은 제2공항 건설계획이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의 결정으로 제2공항 건설은 국토부의 건설 계획 발표 6년 만에, 또 도민여론조사에서 도민 다수의 반대의견이 확인된 지 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오재용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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