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용주골 재개발

 

  주거환경을 해치는 유해시설을 꼽으라 하면 사창가나 집창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만한 곳이 없다.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랬던 집창촌 일대가 달라지고 있다. 이미 서울의 주요 집창촌들이 정비사업을 통해 하나둘 초고층 주상복합촌이나 신흥 주거단지로 거듭난 데 이어, 수도권인 파주에서도 ‘용주골’이라 불리는 집창촌 일대가 포함된 신탁사 주도의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지역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파주 1-3재개발 구역 예상 조감도. /무궁화신탁 제공

 

9부 능선 넘은 용주골 재개발

용주골이 포함된 19만㎡ 파주1-3재개발 구역은 2014년 구역지정과 2017년 조합설립이 됐지만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무궁화신탁이 조합 업무를 대행할 업체로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시공사 선정과 분양. 지난달 1일 마감한 시공사 입찰 제안이 무산된 가운데 오는 27일까지 시공사 2차 입찰 제안을 받는다. 지난달 1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는 10대 주요 건설사들을 포함해 15개사가 참석해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조합 관계자는 “1차 입찰이 무산된 건 건설사들이 입찰 제안을 준비하기 벅차게 일정이 잡힌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며 “2차 설명회에선 1차 때보다 더 많은 회사가 관심을 보여 무난히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선철 무궁화신탁 도시사업부문 부대표는 “지역 주민과 파주시의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재개발 사업인데 지난해까지 사업추진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신탁사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고부터 진행에 속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파주 1-3재개발 구역은 지하 3층~지상 25층 36개 동에 약 3200가구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급으로 조성될 계획인데, 신탁사 측은 이르면 내년 중 분양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비 걸림돌인 보상 문제에 주목

용주골은 6·25 전쟁 때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생겨나 한때 2만여㎡, 200여 성매매 업소에 종사자가 500∼6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수도권 대표 집창촌 중 하나다.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2004년말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업소와 종사자 수가 대폭 줄었다. 경찰청은 올해 3월 현재 35개 업소 70명의 종사자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집창촌 정비사업이 순탄치 않은 사례는 앞선 서울의 개발에서도 잇따랐다. 집창촌 정비사업은 건물주와 토지 소유주, 포주, 성매매 여성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청량리 588의 경우는 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였고, 천호동, 미아리, 영등포 일대 집창촌 정비사업에서도 여러 잡음과 충돌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정원태 무궁화신탁 도시재생사업부문 대표는 “파주시와 보상협의회가 합의한 세부 보상안이 결정되면 신탁사가 바로 보상을 집행할 수 있어 앞선 집창촌 개발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을 겪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전체 개발 면적에서 집창촌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업 추진에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인프라 확충도 일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가 개통됐으며, 제2외곽순환도로, GTX-A노선 신설도 예정돼 있다. 파주시는 주요 사업비로 국비 5072억원을 확보했으며, 이중 4247억원은 교통분야 사업비용으로 계획 중이다.

 

파주시는 또 파주희망프로젝트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하는 등 도시 복합개발에도 시동을 걸었다. 파주희망프로젝트 사업은 파주읍 봉암∙백석∙파주리 일대 374만여㎡의 부지에 5단계의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최근 공모한 대상지는 4·5단계 부지다. 1단계 사업인 파주센트럴밸리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지난해 5월 착공했으며, 2·3단계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지난 2019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센트럴밸리사업협동조합 컨소시엄을 각각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김선철 부대표는 “도로와 철도 개통으로 그동안 지적됐던 교통 접근성 부족이라는 단점이 많이 해소됐다”며 “앞으로 지어질 교통망과 산업단지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태훤 선임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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