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폐기물 대란 초읽기

 

    정부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공모했으나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건설 폐기물 대란의 그림자가 덮치고 있다. 정부가 공모 실패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건설 폐기물 자체를 줄일 것을 업계에 통보했지만, 현실성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건설 폐기물을 99% 재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률을 더 높이라며 업체들을 종용하고, 재활용한 뒤 남은 잔재물마저 매립을 무조건 줄이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수도권 재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나선 상황에서 건설 쓰레기는 늘어나고 폐기 방법은 없는 '딜레마'가 예상된다.

 

쓰레기 매립지 공모 불발되자

2026년부터 직매립 금지

재활용 후 매립량까지 제한

 

 

 

13일 폐기물 처리 업계와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재활용을 하고 남은 건설 폐기물의 매립 할당량을 줄이는 방안을 폐기물 처리 업체들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지난 9일 정부의 수도권 매립지 공모가 불발되자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2026년부터 재활용이나 소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활 폐기물과 건설 폐기물의 매립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통상 건설 폐기물은 건설업체가 일부는 바로 매립지에 버리고, 나머지는 중간 처리 업체에 위탁 처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중간 처리 업체는 폐기물의 대부분을 재활용한 뒤 소각이나 매립하는 단계를 밟는데,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 폐벽돌 등으로 순환골재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 계획대로 2026년부터 건설 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면 중간 처리 업체로 더 많은 건설 폐기물이 몰릴 수밖에 없다. 건설 폐기물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은 2011년 일평균 18만6417t에서 2015년 19만8260t으로 늘었다. 이후 2018년 20만6951t, 2019년 22만1102t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기준 건설 폐기물 중 98.9%가 재활용되고 단 0.8%만 매립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0.3%는 소각된다. 2019년 기준 건설 폐기물 일평균 22만1102t 중 재활용된 양은 21만8713t에 달한다.

 

이런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설폐기물은 일일 2389t이 발생한다. 이 중 621t은 소각이 가능하지만 1767t은 매립이 불가피하다. 이 중 1345t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매립 불가 건설폐기물이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형 25t 덤프트럭으로 일일 50대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건설 폐기물 자체 매립을 금지하는 동시에 이런 재활용 불가 쓰레기도 무조건 줄이라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시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한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이미 건설 폐기물의 대부분을 재활용하고 있어 이보다 더 재활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재활용률을 강제로 높이고 매립 허용량마저 줄이면 결국 폐기물을 불법 처리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지자체 폐기물 단속 담당자도 "폐기물 처리 업체는 t당 25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불법 처리업자들은 반도 안 되는 t당 10만원의 돈을 받고 이를 불법 투기해 처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건설 폐기물 매립이 원천 차단되는 2026년부터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적극 추진해 2025년까지 서울에서만 32만가구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급은 주택 인허가 승인 시점을 말하기 때문에 실제 건축이 추진되는 것은 2025년 이후다. 낡은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건설 쓰레기 발생은 불가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업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의견을 반영해 할당량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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