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호기, 가동 지연...‘추가 비용 발생만 하루 11억원...총사업비도 급증"

 

[단독] ‘탈원전’에 묶인 신한울 1호기, 가동 지연으로 5400억 더 쓴다

 

작년 4월 완공했지만 빨라도 내년 3월 가동

가동 전까지 하루 11억원씩 추가 비용 들어

사업비 9조4436억원서 10조원대 될 듯

9일 운영허가 재심사…“추가 낭비 막아야”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최소 5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사업비는 현재 약 9조4400억원에서 최소 9조9800억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10조원 돌파도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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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신한울 원전 발전소 1·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8일 박대출 국민의힘 탈원전 피해 및 국토파괴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지연과 이로 인한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 순연으로 증가하는 ‘신한울 제1발전소(1·2호기) 건설 사업’의 사업비는 하루 약 11억원이다. 지연 기간은 최소 16개월이기 때문에 사업비가 현재보다 최소 5400억원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업운전이 늦어질수록 필요한 사업비는 증가한다. 상업운전을 시작해 전기를 만들어 팔면 전기료 수익이 발생해 가동 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그 전 시운전(시험운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그렇지 못해 사업비로 대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지어진 후 핵연료 장전 없이 시운전을 하다가 운영허가를 받으면 약 8개월간 핵연료를 장전한 채 시운전되고, 이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2010년 착공된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 시점은 애초 2018년 4월에서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해 3월 한수원이 같은 해 11월 1일로 다시 잡았다. 이 계획을 반영한 총 사업비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쓴 돈과 앞으로 쓸 돈을 합쳐 총 9조4436억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상업운전 시점은 이날까지도 미뤄지고 있다. 오는 9일 열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에서 운영허가가 결정된다고 해도 8개월 후인 내년 3월 중에야 상업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1호기 지연에 따라 2호기도 내년 5월에서 최소 8개월 후로 상업운전 일정이 순연됐다.

 

 

하루 11억원씩 생기는 지연 비용을 계산해보면, 지연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이날까지 250일 동안 이미 약 2750억원의 비용 발생했고, 앞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인 내년 3월 8일까지 243일 동안 약 2673억원의 비용이 확정적으로 발생한다. 합치면 총 5423억원 이상이다.

 

한수원은 아직 총 사업비를 지난해 9조4436억원에서 더 늘려잡지 않았지만, 지연 비용을 더하면 실제 사업비는 9조98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한다. 상업운전이 내년 3월보다 더 지연되면 10조원 돌파도 시간문제다. 원전 1기의 사업비를 4조원 정도로 잡는 업계 기준을 적용하면 신한울 1·2호기는 기준(2기에 8조원)을 한참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하루 11억원 중 건설이자가 절반인 5억5000만원가량을 차지한다. 건설이자는 원전을 상업운전하기 전 전기료 수익이 없는 기간에도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기 위해 부과하는 이자다. 또 현재 신한울 1·2호기 시운전 담당 인력 382명의 인건비도 연간 366억원, 환산하면 하루 1억원씩 발생한다.

 

 

박대출 위원장은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를 늦출수록 사업비 낭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라며 “(운영허가를 결정하는) 원안위의 고의 지연 책임은 더 가중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원안위가 재상정되는 운영허가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완공된 지 1년이 넘은 신한울 1호기는 앞선 다른 원전들과 비교해 운영허가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돼 연료만 장전하면 바로 가동할 수 있는 상태다.

 

원전을 가동하려면 원안위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운영허가 심사 보고를 받아 검토, 그 결과를 토대로 운영허가 안건을 상정하고 회의를 열어 운영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심사 보고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이뤄졌다. 원안위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까지 12차례의 보고를 더 받았다. 앞서 운영허가를 받은 신고리 4호기와 신월성 2호기는 각각 8차례, 6차례 보고에 그쳤기 때문에 업계에선 신한울 1호기의 절차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 원안위원들이 ‘피동 촉매형 수소 재결합기(PAR)’의 안전성 문제와 항공기 재해(항공기 충돌·미사일 공격·테러 등) 위험 논란을 제기한 것이 지연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PAR은 지진·해일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원전 내 수소 농도를 낮춰 폭발을 방지하는 장치다. 탈원전 시민단체들의 운영허가 반대 목소리도 꾸준한 상황이다.

 

원안위는 첫 보고 후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안건을 상정하고 회의를 열었지만 운영허가 여부를 또다시 보류했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심사 서류의 내용에 오류가 발견돼 이를 수정·보완하기 위한 KINS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KINS의 추가 조사는 한수원의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에 관한 것이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심사 서류 7종 중 하나인 이 보고서에 적힌 77건의 내용이 실제 신한울 원전의 현장 상황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KINS가 이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KINS는 원안위 회의 직후 약 3주간 추가 조사를 벌였다. 원안위는 오는 9일 이 추가 조사 결과를 반영해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여부를 재심사한다.

김윤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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