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폐기물 대란] 한국의 위기...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소각로를 거친 폐기물의 무게는 이전의 15~20% 정도로 줄어든다. 태우면 재가 돼 부피와 무게가 감소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 등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요즘,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폐기물의 양을 최대한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는 것. 폐기물 대란에서 과학기술이 맡은 역할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쏟아지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과학기술은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폐기물의 마지막 종착지, 매립지
지난 2월 환경부는 생활폐기물을 바로 묻는 ‘직매립 시대’를 끝내겠다며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입법되면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밖의 지역은 2030년부터 폐기물을 먼저 소각한 뒤 남은 재만 매립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 기술이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앞둔 상황이다.
도시의 몸집이 지금처럼 커지기 이전에는 폐기물을 주로 빈 공터에 쌓아두거나 소규모로 태워 처리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마포구에 있던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다. 서울시민이 버린 폐기물이 1978년부터 15년간 쌓인 끝에 ‘난초와 지초가 가득한 섬’ 난지도는 98m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이 됐다.
이렇게 폐기물을 오염방지 시설 없이 단순히 땅에 묻는 방식을 비위생매립이라고 부른다. 비위생매립지에서는 폐기물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침출수나 매립가스가 그대로 퍼져 주변 환경을 해친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경우 추가적인 환경피해를 막기 위해 1996년부터 폐기물을 안전하게 분해하고 침출수와 매립가스를 분리, 정화하는 안정화 공사를 했다. 현재는 이 자리에 상암 월드컵공원이 생겼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의 뒤를 이은 곳이 바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인천 수도권매립지다. 난지도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도권매립지는 주변 환경피해를 방지할 위생매립지로 설계됐다. 위생매립지는 매립된 폐기물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오염방지 시설을 갖춘 매립지를 뜻한다.
5월 6일 오후,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를 찾았다. 수도권매립지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단일 매립지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김포시 사이의 해안간척지에 조성된 수도권매립지의 부지 전체 넓이는 16㎢다. 동작구나 성동구 등 서울의 작은 구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는 매립부지 면적은 9.3㎢로 이곳에 매립할 수 있는 폐기물의 양은 2억 2800만t이다. 제1매립장(2.51㎢)과 제2매립장(2.62㎢)은 매립이 완료됐고, 현재는 제3매립장 1공구(제3-1매립장)(0.83㎢)를 사용중이다. 수도권 6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배출한 생활폐기물, 건설폐기물, 사업장 일반폐기물,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만 2691t씩 이곳에 쌓인다.
대규모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지만 악취가 거의 없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보면서 폐기물의 악취를 맡을 수 있었던 건 폐기물 반입 차량을 지나칠 때뿐이었다. 기자와 동행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매립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는 폐기물 자체에서 나는 악취와 폐기물이 분해되며 나오는 매립가스 냄새 등 두 종류”라며 “매립지에서는 이 둘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자체에서 나는 악취를 막으려면, 폐기물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매립지에서는 이를 위해 폐기물 위에 흙을 덮는다. 이를 ‘복토’라 부른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이 복토를 세 단계로 나눠 실시한다. 먼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립지에 폐기물을 쌓고 나면 이 위에 20cm 이상 두께로 일일 복토층을 덮는다. 작은 폐기물 입자들이 공기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악취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관계자는 “그날 매립을 종료할 때마다 일일 복토를 시행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매립지 주변에서 폐기물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흙으로 덮은 매립지가 일정 수 이상 늘어나면 다시 한 번 복토를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큰 매립지 구획을 여러 개의 작은 블록으로 나눈 구조다. 제3-1매립장의 경우, 가로 20m, 세로 80m의 직사각형 모양 블록이 층마다 8개씩 총 8층으로 쌓일 예정이다. 현재는 세 번째 층을 쌓고 있다. 한 블록이 폐기물로 가득 찰 때마다 50cm 두께로 중간 복토를 한다. 중간 복토층은 빗물이 매립지로 침투해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고, 매립가스가 밖으로 새는 것을 방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매립지가 가득차면 마지막으로 최종 복토층을 덮는다. 아래에서부터 물이 잘 통과하지 않는 점토를 45cm 두께로 덮은 차수층, 부직포를 깔아 배수를 돕는 배수층, 그리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양질의 흙을 60cm 덮는 식생대층이 쌓인다. 매립이 종료된 지 20여 년이 지난 제1매립장은 식물이 잘 자리 잡아 언뜻 보면 일반적인 산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복토층을 세 겹 덮으면 매립지 속 폐기물이 외부 환경과 분리된다. 다음으로 매립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핀다. 폐기물에 들어있는 유기물질이 분해되면 매립가스가 발생한다. 매립가스의 약 50%를 차지하는 메탄은 주요 온실가스인데다 쉽게 타는 성질이 있어 주의 깊게 처리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곳곳에서 검은 가스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가스관들은 매립지 내부에 설치한 수직 가스 포집관로를 매립가스 발전시설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스관이 매립가스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매립가스가 밖으로 새는 것을 방지한다.
침출수 관리도 중요하다. 침출수는 폐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액체 상태의 오염물질이 매립지 내부로 유입된 빗물과 한 데 섞여 발생한다. 침출수에는 해로운 유기오염물질과 독성물질이 들어있어 그대로 배출되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침출수가 지반에 스며들지 않도록 매립지 바닥에는 침출수 차수층이 설치돼 있다. 침출수 차수층은 합성수지의 일종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점토광물 혼합토를 깔아 만든다. 이렇게 지반에 스며들지 않고 고인 침출수를 펌프로 빨아들여 침출수 처리장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생물·화학적 처리를 통해 침출수를 정화한다. 관계자는 “정화가 끝난 침출수는 2급수 수준으로 깨끗해진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대란으로 본 직매립의 현주소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을 반입하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다. 당시엔 수도권매립지를 2016년 말까지 사용하고 매립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매립지 사용종료 기한이 임박한 2015년까지도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2015년 6월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이 모여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매립종료 시점까지로 연장했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자리잡은 분리수거 문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매립량이 줄다 보니, 매립부지는 절반가량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당시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기한은 2025년으로 예상됐다. 시간이 다시 흘러 인천광역시장이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으로 못 박은 2025년이 4년 남았지만, 수도권에는 아직도 대체매립지가 마련되지 않았다.
대체매립지 건설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매립지는 폐기물 처리시설 중에서도 지역 주민의 거부감이 가장 큰 시설이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부원장은 “2012년도에 서울시민 1047가구를 대상으로 폐기물 처리시설 관련해 인식조사를 시행했을 때, 조사 응답자의 약 2.1%만이 거주지역 인근에 매립지가 건설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소각시설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10.1%가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은 14.5%, 재활용 선별 시설은 35.9%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도 특별히 더 낮다”고 말했다.
유 부원장은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64%)가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시설도 용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매립지와 소각시설은 다른 시설에 비해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이미지가 없고,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부정적 인식이 오랫동안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매립지의 경우 넓은 토지 면적을 오랫동안 차지한다는 부담도 더해진다.
매립지 주변 지역에서 크고 작은 환경 관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로 안정화를 거치지 않은 비위생매립지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무단매립한 불법 폐기물 매립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미국 CNN에도 보도됐던 경북 의성 쓰레기 산이다. 2016년부터 이곳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 약 19만 2000t으로 인해 주민들이 악취, 분진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
드물긴 하지만, 위생매립지 주변에서도 환경 분쟁이 발생했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어민들이 침출수 방류로 인근 해역 어업권을 침해받았다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두 차례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2015년 판결에서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이 운영됐던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수도권매립지에서 배출한 침출 처리수에 오염물질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배출됐다며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오염물질 배출 이후에 어장의 수질이 악화되고 해양생태계가 파괴돼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증명됐으므로, 오염물질 배출과 이 사건 어장에 발생한 해양생태계 악화 및 어획량 감소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도 침출수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현재 침출수 무방류 시스템을 통해 침출수를 전량 자체순환시키고 재이용해 주변 지역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무방류 시스템이 전면 도입되면 수도권매립지에서 밖으로 배출하는 침출수는 ‘0’이 된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통제 가능한 폐기물 분해, 소각장
폐기물을 직접 땅에 묻는 폐기물 직매립은 가장 직관적인 폐기물 처리법이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몇 가지 있다. 아무래도 넓은 면적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연과 닿아 있다 보니 유해물질 배출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또 폐기물 분해를 미생물 등의 자연적 요인에 맡겨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넓은 면적의 토지를 장기간 이용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소각 방식이 꼽힌다.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방식이 바로 소각 뒤 남은 재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폐기물 소각시설의 장점은 고온의 소각로에서 폐기물을 빠르게 분해하는 ‘통제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유해물질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소각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매립지보다 더 적다는 것도 이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매립보다는 소각을 폐기물 처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5월 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폐기물 소각시설인 하남 유니온파크를 방문했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국내 최초로 폐기물 소각시설을 비롯해 하수처리시설, 음식물처리시설, 재활용시설을 모두 지하에 설치한 환경기초시설이다. 지상에는 잔디광장, 어린이 물놀이 시설 등이 있다. 소각시설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유니온타워는 전망대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유니온파크 지하 4층으로 내려가자 평온한 지상과 사뭇 다른 분주한 풍경이 펼쳐졌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은 모두 땅속 25m 깊이에 설치돼 있다. 대형 폐기물 파쇄기를 거쳐 크기가 균일해진 폐기물은 소각로로 들어가 900~950℃ 온도에서 연소한다. 임태순 하남 유니온타워 환경기초시설 공무과장은 “소각로는 24시간 가동하며 생활폐기물을 시간당 2t씩 소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소각시설에서 활용하거나 음식물 자원화 시설의 건조, 건축설비의 냉난방, 그리고 열병합발전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일반폐기물은 850℃ 이상, 지정폐기물은 1100℃ 이상의 고온에서 소각해야 한다. 구재회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은 ‘잘 태우면 분해돼 사라지는 물질’과 ‘잘 태워도 남는 물질’로 나뉜다”며 “태워서 분해할 수 있는 유해물질은 소각로에서 완전히 분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옥신, 일산화탄소와 같은 탄소화합물은 ‘잘 태우면 사라지는 물질’에 속한다. 이들은 완전 연소를 거쳐 이산화탄소나 물로 분해된다. 특히 소각장의 대표적 유해물질로 많이 언급되는 다이옥신의 경우 온도가 850℃ 이상인 연소실에서 공기를 충분히 공급하며 2초 이상 태우면 완전연소된다.
반면 염화수소, 황산화물과 같은 유해가스와 중금속은 ‘잘 태워도 남는 물질’로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은 추가 작업을 통해 제거한다. 염화수소와 황산화물은 습·건식 세정탑에서 흡착시키거나 약품을 이용해 제거한다. 연소 조건에 따라 배출량이 변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흡착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촉매환원탑에서 분해한다. 그 외 분진이나 중금속, 타지 않고 남은 다이옥신 등은 필터를 통해 여과한다. 이렇게 가스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한 이후에야 소각탑으로 배출한다.
남은 건 소각되고 남은 재(소각재)다. 소각재는 가스에 섞여 공기 중에 뜨는 비산재와 바닥으로 가라앉는 바닥재로 나뉜다. 바닥재는 보도블럭 등의 건축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산재는 온도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농축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다시 흡착할 수 있다. 따라서 비산재는 지정폐기물로 취급해 별도로 매립한다. 임 공무과장은 “폐기물이 소각 과정을 거치고 소각재가 되면 부피는 처음의 12%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무게 역시 처음의 15~20%로 감소한다.
소각재를 매립하면 매립시설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도 변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소각재에는 유기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립가스 발생량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침출수도 비가 유입되며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그 양은 현재 발생하는 침출수에 비해 현저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생한 침출수 속 유기물 농도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와 공존하는 폐기물 처리 기술의 미래
환경부가 선언한 ‘직매립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폐기물을 소각할 시설을 확충하고, 기존에 운영 중인 소각시설을 재정비해야 한다. 게다가 폐기물을 소각하더라도 소각재를 묻을 매립지는 여전히 필요하다. 앞으로도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 부원장은 폐기물을 자원으로 다시 순환시키기 위한 기술을 꼽았다. 어떻게 하면 폐기물에서 자원을 최대한 뽑아내고 안정화해서 꼭 필요한 폐기물만 매립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 후보 중 하나가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이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폐기물의 에너지화 기술로 크게 기계적-생물적 처리(MBT)를 통한 에너지 회수와, 폐기물 소각발전을 통해 기존 소각시설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을 꼽았다.
MBT란, 폐기물 속 유기물질은 분해해 안정화하고 가연성 물질을 고형연료제품(SRF)으로 만들어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이다. 먼저 파쇄 등 기계적 공정을 통과한 폐기물을 호기성 미생물로 분해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폐기물 속의 수분을 빠르게 건조한다. 이후 다시 기계적 선별 공정으로 SRF를 분리해낸다. 최근 각광받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적용됐다. 제조된 SRF는 열병합발전소, 화력발전소, 산업용 보일러 등에 활용한다.
소각시설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설은 ‘자원회수시설’로 불린다. 하남 유니온파크처럼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발전에 활용한다. 이 명예교수는 “국내 에너지 회수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회수하는 에너지원도 대부분 열뿐이고 SRF 등 활용은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거부감 때문에 활발하지 않아 전체적인 에너지 회수율을 더 높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열을 증기로 회수하고, 증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증기 터빈 시스템 효율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소각과 매립기술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현재 폐기물 열처리기술은 폐기물을 단순히 열을 이용해 태우는 소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가스화 방식으로 전환해 가스화된 폐기물을 연소하면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가스화 방식은 폐기물을 1차로 저산소 조건에서 고온 소각해 정제된 탄화수소 가스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소각하는 방식이다.
매립지의 경우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소각재처럼 이미 안정화된 폐기물을 바다에 묻어 간척지를 만드는 해면매립지를 운영하고 있다. 큰 규모의 매립지 부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국토를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출될 우려가 있어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다. 폐기물 처리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폐기물을 거꾸로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이 문제에 대해 과학 기술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명예교수는 “폐기물 처리는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 현재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과학동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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