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뭐하니] 바람 없는 해운대 청사포에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부산 해운대 청사포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두고 부산이 시끄럽다.
‘지윈드스카이’란 민간 풍력업체가 해운대 12경(景) 중 하나인 청사포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경관훼손과 소음·저주파 피해 문제를 제기하며 일제히 들고일어난 것이다.
반일(反日) 죽창가 논란이 한창이던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찾았던 해운대 거북선횟집 인근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작 기상청의 연중 바람세기 조사 결과 해운대 지역의 바람은 풍력발전기를 가동하기에는 낙제점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에서는 매년 지역별로 평균풍속과 풍향 등에 관한 기상데이터를 수집 중인데, 해운대 지역의 관측소 상공 80m 지점의 평균풍속은 14㎞/h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80m는 대략적인 풍력발전기의 높이인데, 14㎞/h를 순간풍속을 나타내는 m/s(초속)로 환산하면 3.88m/s에 불과하다. 부산지방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해운대 기상관측소는 한 곳으로 해운대해수욕장과 1.6㎞ 떨어진 지점에 있다”고 했다. 해운대 기상관측소와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는 청사포 앞바다 간 직선거리는 4㎞가량으로 바람의 질과 양에 있어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풍력발전이 경제성을 내기 위해서는 바람날개(블레이드)가 위치한 평균고도 50~100m 이상 지점에서 7m/s 이상의 균질한 바람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중공업과 효성중공업 등 국내 풍력발전 업체들은 정격풍속으로 10~13m/s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기상청은 풍력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바람세기로 이보다 낮은 5m/s 이상을 제시한다. 업계나 산업부, 기상청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해운대 지역의 바람세기(3.88m/s)는 풍력발전기를 돌려 양질의 전력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한 셈이다. 일부 풍력발전기는 시동풍속으로 최소 4m/s 이상의 바람을 요구하는데 이에도 못 미친다.
최소 4m/s 이상 바람 불어야
해운대 지역의 바람세기는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국내 다른 지역이나 부산 내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현저히 미약했다.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는 강원도 고성군 미시령의 경우 국내에서 연중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인데, 80m 지점 평균풍속이 8.38m/s에 달한다. 업계 기준(10~13m/s)에는 못 미치지만, 산업부 기준(7m/s)이나 기상청 기준(5m/s)은 충족시킨다.
해상과 육상을 막론하고 풍력발전단지가 섬 곳곳에 들어서 전력이 남아돈다는 제주도 역시 바람이 센 곳 중 하나다. 제주 서부 한경면 고산리 지역은 관측소 80m 상공 풍속이 8.3m/s로 강원도 미시령 다음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제주 마라도도 80m 상공 바람이 8.11m/s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바람이 센 곳이다. 이 밖에 가파도도 7.19m/s, 우도와 지귀도도 각각 6.88m/s의 평균풍속으로 모두 국내 평균풍속 순위 20위권 내에 들어가는 곳이다.
해운대 지역의 바람세기는 국내 평균풍속 순위 20위권 내에 들어가는 지점이 한 곳도 없는 부산 내에서도 약한 편에 속했다. 부산에서 관측소 80m 상공 바람이 가장 강한 곳은 광안과 가덕도로 평균풍속이 각각 6.11m/s와 6m/s에 달한다. 반면 해운대는 이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3.88m/s에 불과했다. 해운대의 바람세기는 부산의 12개 관측 지점 가운데 가장 바람이 약한 것으로 관측된 부산진 3.5m/s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운대, 여름철 태풍의 길목
반면 해운대 청사포 해상은 매년 여름철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다. 풍력발전은 연중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일정한 속도(5~7m/s) 이상의 양질의 바람을 필요로 하지만, 태풍과 같이 간헐적으로 불어닥치는 강한 비바람에는 되레 취약하다. 태풍은 중심 부분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에 달하는 강한 비바람을 뜻한다. 국내에서 가장 바람이 강하다는 강원도 미시령(8.38m/s)의 2배에 달하는 속도의 강풍이다. 순간 최대 풍속이 54m/s 이상에 달하는 바람의 경우, 기상청은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한다.
대개 풍력발전기는 25m/s 이상의 ‘중급(normal) 태풍’ 정도의 바람만 불어도 안전상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태풍과 같이 강한 돌풍에 풍력발전기의 날개나 기둥이 부러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경남 양산의 풍력발전기 1기가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두 동강이 나 도로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앞서 2016년에도 제주도 구좌읍의 김녕 풍력실증단지에 있던 풍력발전기 1기가 태풍 ‘차바’가 몰고 온 비바람의 영향으로 날개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도 순간 최대 47~56m/s의 돌풍이 풍력발전기를 넘어뜨렸다.
지윈드스카이 측이 4.3㎿급 풍력발전기 9기가 들어서는 39㎿급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해운대 청사포 앞바다는 국내에서 해상활동이 가장 빈번한 바다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일대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조성된 수영만 요트경기장과도 지척이다. 이에 한국외양요트협회와 부산요트협회 측은 “해상 점용 면적만 10만㎡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물 설치로 인해 향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내외 요트대회 수역과 중복된다”며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해상풍력이라고 하지만 육지와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윈드스카이 측은 청사포에서 1.5㎞ 떨어진 해상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가까운 곳은 육지와 거리가 1.2㎞에 불과하다. 대개 해상풍력은 육지와 5㎞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서는 관계로, 관련 법 역시 육지와 거리 5㎞를 기준점으로 지원금 여부 등을 결정한다. 해상풍력의 경우 최장 40㎞ 떨어진 곳까지 거리에 반비례해서 각종 명목의 지원금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도 1.5㎞에 불과한 거리는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이뤄지는 연안어업은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따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청사포 앞바다에는 기장미역 양식장도 있는데,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 요트는 물론 소형 연안어선의 항행에도 제약이 가해진다. 자연히 이 일대 어민들은 육지에서 불과 1.5㎞ 떨어진 바다 위에 들어서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운대 일대 7개 어촌계 중 3곳만 동의를 표하고, 1곳은 조건부 동의, 3곳은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윈드스카이 측은 이미 관련 인허가를 받은 상태라서 사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운성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발전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최근 지윈드스카이 대표를 직접 만나서 육지와 지나치게 가까우니 더 뒤로 나가달라고 했더니 이런저런 이유로 더 못 나간다고 하더라”며 “해운대 주민 1만5000여명의 반대서명을 받은 상태로, 금요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