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과 ‘전기차’ 지금 잡아야 한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
세계는 친환경 패권 다툼 중…
작년 대기 중 메탄 최고치… 온난화 심각할수록 ‘친환경’이 대세
데이터센터 냉각부터 해운 선박 연료까지 미·중 패권 다툼 격화
우라늄·리튬 등 관련 산업 각광… 한국 ‘굴뚝산업’, 변화·협력을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원인 물질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다. 그중에서도 메탄으로 인한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약 28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메탄은 화학적 산화작용으로 인해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이 9년쯤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해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급상승하며 198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로 생기는 메탄의 양이 자연 소멸하는 양보다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지구온난화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더 뜨거워진 열대우림의 늪지에서, 또 빙하가 녹으면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될수록 ‘친환경’이 모든 분야에서 당면 과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신재생’으로 중국 따돌리려는 바이든
친환경을 추동하는 또 다른 원동력은 패권 다툼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친환경을 주장한다. 미국이 석유 패권을 쥐고 있음에도 말이다.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계산이 숨어 있을 것이다.
미래의 패권은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소유할 것이다. 이미 데이터를 선점했고, 이를 가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측은 미국의 기술 기업들이다.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데이터 센터의 설비를 제때 냉각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아프리카 등에서 세계 주요 신재생 발전 기지도 선점해가고 있다. 석탄으로 전기를 만드는 중국 기술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게 된다.
세계 선두권 해운 업체들도 선박 연료로 벙커C유 이외에 수소나 암모니아를 비롯한 환경 친화적 연료 도입에 긍정적이다. 이 경우 선박에 친환경 엔진을 장착해 개조하는 비용 부담이 생긴다. 이 비용을 감당 못 하는 중소 후발 업체들을 구조 조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050 넷 제로(Net Zero by 2050)’ 에너지 로드맵 보고서를 발표했다. 2050년까지 세계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제안을 담은 보고서다. 그러나 신재생 발전에서 배터리 한계는 모두가 아는 바다. 더욱이 보조 발전원이 필요하다. 아무리 배터리를 통해 전기를 모아도 태양이나 바람의 양이 요구 수준에 미달하면 지역 경제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재생 발전소나 연료 전지는 가동률을 떨어뜨려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도 있다. 모두 비용 상승 요인이다.
친환경 수요 급증에 원자력도 ‘들썩’
결국 친환경 에너지는 비싸지만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은 신재생 발전마저 어렵다. 왜냐하면 산이 많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좁고, 바다가 갑자기 깊어져 해상 풍력 발전기를 세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신재생으로 가더라도 한국은 일본처럼 여전히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즉 에너지 패권 이동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비탄소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원전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이 원자력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현재 원자력 발전량은 그 이전보다 높아졌다. 중국의 원전 투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석탄 발전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하는 중국은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도 공격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특히 에너지 문제에는 군사적 패권 다툼 문제도 연관돼 있다.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중거리 핵무기 폐기를 위해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은 트럼프 집권 중인 2019년 공식 종료됐다. 조약 체결 당시 주된 위협이 아니었던 중국은 이 조약에서 빠져 있었다. 바이든조차 미국의 청정 에너지 표준에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먹이가 부족하면 짐승들 간 갈등이 야기되는 것처럼 저성장 속에 군사력에 더 의존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조차 4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의 재가동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라늄 가격은 최근 급반등했다.
전기차 생산 인프라 서둘러야
한국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전기차 생산 인프라 구축이다.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경쟁력 있게 만들면 된다. 기존의 석유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으로 여겨졌고, 안전을 위해 부품도 엄선된 곳에서 공급받았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안전 관련 규제가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율 주행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자동차들이 서로 교신하며 실수 없이 안전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도로 위에 전동 카트도 달릴 수 있다. 더 소형화되고 저렴해진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전기차가 개발될 것이며, 그만큼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 자동차도 쉽고 싸게 만들 수 있는 가전제품이 되어 갈 모양이다. 이미 대만은 테슬라를 위한 부품 공급 기지가 되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그동안의 라이벌 의식을 버리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사슬에 참여해야 한다. 능력 있는 정부라면 이런 중재를 통해 성과를 끌어낼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Mark Carney)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 관련 적립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 부담에 따른 기업의 부실화를 우려했다. ‘친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며, 그 재원 마련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세금 부담이 곧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국의 굴뚝 산업은 그 한가운데 노출돼 있다.
피할 수 없으면 빨리 변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때 소재 가격부터 오른다. 최근 리튬을 포함한 배터리 관련 희귀 금속 가격이 급등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매수세가 넘치면서 우라늄 및 수소 관련 에너지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향후 전기차가 다양해지며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반영하는 증거다. 그렇다면 친환경 투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 및 한국 정부 모두에게 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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