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양재~동탄 구간 지하화 추진되나...43km '논스톱'

 

 

기존 서울시·서초구 제안 한남~양재 지하화와 맞물려

완성땐 43km 길이 직통연결

 

    정부가 상습 교통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울 강남~경기 화성동탄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구상을 처음으로 밝혀 인근 주민과 건설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민간에서 주장하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구체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이번 이슈는 지난 4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면서 공식화됐다. 그러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논의는 서울시의 관할 구간인 한남대교 남단부터 양재IC까지를 포함해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지하화가 논의되는 구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20조원대 예상 비용은 부담

전문가 "전체구간 합쳐 관리

통합 마스터플랜 세울 필요"

 

5일 ‘어린이날’ 나들이 차량들로 경부고속도로 반포IC 상하행선이 모두 혼잡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경부고속도로 서울 한남대교~경기 화성 동탄 구간을 입체적으로(지하도로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울신문 edited by kcontents

 

 

서울시·서초구 등이 추진 중인 한남나들목(IC)~양재IC 구간과 국토부가 이번에 꺼낸 양재IC~동탄JC 구간이다. 만일 두 개발계획이 연계되지 못하고 따로 진행된다면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관리 주체는 다르지만 동탄부터 한남까지는 하나의 도로 체계로 봐야 한다"며 "도로 지하화 계획뿐만 아니라 상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등이 중심이 돼 구상 중인 한남IC~양재IC 구간(6.4㎞) 지하화는 지하 1, 2층에 상·하행선을 분리 건설해 12차로를 확보하고, 지상에는 공원 등을 꾸며 단절된 동서 생활권을 연결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반면 노형욱 후보자가 밝힌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 입체 건설 방안은 현재 지상도로를 그대로 이용하는 동시에 지하도로를 추가로 지어 교통처리 용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추진 중인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지상 고속도로는 상부로 지나는 입체 고가도로와 평면으로 교차하도록 하고, 지하 고속도로는 논스톱으로 달리게 하는 형태로 설계 중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논의를 시작할 때 한남대교부터 동탄까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내(한남~양재) 구간은 서울시가 담당하고, 그 아래 수도권 구간은 국토부가 관리 중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양재∼한남 구간의 지하화 공약은 여야 후보들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민간투자도 제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지하화에 나선다면 서울 구간 지하화도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각 구간을 어떻게 연결할지, 도로 상부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그랜드플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막대한 공사비도 국토부·서울시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지하화된 도로가 현재의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기존 도로 바로 아래에 짓지 말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처럼 대심도 도로로 건설해야 한다. 토지 보상비가 들지 않는다고 해도 공사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서초구는 한남대교 남단~양재IC 구간 지하도로 건설 공사비로 3조5000억원을 추산한 바 있다. 동탄분기점에서 양재IC까지는 20조원 가까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남대교 남단부터 동탄까지 총공사비가 23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국 선진 도시들은 이미 고가도로 철거, 도로의 지하화, 상부 공간 활용을 통해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보스턴 중앙간선도로 밑 터널 프로젝트를 말하는 '빅디그', 프랑스 파리 지하 고속도로 '듀플렉스 A86',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순환고속도로 'M30' 등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도 이미 여러 곳에서 도로 입체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장 앞선 곳은 서부간선도로다. 지난해 터널 모든 구간 굴착을 완료했고 올 8월이면 시운전을 거쳐 개통된다. 상부 공간에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데 이를 위한 실시설계는 지난달 완료됐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의 핵심도 지하화 사업이다. 잠실운동장 일대 35만㎡ 규모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코엑스 3배 크기의 컨벤션 시설 등을 조성하면서 종합운동장역 바로 앞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이 올림픽 주경기장 북서쪽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한강과 면한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도로를 지하화하는 차원을 넘어 서울역을 지하화하자는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역 미래전략 TF'를 구성해 철도역사뿐만 아니라 KTX·GTX·경의선·중앙선 등 서울역 일대 지상 철도의 전면 지하화를 논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 수준이지만 향후 유라시아대륙철도 출발점 등 위상을 고려해 지하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부고속도로와 관련한 국토부의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한다면 서울시 관련 부서들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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