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선, '공공개발' 급브레이크 걸릴까?
'민간개발 풀겠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부가 2·4대책으로 시작한 공공재개발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종 규제로 재개발 추진이 어려웠던 사업지에서는 공공 방식뿐만 아니라 민간재개발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다는 계산이 나오면서다.
이들은 공공과 민간 개발을 두고 어떤 게 더 유리한지 비교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어서, 공공재개발에서 이탈하는 사업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간재개발 풀어준다는데…'공공재개발' 고집할 필요 없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공공재개발 추진 비율은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공재개발을 반드시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면서다.
오 시장은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민간주도형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역시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공공 민간참여형' 정비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간 재개발은 주택 품질이나 수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 시장의 당선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민간 재개발 촉진에 따른 용적률, 층수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개발 사업지에서 공공과 민간 개발 방식을 비교해보고, 공공을 선택했을 때 더 확실한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공공재개발을 선택하는 비율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민간재개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만큼 공공재개발을 선택할 유인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재개발은 구역 지정 이후 1년 안에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민간 개발로 가자는 목소리가 나오면 동의서를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지들이 민간재개발로 돌아설 가능성도 나온다.
A 후보지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공 개발 방식만 고집하는 통에 용적률이나 층수 등 인센티브에 불만이 있어도 항의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며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개발로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주민설명회 결과를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B 후보지 관계자도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공공재개발을 선택한 것이지, 민간 개발 방식이 가장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두 가지 방법 중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비교하고 나서 민간이 더 유리하다면 방향을 틀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에서 분양가상한제나 이주비 지원 등 정부에서 약속한 혜택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추이를 좀 더 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성북5구역은 희망에 부푼 상태다. 성북5구역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우리 사업지는 기대가 커졌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묶어 놓았던 규제를 오 시장이 다시 풀겠다고 약속한 만큼 실행력 있는 정책들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의회 협력 필요한데…'민주당밭' 한계 존재
서울시장이 가진 막강한 권한으로 규제를 푼다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 시장이 가진 인·허가권뿐만 아니라 민간재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조례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포진한 서울시의회라는 벽을 넘어서야 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재개발이 안됐던 이유는 사업성이 낮기 때문인데, 이를 높여주려면 용적률을 올려주거나 층수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며 "이를 해결해주려면 조례를 바꿔야 하고, 결국 서울시의회와 협력이 필요한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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