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5조 인프라 민간투자사업...건설업계 '기대감' 고조
운영형 민자 방식 도입
환경 분야 주목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을 확대하면서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정부 대신 민간이 투자해 짓고, 이용 요금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건설업계에서는 SOC 투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정부 투자는 물론 민자사업까지 적폐로 보는 기조가 있어 투자가 상당부분 정체된 상태였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민자로 짓기로 한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정부사업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SOC 투자 확대로 기조를 선회하면서 건설업계의 중장기 일감 확보에 정신호가 켜졌다. 도로·항만과 같은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환경 등까지 민자사업 분야가 넓어지는 추세라는 점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집행될 예정인 민간투자사업은 89건, 총투자비는 45조7000억원으로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추진 중인 민자사업의 민간투자비, 건설보조금, 보상비 등의 총액을 말한다. 지난해 민자사업 투자비 규모는 38조1000억원(75건)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은 지난달 24일 고시됐다.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로 부진해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사업 및 공공·민간·기업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역할과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환경 분야다. 올해 집행 예정인 환경 민자의 경우 규모가 2년 만에 2배 가까이로 급성장했다. 2019년 1조8000억원이었던 환경 민간투자는 올해 3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환경사업 중에서는 우선 하수처리 및 소각로 교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노후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와 소각로 사업은 민간제안→지분투자→EPC(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운영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대부분 위탁운영(컨세션)사업으로 약 30년간 운영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사업 새 먹거리로 여기는 국내 건설사들도 늘고 있어 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건설은 올해 하수처리시설 설계 시공업, 탄소 포집 저장 및 이용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된 자원의 매매업 등 다수의 환경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친환경 사업을 본격화했다. DL이앤씨(디엘이앤씨)도 수소에너지와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이어 주목되는 것은 철도다. 철도 분야의 민간투자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도로를 앞질렀다. 철도 총투자비는 20조4000억원(9건)으로 가장 많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B·C노선 착공 및 완공까지 철도 분야의 민간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8조6000억원이 집행될 예정인 도로 분야 역시 건설사들에게는 여전히 큰 시장이다. 현재 현대건설이 ‘서부간선 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등 여러 사업이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뉴딜인프라펀드(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민자사업 대상 채권)를 통해 민간투자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사업집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규사업 유형 중 디지털·그린 뉴딜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진흥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 제시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자사업이 활성화될수록 건설업계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금융사가 주관사가 되는 민자사업도 많은 데다 건설사들도 경험이 많이 쌓여서 리스크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부간선·동부간선 지하화 사업,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등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면 정부로선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민간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win win)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건설 분야를 ‘적폐’로 몰면서 위축시킨 측면이 있는데, 건설만큼 빠르게 시장에 돈을 풀면서 자금이 아랫목으로 내려가는 효과를 내는 분야가 많지 않다"면서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K자형 경기 회복(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는 데도 SOC 투자 확대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2조달러짜리 부양책을 통해서 SOC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 역시 이같은 이유가 깔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작년 연말 제시한 올해 투자 목표치인 ‘공공·민간·기업 11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개편해 공공분야의 투자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민간자본의 투자 분야를 늘리고 기업소통도 강화해 민자·기업분야 투자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0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다뤄졌다.
조선비즈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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