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국서 불고 있는 3D 프린팅 주택 건설 붐 VIDEO:Why This 3D-Printed House Will Change The World
집을 짓는 것이 아니다, 프린트 한다! 3D 프린팅 주택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3D 프린팅 주택, 완공까지 시간과 비용 혁신적으로 단축
주택 공급 부족, 건설노동자 부족,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
美, 3D 프린팅 주택 속속 등장 추세
텍사스에 본사를 둔 건설회사 아이콘(ICON)은 2020년 개발업체 3Strands와 협력해 3D 프린팅 방식으로 오스틴 지역에서 4채의 다층 건물을 건설하고, 올해 처음으로 미국 주택시장에 3D 프린팅 주택을 상장했다. 이전에도 아이콘은 비영리단체 파트너인 뉴스토리(New Story)와 협력해 투자자를 위한 초기 개념 증명 차원에서 멕시코 등지에 350sqft 규모의 4000달러짜리 주택을 건설했으며, 비영리단체인 Mobile Loaves & Fishes와 협력해서 텍사스주 오스틴에 노숙자를 위한 400sqft 넓이의 소형 단층 주택을 건설하는 등 현재까지 수백 명의 가족에게 저렴한 주택을 ‘프린트’해서 제공하고 있다.
아이콘(ICON)이 건설한 3D 프린팅 주택
아이콘의 건설 역량은 단층 건물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최대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고안된 Vulcan 3D 프린터를 중심으로 한다. 이 3D 프린터는 전력 수급이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나 기술 지원이 부족한 장소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한편 2022년 봄,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일반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3D 프린팅 주택단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건설기술회사 마이티 빌딩(Mighty Buildings)과 부동산 개발업체 팔라리 그룹(Palari Group)은 로봇과 3D 프린터를 사용해 팜스프링스 근방 코첼라 벨리의 고급 커뮤니티인 란초 미라지(Rancho Mirage) 5에이커 부지에 15채의 친환경 3D 프린팅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주택보다 가격이 45%나 저렴한 이 1450sqft 넓이의 단층 주택은 내화성과 내수성이 우수한 석재 복합재료로 만들어지며, 해당 주택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태양열과 배터리로 공급된다.
남부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에 들어설 3D 프린팅 주택단지의 조감도
마이티 빌딩은 다양한 크기의 3D 프린팅 주택을 전문으로 주택 위기 및 지속가능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지향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며 시리즈 B 펀딩 라운드에서 4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등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티 빌딩은 보도 자료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구매자에게 스마트하고 건강한 집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잠재적인 미래 커뮤니티를 위해 다양한 개발업체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뉴욕에 본사를 둔 건설회사 SQ4D 역시 3D 프린터를 이용한 데모하우스를 뉴욕 칼버튼 지역에 건립했으며, 3D 프린팅 회사인 Apis Cor도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카운티의 주택 신탁기금과 협력해서 주택 혁신 및 커뮤니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한 프로토타입 주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주택 건설시장 전망은?
건설업계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건설 방식에 비해 시간, 노력, 건축자재, 폐기물이 크게 절감되고, 다소 가혹한 환경 조건이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작업장 내 사상자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건설시장은 앞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이다. 시장 조사기관마다 예측값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의하면 글로벌 3D 프린팅 건설시장 규모는 2019년에 460만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0년부터 2027년까지 114.8%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현황을 반영하듯 현재 미국에서는 건설용 3D 프린터 개발과 출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개발, 출시된 건설용 3D 프린터
구체적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해 주택을 건립할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주택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건설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을 꼽는다. 건축 자재 및 재료에 드는 비용과 비싼 노동력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는 800~2000sqft의 주택을 평균 4천~2만 달러에 인쇄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어지는 주택은 완공까지 보통 6~7개월이 소요되는데 반해 3D 프린팅 주택은 완공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 비교할 수 없이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최근 트렌드인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도 3D 프린팅 주택은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을 인쇄하는데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특유의 효율성 덕분에 건축자재 폐기물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주마다 차이가 많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거주 인구도 많고 인구 유입이 많아 주거 비용이 수십 년 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숙자 문제도 심각하다. 2016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주택 수요를 충족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2025년까지 350만 채의 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는바, 이는 전례가 없는 건설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기술의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3D 프린팅 주택은 건설비용이 비싸고 건설산업 인력이 부족하며, 주택난 및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캘리포니아주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이 빠른 시일 내 주택 건설 방식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많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콘(ICON)의 3D 프린터가 주택을 프린팅하는 모습
첫 번째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시중의 주택 건설용 3D 프린터는 백만 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료와 장비를 테스트하고 인쇄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3D 프린터만으로는 완성된 주택을 지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3D 프린터는 주택의 뼈대와 외벽만 만들 수 있고, 창문, 전기 배선, 배관, 철근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3D 인쇄 프로세스를 일시 중지하고 별도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
세 번째로 3D 프린팅 건축물에 대한 정확한 인증, 안전기준,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 현장은 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으며 중요한 안전기준이 존재하는데, 3D 프린팅 기법(반복성, 치수 안정성 등)으로 해당 안전기준을 만족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현재 미국의 지역 및 주 건축법은 국제 건축법 및 국제 주거법에 설정된 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해당 표준 모두 건축법을 감독하는 정부기관에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국제법위원회(ICC: International Code Council)의 권한에 속한다. 현재 ICC는 국가 적층 제조 혁신(America Makes) 및 미국표준협회(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와 협력하여 건설을 포함한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3D 프린팅 기술을 위한 표준화 로드맵을 작성했다. ICC의 CEO인 도미닉 심스)는 이러한 표준이 향후 몇 년 내에 완성되면 ICC는 해당 표준을 사용해 3D 프린팅 건축물에 대한 규제 프레임 워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 번째로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목조 주택이 표준이고 대중의 선호도도 높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의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은 감안할 때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목조 골격의 주택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주재료를 콘크리트로 전환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데 매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는 지난 수년간 지적되어 온 또 다른 단점은 3D 프린팅 주택이 특히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이나 높은 실업률을 가진 도시에서 지역 경제에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터가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면 지역사회의 고용 불안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19년 맥킨지는 3D 프린팅 사용을 포함한 건설 자동화에 대한 보고서에서 모듈식 구조를 생산하는 로봇기술이 건설 인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전환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별 노숙자 변화율(2018~2019년)
시사점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건설산업은 약 8.4%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 특히 디지털 전환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2020년 미국 주택 건설업자협회가 금융회사 웰스 파고(Wells Fargo)와 함께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건설 산업에 있어서 노동 경색은 가장 큰 문제이며 숙련공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토목 환경공학박사인 P 씨는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기술은 건축산업에 있어서 인적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혁신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며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감축될 수 있다는 양가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건설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의 경우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로봇, 드론, 3D 프린팅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은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해당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반드시 대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건설 현장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인적 자원과 실제 상호 작용을 확인해야 하겠지만 3D 프린팅이 건축 부문에서 어떤 혁신을 불러일으킬지 관련 업계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료: Mckinsey, Business Insider, Reuters, CNN, Grand View Research,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 Wall Street Journal, 하버드 대학교 주택연구공동센터, 미국 주택건설업자협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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