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추천글] 한은화의 생활건축 - 아파트는 좋은 집일까

 

 

   올해 프리츠커상의 선택은 명징했다. 지난해부터 팬데믹이 휩쓸고 있는 세계에서 건축의 역할을 보여줬다. 건축은 홀로 서 있지 않다. 건축의 배경에는 사회가 있고, 사회를 위해 건축이 할 일은 많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흔히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 상의 올해 수상자는 프랑스 건축가 안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이다. 두 사람에겐 관광코스가 될만한, 이른바 ‘트로피 건축물’을 건축한 이력은 없다. 다만 일상생활 공간을 개선하려 애썼다. 두 사람은 1987년 건축사무소를 함께 차린 뒤 유럽과 서아프리카에서 주택과 공공시설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주로 했다.

 

작업 방식의 대원칙이 있다. 기존 건물을 절대 철거하지 않는다는 것. 철거는 낭비이자 폭력적인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정의다. 두 사람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오래되지 않고 여전히 쓸모 있는 것을 우리는 쉽게 부숴버린다”고 말했다.

 

 

사실 새로 건축하려면 파괴해야 한다. 자연을 밀어버리거나 기존의 건물을 부숴야 새로 지을 수 있다.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량이 어마어마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폐기물은 49만7238t에 달하는데, 이 중 건설폐기물이 1위(44.5%)를 차지했다.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생활 폐기물(11.7%)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환경 이슈에 민감한 요즘에 건축이야말로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올해 프리츠커 수상자는 이를 꿰뚫는 작업을 34년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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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수상자가 발코니를 넓힌 공동주택. [사진 하얏트재단]

 

두 사람은 ‘재활용’이라는 작업 방식을 토대로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바꿔 나갔다. 밀도 높은 도시에서도 자연과 가까운, 이를테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집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고층의 공동주택일 경우 발코니를 넓혔다. 1960년대 지어진 파리 외곽의 17층짜리 공동주택의 경우 2011년 콘크리트 외벽을 뜯어내고 유리를 활용한 발코니가 있는 집으로 재탄생시켰다. 2017년 보르도에 있는 53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도 발코니를 활용해 내부 면적도 늘리면서 외기를 느낄 수 있는 집으로 리모델링했다.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있던 것의 쓸모를 재발견하고, 약간의 처방을 더 해 거주감을 끌어올리는데 탁월했다.

 

팬데믹이 1년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생활공간은 더욱 중요해졌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길어졌다. 단순히 잠만 자던 곳에서 더 많은 활동을 집에서 한다. 그런데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로 획일화된, 오늘날의 한국의 집은 이런 변화를 담을 만한 공간일까. 지속가능한 삶을 살게 할까. 경제성에만 중점을 뒀던 집의 셈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올해의 프리츠커 수상자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402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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